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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헌터

스파이 헌터 (Spy Hunter USA) · 1987 · Sun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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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배로 변합니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강가에 트럭 한 대가 서 있습니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화면이 바뀌고, 조금 전까지 몰던 자동차가 모터보트가 되어 물 위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물길이 끝나는 곳에도 트럭이 있어서 다시 자동차로 돌아옵니다. 1980년대 게임에서 이 연출을 처음 봤을 때의 놀라움은 지금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첩보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설정도 한몫했습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스포츠카인데 앞에서 기관총이 나오고, 뒤로는 기름과 연막을 뿌리고, 옆으로는 칼날이 튀어나옵니다. 화면 앞에서 이 무기들을 하나씩 써 보는 것만으로도 한참이 지나갑니다.

스파이 헌터 레이싱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7)

어떤 게임인가

스파이 헌터(Spy Hunter)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도로를 달리며 적 차량을 처리하는 액션 레이싱 게임입니다. 화면은 아래에서 위로 계속 흐르고, 내 차는 좌우로 움직이며 가속과 감속을 조절합니다. 도로 위에는 평범한 민간 차량과 나를 노리는 적 차량이 섞여 있습니다.

핵심 규칙은 구분입니다. 적 차량은 부수면 점수가 되지만, 민간 차량을 도로 밖으로 밀어내거나 부수면 점수를 잃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다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무엇을 상대해야 하는지 판단하며 달려야 합니다.

스파이 헌터 레이싱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7)

무기와 보급 트럭

기본 무장은 앞으로 나가는 기관총입니다. 사실상 무한이라 마음 놓고 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기관총으로 처리되지 않는 적이 있다는 점입니다. 옆구리에 칼날을 단 차량이나 방탄 처리가 된 차량이 그렇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특수 무기입니다. 화면 뒤쪽에서 나타나 도로를 함께 달리는 보급 트럭 뒤로 들어가면 미사일, 기름, 연막 같은 무기를 받습니다. 받은 무기는 횟수가 정해져 있어서 아껴 써야 합니다. 미사일은 앞에 있는 무엇이든 한 방에 정리하고, 기름과 연막은 뒤에서 따라붙는 적을 떨어내는 데 씁니다.

보급 트럭에 들어가는 것 자체도 요령이 필요합니다. 속도를 트럭에 맞춰 조절하면서 뒤쪽 입구에 정확히 붙어야 하는데, 그 사이 적이 계속 공격해 오므로 안전한 구간에서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파이 헌터 레이싱 게임 화면 3 - 패미컴 (1987)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속도입니다. 이 게임은 빠를수록 점수가 잘 오르지만, 빠를수록 앞에 나타난 차를 피할 시간이 없습니다. 초심자는 대부분 최고 속도로 달리다가 커브에서 도로 밖으로 나가 자멸합니다. 처음에는 속도를 중간 정도로 유지하고 커브 진입 전에 미리 감속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낫습니다.

도로 폭이 갑자기 좁아지는 구간도 함정입니다. 특히 물길로 넘어가기 직전과 다리 위에서는 여유 공간이 거의 없어서, 그 구간에서 적과 뒤엉키면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미리 적을 정리해 두고 진입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하나, 시간 제한이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일정 점수를 넘기지 못하면 남은 목숨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전만 챙기며 천천히 달리는 것도 정답은 아니고, 적을 계속 처리하며 나아가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오락실에서 가정용으로

원작은 오락실용 게임이었습니다. 핸들과 페달이 달린 전용 기체에서 즐기던 것을 패미컴 패드에 맞춰 옮긴 것이 이 판입니다. 조작 장치가 단순해지면서 감각은 달라졌지만, 무기를 바꿔 가며 도로를 정리하는 흐름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오프닝에 흐르는 음악도 이 게임을 기억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첩보물 특유의 긴박한 선율이 패미컴 음원으로 재현되어 있는데, 게임을 켤 때마다 그 곡을 끝까지 듣고 시작하던 사람이 많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자동차 게임이라기보다 무기를 쏘는 게임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로도 코스를 빨리 도는 것보다 도로 위의 상황을 정리하는 재미가 큰 게임이라, 지금 다시 잡아도 성격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