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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프 앤 워프

워프 앤 워프 (Warp Warp) · 1984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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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하나에 서로 다른 두 개의 게임이 들어 있습니다. 한쪽은 사방이 트인 우주에서 총을 쏘는 게임이고, 다른 한쪽은 벽으로 막힌 미로에서 폭탄을 놓는 게임입니다. 화면 가운데 놓인 워프 지점을 밟으면 두 세계가 바뀝니다. 1981년 남코가 만든 이 게임은 지금 봐도 발상이 대담합니다.

워프 앤 워프 액션 게임 화면 1 - MSX (1984)

우주와 미로, 두 개의 규칙

워프 앤 워프(Warp & Warp)는 혀를 내민 외계인들을 처리하며 점수를 쌓는 액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것은 '몬스터 파이터'라 불리는 캐릭터이고, 무기는 세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주 쪽에서는 총을 씁니다. 벽이 없어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는 대신, 적도 총을 쏘며 반격해 옵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탄을 피하면서 조준을 맞춰야 하니 반사신경 싸움에 가깝습니다.

미로 쪽에서는 총이 나가지 않고 대신 시한폭탄을 놓습니다. 폭탄은 놓고 잠시 뒤에 터지기 때문에, 적이 지나갈 길목을 미리 읽고 그 자리에 깔아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본인도 그 폭발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봄버맨보다 몇 해 앞서 이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자주 언급되는 게임입니다.

이 두 세계가 번갈아 나오는 게 아니라, 화면 안의 워프 지점을 통해 플레이어가 원할 때 넘나든다는 게 핵심입니다. 우주에서 위험해지면 미로로 도망칠 수 있고, 미로에서 몰리면 우주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공간 이동 자체가 생존 수단인 셈입니다.

워프 앤 워프 액션 게임 화면 2 - MSX (1984)

처음 하면 막히는 곳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두 세계의 조작 감각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우주에서 쏘던 리듬으로 미로에 들어가면 폭탄만 헛되이 깔다가 죽고, 미로에서 익힌 신중한 움직임으로 우주에 나오면 적탄에 그대로 맞습니다. 넘어갈 때마다 머릿속 규칙을 갈아 끼워야 합니다.

미로에서 자주 나오는 사고는 자기 폭탄에 죽는 것입니다. 폭탄을 놓았으면 즉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적을 확실히 잡겠다고 근처에서 서성이다 같이 터지는 일이 흔합니다. 놓고 도망치는 것을 한 동작처럼 붙여서 몸에 익혀야 합니다.

우주에서는 화면 구석에 몰리지 않는 게 기본입니다. 이 시기 게임 특성상 자기 총알이 화면에 하나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쏜 총알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다음 발이 나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 데나 갈기는 습관은 곧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사거리 안에 적이 들어왔을 때만 쏘는 절제가 필요합니다.

워프 앤 워프 액션 게임 화면 3 - MSX (1984)

어떻게 점수를 올리는가

이 시절 게임 대부분이 그렇듯 끝이 있는 게임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를 겨루는 게임입니다. 판을 넘길수록 적의 수와 속도가 올라가고,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이 따라갈 수 없는 지점이 옵니다.

점수를 노린다면 미로 쪽을 잘 써야 합니다. 폭탄은 한 번에 여러 마리를 함께 잡을 수 있어서 효율이 좋고, 적이 몰려 있는 통로에 잘 깔면 큰 이득을 봅니다. 반대로 위험할 때는 우주로 나와 총으로 하나씩 안전하게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어느 쪽에 머물지를 상황에 따라 정하는 판단이 실력의 대부분입니다.

남코의 초기작으로서

남코는 1980년 팩맨으로 미로 게임의 문법을 세운 회사입니다. 이 게임은 그 직후에 나온 작품으로, 미로를 다루는 방식을 다시 뒤집어 본 시도로 읽힙니다. 팩맨이 도망치며 점을 먹는 게임이었다면, 이쪽은 미로 안에서 함정을 설치해 사냥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발상은 훗날 패미컴용 워프맨으로 다시 다듬어져 나왔고, 남코가 초기에 쌓아 둔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재활용되었는지 보여 주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MSX로도 옮겨졌는데, MSX판은 오락실 원작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가정용 기기에 맞게 정리한 형태입니다.

MSX와 한국

한국에서 MSX는 80년대 중후반 가정용 컴퓨터의 대표 격이었습니다. 학습용이라는 명분으로 집에 들어왔지만 실제로는 게임기 노릇을 했고, 남코나 코나미의 롬팩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락실에서 백 원을 내야 하던 게임을 집에서 무한정 할 수 있다는 게 그 시절 MSX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오락실 원작 자체가 한국에서는 널리 깔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화면을 보면 그 시절 게임 특유의 단순명료함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설명서 없이도 몇 분이면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알게 됩니다. 규칙이 둘인데도 헷갈리지 않게 만들어 놓은 솜씨가 오래된 게임치고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