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경파 쿠니오군 패미컴판
열혈경파 쿠니오군 (Renegade USA) · 1987 · Tech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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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가 시작된 자리
한국에서 쿠니오군 하면 대부분 다운타운 열혈 시리즈나 열혈고교 피구부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교복 입은 짧은 머리 학생이 주먹 하나로 학교를 돌아다니며 불량배 무리와 붙는 이 게임이, 이후 수십 편으로 불어난 쿠니오군 계보의 첫 작품입니다.
열혈경파 쿠니오군(Renegade)은 원래 오락실에서 나온 벨트스크롤 액션이고, 여기 실린 것은 그 패미컴 이식판입니다. 좌우로 이어지는 좁은 무대에서 몰려드는 적을 때려눕히고 스테이지 보스를 쓰러뜨리면 다음 무대로 넘어갑니다. 나중 시리즈의 코믹한 분위기와 달리 이쪽은 훨씬 거칠고 살벌한 톤입니다.
앞뒤를 동시에 상대한다
조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공격 버튼이 방향에 따라 나뉜다는 것입니다. 한 버튼은 왼쪽, 다른 버튼은 오른쪽을 때립니다. 그래서 앞뒤로 협공당해도 방향을 바꾸지 않고 좌우를 번갈아 때릴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이게 대단히 시원한데, 처음에는 원하는 쪽이 안 나가서 헛손질을 하기 쉽습니다.
기술도 단순한 펀치와 킥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적을 잡아서 무릎으로 찍고, 넘어진 적 위에 올라타 연속으로 얼굴을 때리고, 뛰어올라 옆차기를 넣는 동작까지 있습니다. 특히 올라타서 두들기는 마무리는 당시 패미컴 액션에서 보기 드물게 노골적이라, 처음 본 사람들이 놀라곤 했습니다.
무대마다 다른 적
무대는 지하철역, 뒷골목, 부두, 폭주족 소굴 같은 식으로 이어집니다. 적도 무대마다 성격이 달라서, 어떤 무리는 몰려와 붙잡고 늘어지고 어떤 무리는 거리를 두고 무기를 휘두릅니다. 오토바이가 달려드는 구간처럼 아예 성격이 다른 장면도 끼어 있습니다.
각 무대 끝에는 그 무리의 두목이 기다립니다. 두목은 체력이 두툼하고 잡기에 잘 걸리지 않아서, 잔챙이를 먼저 정리한 뒤 일대일로 붙는 것이 정석입니다. 여러 명에게 둘러싸인 채 두목을 상대하면 순식간에 체력이 녹아내립니다.
지금 해 봐도 통하는 손맛
이 게임의 난도는 만만치 않습니다. 체력 회복 수단이 넉넉하지 않고 적이 꾸준히 밀려들어서, 무작정 앞으로 나가면 금방 막힙니다. 벽을 등지고 서서 한쪽에서만 오게 만들거나, 무리 가운데로 들어가지 않고 가장자리에서 하나씩 떼어 내는 식의 자리 잡기가 필요합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조작이 뻣뻣한 구석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도 주먹이 맞았을 때의 묵직한 반응과, 넘어진 적에게 달려가 마무리를 넣는 흐름은 여전히 통합니다. 이후 쿠니오군 시리즈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그 원형이 어디서 왔는지 확인하는 재미가 각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