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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닝 일레븐

위닝 일레븐 2 (Pro Evolution Soccer 2) · 2002 · Konami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축구 게임의 판을 바꾼 계열

국내에서 축구 게임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두 이름이 맞섰습니다. 하나는 실제 선수 이름과 라이선스를 앞세운 쪽이었고, 다른 하나가 조작의 손맛으로 승부한 이 계열이었습니다. 라이선스가 부족해 선수 이름이 비슷하게 바뀌어 나오는데도, 공을 차 보면 이쪽이 낫다는 말이 학교마다 돌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패스가 자로 잰 듯 붙지 않기 때문입니다. 버튼을 누른 세기와 방향이 그대로 공에 실리고, 조금만 어긋나면 상대에게 끊깁니다. 잘 넣은 패스 하나가 성취감으로 남는 구조라서, 한 골이 아주 비싸게 느껴집니다.

위닝 일레븐 스포츠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2002)

어떤 게임인가

위닝 일레븐(Pro Evolution Soccer)은 열한 명을 조작해 상대 골문에 공을 넣는 정통 축구 게임입니다. 화면은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이고, 공을 가진 선수 한 명을 직접 몰면서 나머지는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버튼 구성이 익히기 쉽습니다. 짧은 패스, 긴 패스, 슛, 스루패스 네 개가 기본이고, 여기에 대시와 방향 입력을 얹어 드리블 속임 동작을 만듭니다. 몇 판만 해도 손에 붙지만, 스루패스를 언제 찔러 넣느냐는 백 판을 해도 계속 배웁니다.

위닝 일레븐 스포츠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2002)

손맛의 정체

이 계열의 특징은 관성입니다. 전력으로 달리던 선수는 방향을 바로 꺾지 못하고 크게 돌아 나갑니다. 그래서 수비할 때는 무작정 달려들기보다 각도를 좁히며 따라붙는 편이 낫고, 공격할 때는 상대 수비수가 달려드는 관성을 이용해 반대로 빠져나가는 것이 기본기가 됩니다.

슛도 마찬가지로 버튼을 누른 길이가 힘이 됩니다. 골키퍼와 가까울수록 짧게 끊어 차야 하고, 멀리서는 길게 눌러 감아 찹니다. 이걸 모르면 골대 위로만 계속 넘어가서, 처음 잡은 사람은 한동안 골을 못 넣습니다.

대전과 사람들

혼자 하는 리그와 컵 모드도 있지만, 이 게임이 남긴 기억은 대부분 둘이 붙은 판입니다. 패드 두 개를 나눠 쥐고 앉으면 실력 차가 금방 드러나고, 진 사람이 다음 판에 팀을 바꿔 다시 붙는 흐름이 밤새 이어집니다.

팀 고르는 취향도 갈렸습니다.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 한둘로 뚫는 팀을 쓰는 사람과, 조직적으로 패스를 돌려 무너뜨리는 팀을 쓰는 사람이 나뉘었고, 서로 상대 스타일을 대놓고 흉봤습니다. 실제로는 어느 쪽이든 스루패스 타이밍을 잘 잡는 사람이 이겼습니다.

지금 해 보면

요즘 축구 게임에 비하면 선수 모델도 거칠고 연출도 소박합니다. 그런데 막상 조작해 보면 답답하지 않습니다. 공을 다루는 규칙이 명확하고, 내가 잘못 눌러서 뺏겼다는 게 매번 납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짧게 한 판만 하고 나오기에도 좋습니다. 전반 후반을 짧게 잡으면 십 분이면 끝나고, 그 안에 넣은 한 골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