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매직
아라비안 매직 (Arabian Magic Ver 1 0o 1992 07 06) · 1992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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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오락실은 벨트스크롤 액션이 가장 뜨겁던 시기입니다. 사각형 화면을 옆으로 밀며 몰려오는 적을 두들기는 게임이 회사마다 쏟아져 나왔고, 그 안에서 눈에 띄려면 배경이든 연출이든 뭔가 하나는 달라야 했습니다. 타이토가 꺼낸 카드는 아라비안나이트였습니다. 램프의 요정, 하늘을 나는 양탄자, 사막의 궁전 같은 소재를 화면에 잔뜩 깔아 놓고, 그 위에서 마법을 터뜨리게 만들었습니다.
아라비안 매직(Arabian Magic)은 네 명의 주인공 중 하나를 골라 옆으로 이어지는 무대를 나아가며 적을 쓸어 담는 벨트스크롤 액션입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면서 몰려나오는 적을 처리하고, 구간 끝에서 기다리는 강한 상대를 넘으면 다음 무대로 넘어갑니다. 여럿이 동시에 붙어 함께 진행할 수 있어, 오락실에서는 옆자리 사람과 즉석으로 한 팀이 되는 광경이 흔했습니다.
네 명 중 누구를 고를까
주인공은 왕자 라시드, 공주 리사, 신드바드, 아프샤엘 네 명입니다. 이 게임은 캐릭터마다 쓰는 무기와 마법이 다르고, 그 차이가 체감상 꽤 큽니다. 벨트스크롤 액션의 캐릭터 선택은 대개 힘과 속도의 맞바꿈으로 정리되는데, 여기서는 거기에 마법이라는 축이 하나 더 붙습니다.
기본 원칙은 이렇습니다. 공격 범위가 넓은 캐릭터는 여럿에게 둘러싸였을 때 강하고, 한 방이 무거운 캐릭터는 강한 상대와 일대일로 붙을 때 유리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사거리가 넉넉하고 휘두르는 동작이 빠른 쪽을 고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벨트스크롤에서 죽는 이유의 대부분은 앞뒤로 끼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법은 아껴 쓰는 물건입니다. 대개 이런 게임에서 화면 전체를 정리하는 기술은 체력을 대가로 쓰거나 횟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잡졸 서넛에게 쓰기보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게 둘러싸였을 때나 강한 상대의 연속 공격에 갇혔을 때 쓰는 게 맞습니다.
벨트스크롤의 기본기
이 장르는 앞으로 걷는 게임이 아니라 자리를 잡는 게임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아래 축입니다. 적과 같은 줄에 서 있어야 공격이 닿고, 반대로 그 줄에 서 있으면 상대의 공격도 닿습니다. 그러니 때린 뒤에는 즉시 위나 아래로 반 걸음 빠져 줄을 어긋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두 번째는 등 뒤 관리입니다. 적은 화면 왼쪽에서도 계속 들어옵니다. 앞쪽 무리에 집중하다 보면 뒤에서 붙잡히고, 붙잡히면 그대로 연달아 맞습니다. 되도록 벽이나 화면 끝을 등지고 싸우거나, 한쪽으로 적을 몰아 한 방향만 상대하는 식으로 판을 정리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던지기와 잡기입니다. 이 계열 게임에서 잡기는 대미지 수단이면서 동시에 탈출 수단입니다. 여럿에게 둘러싸였을 때 하나를 잡아 다른 쪽으로 던지면, 던져진 몸이 주변 적까지 쓰러뜨리며 잠깐 공간이 생깁니다. 그 틈에 빠져나오는 게 정석입니다.
같은 시기 다른 게임과 견주면
이 게임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세가의 아라비안 파이트와 자주 비교됩니다. 소재가 겹치고 나온 해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화면이 주는 인상은 세가 쪽이 더 강했다는 평이 많았는데, 커다랗게 확대되는 캐릭터를 앞세운 연출이 워낙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 게임은 손에 잡히는 감각 쪽에서 점수를 받았습니다. 화려한 연출보다 때리고 피하는 기본 동작이 명확하고, 마법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라는 판단거리가 있어 반복해서 붙어 볼 여지가 있었습니다. 눈으로 놀라게 하는 게임과 손으로 붙잡는 게임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이토는 이 시기 벨트스크롤 액션을 여러 편 내놨습니다. 이 회사 특유의 밝고 만화 같은 그림체와 기억에 남는 음악은 이 게임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어두운 도시 뒷골목을 배경으로 삼는 게임이 많던 장르에서, 색이 화사한 사막과 궁전을 내세운 건 분명한 차별점이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의 자리
국내에서는 같은 시기에 나온 다른 대작 벨트스크롤들에 가려 크게 유행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 게임을 들여놓은 오락실에서는 화면 색감 덕에 눈에 잘 띄었고, 여럿이 붙어 앉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람이 몰릴 때는 자리가 꽉 차기도 했습니다.
이 장르가 국내에서 오래 사랑받은 이유는 결국 함께 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끼리 동전을 넣고 잠깐 한 팀이 되었다가 판이 끝나면 흩어지는 경험은 이 시기 오락실이 가진 고유한 문화였습니다. 지금 이 게임을 다시 켜 보면, 그 시절 벨트스크롤이 어떤 문법으로 만들어졌는지가 한 판 안에 다 들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