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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대 스파이 마스터시스템판

스파이 대 스파이 (Spy vs Spy USA Europe) · 1988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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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죽이려고 문 뒤에 폭탄을 놓는 사이

이 게임의 화면은 좌우로 나뉘어 있습니다. 왼쪽에는 검은 옷의 스파이가, 오른쪽에는 흰 옷의 스파이가 각자 같은 건물 안을 돌아다닙니다. 둘은 같은 서류와 여권과 열쇠를 찾고 있고, 그러다 마주치면 우산이든 뭐든 들고 때립니다. 그런데 진짜 무서운 건 정면 대결이 아니라, 상대가 지나갈 문 뒤에 미리 폭탄을 붙여 두는 쪽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가 화면이 터지는 순간의 허탈함이 이 게임의 정체입니다.

스파이 대 스파이(Spy vs Spy)는 같은 이름의 만화에서 나온, 영원히 서로를 노리는 두 스파이를 소재로 한 대전 게임입니다. 건물 안 여러 방을 뒤져 탈출에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찾아낸 다음, 정해진 시간 안에 공항으로 빠져나가는 쪽이 이깁니다. 마스터시스템판은 이 원작을 세가 8비트 기기로 옮긴 판본입니다.

스파이 대 스파이 마스터시스템판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1 - 마스터 시스템 (1988)

화면이 둘로 나뉜 채로 벌어지는 눈치싸움

분할 화면이라 상대가 지금 어느 방에 있는지, 무엇을 뒤지고 있는지가 전부 보입니다. 이게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상대가 아직 서류를 못 찾았다는 걸 알면 여유를 부릴 수 있고, 상대가 마지막 물건을 집는 순간이 보이면 그때부터는 공항으로 뛰어야 합니다.

방마다 가구가 몇 개씩 놓여 있고, 물건은 그 안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림 뒤, 옷장 안, 시계 속 같은 곳을 하나씩 열어봐야 하는데 그 시간이 그대로 위험 부담이 됩니다. 뒤지는 동안에는 무방비이기 때문에, 상대가 근처 방에 있을 때 태연히 서랍을 열고 있으면 등 뒤로 들어온 상대에게 그대로 당합니다.

스파이 대 스파이 마스터시스템판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2 - 마스터 시스템 (1988)

함정 놓기

이 게임의 진짜 무기는 몸싸움이 아니라 함정입니다. 문에 설치하는 폭탄, 가구에 거는 용수철 장치, 바닥에 놓는 물양동이 같은 것들을 미리 깔아 둘 수 있습니다. 상대는 함정이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이미 뒤진 방이라고 방심하고 들어오다 당하게 됩니다.

노련해지면 함정을 심리전으로 씁니다. 아직 뒤지지 않은 가구에 함정을 걸어 두고 그 방을 떠나면 상대는 물건을 찾으러 반드시 그 가구를 열게 됩니다. 물론 함정에는 각각 해제 도구가 있어서, 상대도 대비하고 다니면 함정이 그대로 무력화됩니다. 그래서 함정 종류를 섞어 놓는 것이 요령입니다.

시간과의 싸움

화면 위에는 시계가 돌아가고, 이 시간이 다 되면 둘 다 탈출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함정에 걸리거나 몸싸움에서 지면 잠시 부활 시간이 지나야 다시 움직일 수 있는데, 그 정지 시간이 사실상 가장 큰 손실입니다. 상대를 한 번 잡는 것만으로 승부가 갈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혼자 할 때는 컴퓨터가 상대를 맡지만, 이 게임은 사람 둘이 마주 앉았을 때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됩니다. 옆자리 상대의 화면이 보이니 표정 관리까지 승부의 일부가 되고, 함정에 걸린 쪽이 소리를 지르는 순간이 반복됩니다. 조작도 화면도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눈치싸움의 밀도가 높아서, 지금 해 봐도 둘이 하면 끝을 못 내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