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 칸 (패미컴)
칭기즈 칸 (Genghis Khan USA) · 1990 · Ko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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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에서 시작하는 정복
삼국지가 중국 대륙 안의 싸움이라면, 칭기즈 칸은 지도가 훨씬 넓습니다. 몽골 초원에서 출발해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이어지는 판 위에서 벌어지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처음 지도를 봤을 때의 인상이 강렬합니다. 내가 가진 것은 초원의 부족 하나뿐인데, 화면에는 이름만 들어 본 먼 나라들이 잔뜩 늘어서 있습니다. 이 거리감이 게임의 목표를 분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어떤 게임인가
칭기즈 칸 (패미컴)(Genghis Khan)은 코에이가 만든 역사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한 세력의 지도자가 되어 내정을 다지고 군대를 길러 주변 세력을 정복해 나갑니다.
시나리오는 크게 두 종류입니다. 몽골 부족들만을 무대로 하는 통일 시나리오와, 유라시아 전체를 무대로 하는 세계 정복 시나리오입니다. 앞의 것이 규모가 작아 배우기 좋고, 뒤의 것이 이 게임의 진짜 모습입니다.
내정이 먼저다
전략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초반부터 군대를 몰고 나가는 것입니다. 이 게임에서 그렇게 하면 대개 자멸합니다.
병사를 유지하려면 식량이 필요하고, 식량은 농지를 개간해야 나옵니다. 무기와 말도 사야 하는데 그것은 돈입니다. 그리고 인구가 늘어야 병사를 모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처음 몇 년은 개간하고 상업을 키우고 민심을 관리하는 데 써야 합니다.
민심이 나빠지면 세금이 걷히지 않고 반란이 일어납니다. 흉년이 들었을 때 창고를 열어 백성을 먹이는 판단이 장기적으로는 이득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균형 감각을 익히는 것이 게임의 절반입니다.
가족과 인재
코에이 게임 중에서도 이 작품은 인물 관리의 비중이 유독 큽니다. 자식을 낳아 후계를 키우는 요소가 있어서, 세대를 이어 가며 세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능력 있는 아들이 태어나면 큰 자산이지만 능력치는 정해져 있지 않고, 혼인 상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다른 세력의 딸을 맞아들이는 선택이 단순한 외교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전력을 결정하는 투자가 됩니다.
지도자가 죽었을 때 후계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세력이 흔들립니다. 오래 잘 굴러가던 나라가 한 번의 세대 교체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있어서, 전쟁만큼이나 집안 관리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전쟁의 규모
출정하면 전장 화면으로 넘어가 부대를 지휘합니다. 병종은 기병과 보병과 궁병으로 나뉘고, 몽골 세력의 특징인 기병의 기동력이 실제 전투에서 뚜렷한 강점으로 나타납니다.
먼 나라를 칠 때는 거리 자체가 적입니다. 원정 거리가 길면 식량 소모가 커지고, 도착했을 때 이미 병력이 지쳐 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진격하기보다 중간에 거점을 확보하며 나아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 세력을 무너뜨리면 그 영지의 인물과 자원을 얻게 되고, 그것이 다음 원정의 밑천이 됩니다. 이 눈덩이 효과가 붙기 시작하면 지도가 빠르게 물들어 가고, 그때부터가 이 게임에서 가장 즐거운 구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