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
리턴 오브 더 제다이 (Return of the Jedi) · 1984 · At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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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스타워즈 아케이드가 초록색 선으로만 그려진 벡터 화면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이 게임 앞에 처음 앉았을 때의 당혹감도 기억하실 겁니다. 화면이 갑자기 알록달록해졌고, 시점이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각도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아타리가 같은 영화 시리즈를 소재로 하면서도 기술 노선을 통째로 갈아탄 결과입니다.
리턴 오브 더 제다이(Return of the Jedi)는 영화 제다이의 귀환에 나오는 명장면들을 몇 개의 스테이지로 잘라 붙인 아케이드 액션 게임입니다.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쿼터뷰 화면에서 탈것을 몰아 정해진 지점까지 살아서 도착하는 것이 한 스테이지의 목표이고, 스테이지가 끝나면 다른 탈것으로 갈아타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벡터를 버리고 색을 얻은 자리
1983년에 나온 아타리의 첫 스타워즈 아케이드는 벡터 모니터로 와이어프레임 X윙 콕핏을 그렸습니다. 선만 있는 대신 선이 아주 매끄럽게 늘어나고 줄어들어서, 참호를 파고드는 감각만큼은 당대 어떤 래스터 게임도 흉내 내지 못했습니다.
이 게임은 그 노선을 버리고 일반적인 래스터 화면으로 돌아왔습니다. 대신 색이 들어왔습니다. 엔도의 숲은 초록색이고 나무는 갈색이며 스톰트루퍼의 갑옷은 흰색입니다. 벡터판에서는 상상으로 채워야 했던 것들이 화면에 직접 그려집니다.
시점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1인칭 콕핏 대신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각도가 되면서, 게임의 성격 자체가 조준 사격에서 조종과 회피 쪽으로 옮겨갔습니다. 같은 영화 라이선스로 만든 두 게임이 이렇게까지 다른 물건인 경우도 드뭅니다.
스피더 바이크와 밀레니엄 팔콘
가장 유명한 구간은 엔도 숲의 스피더 바이크 추격전입니다. 나무 사이를 빠져나가면서 뒤쫓아오는 제국군 스피더를 처리해야 하는데, 직접 쏘아 떨어뜨릴 수도 있고 이웍들이 설치한 함정 쪽으로 유인해서 걸리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후자가 훨씬 재미있지만 훨씬 어렵습니다.
이 구간에서 초심자가 가장 많이 죽는 원인은 적이 아니라 나무입니다. 비스듬한 시점이라 눈으로 보이는 나무 위치와 실제 충돌 판정 위치가 미묘하게 어긋나 보이고, 속도가 빨라서 반응할 시간이 짧습니다. 처음에는 적을 잡으려 하지 말고 나무만 피하면서 코스를 외우는 편이 낫습니다.
밀레니엄 팔콘 구간은 데스스타 내부 통로를 뚫고 들어가 반응로를 파괴하는 장면입니다. 좁은 통로 안에서 좌우 벽에 긁히지 않게 자리를 잡는 것이 관건이고, 여기서도 사격보다 조종이 먼저입니다. 무리해서 쏘려다 벽에 붙어 터지는 것이 가장 흔한 죽음입니다.
어디서 난이도가 튀는가
루프 구조라서 한 바퀴를 돌면 같은 스테이지가 더 빠르고 더 빽빽한 상태로 다시 나옵니다. 처음 한 바퀴는 코스를 외우면 어떻게든 넘어가지지만, 두 번째 바퀴부터는 외운 코스에 적 배치가 겹쳐 들어와서 외운 것만으로는 부족해집니다.
특히 스피더 구간의 속도 증가가 체감상 가장 가혹합니다. 같은 나무 배치인데 반응 시간이 줄어들면서, 미리 다음 갈림길을 보고 방향을 정해두지 않으면 손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화면 아래쪽 자기 기체를 보지 말고 화면 위쪽 다가오는 지형을 보는 습관을 들여야 넘어갑니다.
남은 자리
아타리가 스타워즈 라이선스로 만든 아케이드는 셋인데, 이 게임은 그중 가운데에 낀 작품입니다. 앞의 벡터판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뒤에 나온 제국의 역습은 다시 벡터로 돌아가면서 이 작품의 래스터 실험은 계보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놓이게 됐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앞선 벡터판보다 오히려 이쪽을 본 사람이 많았습니다. 벡터 모니터가 들어간 기판은 관리가 까다로워 국내에 거의 들어오지 못했지만, 일반 브라운관을 쓰는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들어오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스타워즈라는 이름 자체가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던 시절이라, 영화를 모르고도 그냥 오토바이 타고 숲을 달리는 게임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