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 포스
콘트라 포스 (Contra Force USA) · 1992 · Konami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콘트라인데 콘트라가 아닌 게임
패키지에는 분명 콘트라라고 적혀 있는데, 시작 버튼을 누르는 순간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외계 생명체도 없고, 상반신을 드러낸 근육질 병사도 없습니다. 대신 도시의 거리에서 네 명의 요원이 총을 들고 뛰어다닙니다. 콘트라 시리즈를 기대하고 잡은 사람일수록 첫 스테이지에서 어리둥절해집니다.
사정이 있습니다. 이 게임은 원래 콘트라와 무관한 별개의 작품으로 개발되던 것이었고, 북미 출시 단계에서 콘트라라는 이름을 얹어 내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시리즈 특유의 SF 세계관도, 슈퍼 콘트라로 이어지는 계보도 이 작품에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시리즈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이질적인 작품으로 이야기되는 이유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콘트라 포스(Contra Force)는 옆으로 스크롤되는 화면에서 총을 쏘며 나아가는 런앤건 액션입니다. 방향키로 이동하고 점프하며, 버튼으로 사격합니다. 화면에 쉴 새 없이 적이 나오고, 총알 한 발에 죽는 게 아니라 체력 개념이 있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이미 원조 콘트라와 성격이 갈립니다.
가장 큰 차이는 캐릭터 선택입니다. 네 명의 요원 중 둘을 골라 스테이지에 들어가고, 게임 도중에 버튼으로 둘을 번갈아 교체할 수 있습니다. 교체된 쪽은 화면 밖에서 대기하다가 다시 불러낼 수 있어서, 한 명이 위험해지면 다른 한 명으로 바꾸는 식의 운용이 가능합니다.
네 명의 요원
요원들은 각자 다른 주무기를 들고 나옵니다. 정면으로 곧게 나가는 기본 총, 여러 갈래로 퍼지는 총,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투척 무기, 그리고 폭발형 무기까지 성격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어떤 조합을 고르느냐에 따라 같은 구간이 훨씬 쉬워지기도, 훨씬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직선으로 멀리 나가는 무기를 하나쯤 끼고 시작하는 편이 편합니다. 화면 밖에서 날아오는 적을 미리 정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퍼지는 무기는 가까이 붙은 적 무리를 한 번에 치우는 데 강해서, 좁은 구간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무기에는 강화 아이템이 있어 먹을수록 화력이 올라가지만, 맞으면 다시 내려가기 때문에 욕심내다 다 잃는 일이 잦습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난이도가 아니라 처리 속도입니다. 적과 총알이 조금만 많아지면 화면이 눈에 띄게 느려집니다. 패미컴의 한계 안에서 여러 캐릭터와 다수의 발사체를 굴리다 보니 생긴 현상인데, 익숙해지면 오히려 이 느려짐을 이용해 총알 사이를 빠져나가는 요령도 생깁니다.
두 번째는 위치 잡기입니다. 체력이 있다고 해서 정면 돌파를 하면 금방 바닥납니다. 발판 위나 화면 구석처럼 적의 진입 경로가 제한되는 자리를 먼저 차지하고 나서 쏘는 편이 훨씬 오래 버팁니다. 교체 기능도 소극적으로 쓰지 말고, 한쪽 요원의 체력이 위험해지기 전에 미리 바꿔 두는 것이 낫습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패미컴에서 나온 콘트라 계열 작품 가운데 이 게임은 늘 예외로 취급됩니다. 원조 콘트라와 슈퍼 콘트라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밀도와 한 방에 죽는 긴장감으로 기억된다면, 콘트라 포스는 체력과 캐릭터 교체를 얹어 조금 더 느긋한 액션을 지향합니다. 그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앞선 두 작품의 날카로움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밋밋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매 시기도 불리했습니다. 이미 다음 세대 기기로 관심이 옮겨 가던 시점에 나온 후기 패미컴 작품이라, 널리 알려질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정식 발매되지 않아 오랫동안 북미판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점도 인지도를 낮추는 데 한몫했습니다.
한국에서의 기억
국내에서는 콘트라 계열이 워낙 인기가 높았던 탓에, 팩 목록에서 이 이름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집어 든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대개는 "우리가 아는 그 콘트라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래도 두 명을 번갈아 쓰는 구조나, 무기 성격이 뚜렷한 캐릭터 선택은 당시 패미컴 액션 중에서 흔치 않은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그 이질감 때문에 다시 찾는 사람이 있는 게임입니다. 유명한 시리즈의 이름을 달았지만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되어 버린 사례로, 한 번쯤 직접 확인해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