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더 비룡 (플레이스테이션)
스트라이더 비룡 (Strider) · 2000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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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타고 오르는 주인공
이 게임을 처음 본 사람이 가장 놀라는 장면은 주인공이 벽에 매달려 그대로 올라가는 순간입니다. 발판을 밟고 뛰어오르는 게 아니라, 절벽이든 천장이든 갈고리를 걸고 미끄러지듯 이동합니다.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오다가 방향을 틀어 반대편 벽으로 건너뛰는 동작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지금 봐도 이 이동 방식은 시원합니다.
무기도 인상적입니다. 사이퍼라는 이름의 짧은 검을 휘두르면 칼날 궤적이 반달 모양으로 크게 그려집니다. 실제 검 길이보다 훨씬 넓게 판정이 나오기 때문에, 화면을 가득 채운 적들을 한 번에 쓸어 넘길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스트라이더 비룡(Strider)은 옆으로 진행하며 적을 베고 나아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특수 요원이고, 목표는 세계를 손에 넣은 조직의 우두머리를 쓰러뜨리는 것입니다. 조작은 이동과 점프, 그리고 검을 휘두르는 버튼이 기본입니다.
특이한 점은 위아래 어느 방향으로든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옆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위로 기어오르고, 천장에 매달려 나아가고, 아래로 떨어져 내려갑니다. 화면이 계속 회전하거나 기울어지는 구간도 있어서 방향 감각을 잃기 쉽습니다.
동료 역할을 하는 소환수도 있습니다. 특정 아이템을 먹으면 로봇 표범이나 매 같은 것이 잠시 따라다니며 대신 싸워 줍니다. 혼자 밀어붙이기 벅찬 구간에서 숨통을 틔워 주는 장치입니다.
기억에 남는 구간
첫 스테이지부터 인상이 강합니다. 눈 덮인 도시를 가로지르며 병사들을 베어 넘기고, 벽을 타고 건물을 올라갑니다. 그 끝에서 만나는 보스는 여러 조각으로 이어진 거대한 기계인데, 조각을 하나씩 잘라 내야 합니다. 첫 판부터 이 정도 규모를 보여 주는 게임은 당시에 드물었습니다.
이후로도 무대가 크게 바뀝니다. 중력이 다른 곳, 계속 기울어지는 배,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통로 같은 구간들이 이어집니다. 각 무대마다 이동 방식이 달라지므로 앞 구간에서 익힌 요령이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보스들은 하나같이 크고 화려합니다. 화면 절반을 차지하는 덩치를 상대로 약점만 정확히 노려야 하는데, 대개 몸통 어딘가에 노출되는 부분이 정해져 있습니다. 무작정 붙어 휘두르면 손해만 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자주 죽는 이유는 이동 중에 맞는 것입니다. 벽에 매달려 있을 때는 공격도 회피도 제한되기 때문에, 오르기 전에 위쪽 상황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급하게 올라가다 위에서 기다리던 적에게 그대로 당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두 번째는 검의 사거리를 과신하는 것입니다. 궤적이 넓어 보이지만 적의 공격 판정이 더 먼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총을 쏘는 적은 거리를 두고 처리하거나, 몸을 낮춰 탄을 피하면서 접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미끄러지는 동작을 쓰면 몸이 낮아져 일부 공격을 피하면서 전진할 수 있습니다. 이 움직임을 이동 수단으로 삼기 시작하면 게임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오락실에서 온 게임
이 작품은 오락실 기판에서 시작해 여러 기종으로 퍼졌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캐릭터가 크고 배경이 화려해서, 오락실에 새로 들어오면 사람들이 몰려 구경했습니다. 다만 난이도가 높아 동전을 여러 개 쓰게 만드는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가정용으로 옮겨진 이 판본은 반복해서 도전하기에 좋습니다. 죽어도 다시 시작하기가 편하니, 구간마다 적의 배치를 외워 가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한 화면씩 정리하는 마음으로 붙으면 끝까지 갈 수 있는 게임입니다. 짧지만 밀도가 높아, 한 번 끝낸 뒤에도 다시 켜게 됩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이 게임의 매력은 세월이 지나도 잘 상하지 않습니다. 화면 해상도나 색 수는 세월을 타지만, 벽을 타고 오르고 미끄러지고 검을 휘두르는 그 흐름은 지금 나오는 액션 게임과 비교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동 자체가 즐거운 게임은 오래갑니다.
분량은 길지 않아서 익숙해지면 한 자리에서 끝을 볼 수 있습니다. 짧은 대신 구간마다 밀도가 높고 낭비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어디서 무엇이 나오는지 몰라 계속 죽지만, 몇 번 반복하면 경로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그때부터는 막힘없이 달려 나가게 됩니다. 그 차이를 체감하는 재미로 다시 켜게 되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