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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 블레이드

썬더 블레이드 (Thunder Blade Upright fd1094 317 0056) · 1987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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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화면이 뒤에서 헬기를 따라가다가, 스테이지 도중에 갑자기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바뀝니다. 그러다 다시 뒤로 돌아옵니다. 1987년에 이걸 한 판 안에서 매끄럽게 해낸다는 건 당시 기준으로 상당한 물량 공세였고, 실제로 이 게임은 세가가 체감형 기판에 힘을 쏟던 시절의 한복판에 놓인 작품입니다.

썬더 블레이드(Thunder Blade)는 공격 헬리콥터를 몰고 적 기지와 전차와 전투기를 부수며 나아가는 슈팅 게임입니다. 레버로 기체를 움직이고 버튼으로 기총과 미사일을 나눠 쏩니다. 기총은 공중의 적을, 미사일은 지상 목표를 맡는 구조라, 화면에 뭐가 나오느냐에 따라 손가락을 바꿔 가며 대응해야 합니다. 세가 슈퍼 스케일러 계열 기판에서 돌아가는, 스프라이트를 확대 축소해 원근을 만드는 방식의 게임입니다.

썬더 블레이드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7)

시점이 바뀐다는 것

스테이지는 대개 후방 시점으로 시작합니다. 헬기가 화면 안쪽으로 날아가고, 건물 사이를 빠져나가면서 앞에서 다가오는 적을 처리합니다. 이 구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적의 탄이 아니라 건물입니다. 옆으로 스치는 벽에 닿는 순간 그대로 격추되기 때문에, 쏘는 것보다 통로를 보는 눈이 먼저입니다.

그러다 구간이 바뀌면 시점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쪽으로 넘어갑니다. 이때는 지상의 전차와 포대가 주된 상대가 되고, 미사일 조준이 중요해집니다. 조작 감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전환 직후 몇 초를 그냥 날립니다. 전환이 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손을 준비해 두는 것만으로도 생존률이 꽤 올라갑니다.

고도 개념이 있어서 레버를 당기고 미는 것이 단순한 상하 이동 이상으로 작용합니다. 낮게 날면 지상 목표를 때리기 좋지만 장애물에 걸리기 쉽고, 높이 뜨면 안전한 대신 지상 공격이 어려워집니다. 이 높이 조절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시점부터 이 게임이 재미있어집니다.

썬더 블레이드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7)

막히는 구간과 요령

초반 도시 구간의 빌딩 사이 통과가 첫 번째 벽입니다. 벽이 좌우에서 조여 오는데 적까지 날아오니, 쏘면서 피하려다 대개 벽에 박습니다. 여기서는 사격을 잠깐 포기하고 통과에만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지나갈 수 있는 길은 화면에 미리 보이니, 시선을 헬기가 아니라 앞쪽에 두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협곡 구간은 반대로 좌우 폭이 넓은 대신 지형이 오르내립니다. 여기서는 고도 관리가 전부입니다. 지형에 부딪히는 죽음이 대부분이라, 안전한 높이를 잡고 유지하면서 미사일만 꾸준히 떨어뜨리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각 스테이지 끝에는 큰 목표물이 기다립니다. 덩치가 커서 맞히기는 쉬운데 반격이 두껍기 때문에, 정면으로 붙지 말고 화면 가장자리를 돌면서 조금씩 깎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욕심내서 가운데로 들어가면 사방에서 탄이 몰려옵니다.

썬더 블레이드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7)

세가 체감형 기판의 시절

1980년대 중후반 세가는 오락실을 놀이기구처럼 만들려 했습니다. 앉는 자리 자체가 움직이거나, 조종간이 실물처럼 생긴 대형 캐비닛을 연달아 내놓던 시기입니다. 썬더 블레이드도 그 계보에 있는 게임으로, 큰 기계 버전에서는 조종간과 함께 좌석이 반응하는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기계는 값이 비쌌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대형 캐비닛보다 일반 크기의 기판으로 들어온 경우가 많았고, 좌석이 흔들리는 원래 형태를 경험한 사람은 훨씬 적습니다. 동네 오락실 기준으로는 화면이 확대 축소되며 밀려오는 그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신기한 게임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세가의 다른 체감형 작품들과 비교하면, 썬더 블레이드는 시점 전환이라는 장치를 자기 것으로 삼았습니다. 계속 뒤에서만 보여 주는 게임보다 한 판의 표정이 다양하고, 그만큼 지루해질 틈이 적습니다. 대신 조작이 두 번 바뀌니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지금 다시 몰아 보면

요즘 3D 게임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원근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스프라이트를 키우고 줄여 거리를 흉내 낸 방식이라, 거리 감각이 실제와 조금 다릅니다. 그 감각에 적응하는 데 몇 판이 필요하고, 그 전까지는 벽에 부딪히는 죽음이 계속 나옵니다.

적응하고 나면 속도감은 여전히 훌륭합니다. 건물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며 지상을 갈아 버리는 그림은 지금 봐도 시원합니다. 세가가 체감형 게임으로 무엇을 하려 했는지를 한 판만 해 봐도 알 수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