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 파이터즈
크라임 파이터즈 (Crime Fighters World 2 Players) · 1989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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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미 벨트스크롤의 출발점
닌자 거북이가 오락실을 휩쓸던 바로 그해에 같은 회사가 내놓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분위기는 정반대입니다. 밝은 만화 대신 어두운 밤거리가 나오고, 상대는 각목과 칼을 든 뒷골목 패거리입니다.
이 게임에서 다듬어진 문법이 이후 코나미의 여러 벨트스크롤로 이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완성형이라기보다 출발점에 가깝고, 거친 구석이 그대로 남아 있어 오히려 그 시절 오락실의 공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크라임 파이터즈(Crime Fighters)는 잠입 경찰이 되어 조직에 납치된 사람들을 구해 내는 벨트스크롤 액션입니다. 여덟 개 스테이지가 이어지고, 무대는 지하철, 건물 옥상, 부둣가처럼 도시 곳곳입니다.
조작은 세 버튼입니다. 펀치, 킥, 그리고 점프가 각각 버튼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요즘 감각으로는 점프가 버튼으로 따로 있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이쪽이 표준에 가까웠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쇠파이프나 칼, 총 같은 무기를 주워 쓸 수 있고, 무기를 든 동안에는 훨씬 수월하게 밀고 나갈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 사이사이 연출도 눈에 띕니다. 지하철이 지나가고, 옥상에서 아래가 내려다보이고, 부둣가에는 배가 떠 있습니다. 배경이 그냥 그림이 아니라 그 장소가 어떤 곳인지 설명해 주는 방식이라, 여덟 개 스테이지를 지나는 동안 도시 하나를 관통한 기분이 듭니다.
악명 높은 난이도
이 게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난이도입니다. 체력이 빠르게 닳고, 회복할 방법은 인색합니다. 적은 여럿이 동시에 붙어 오고, 한 번 갇히면 손을 쓸 새도 없이 체력이 사라집니다. 동전을 계속 넣게 만드는 설계라는 말을 들을 만합니다.
끝판은 더 지독합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보스들이 한 화면에 전부 나와 한꺼번에 덤벼드는 구간이 마지막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혼자서 정직하게 뚫기는 대단히 어렵고, 여기까지 왔다면 이미 동전을 꽤 썼을 겁니다.
적의 종류도 제법 갈립니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부류, 무기를 들고 거리를 재는 부류, 뒤에서 던지는 부류가 섞여 나옵니다. 무엇이 나왔는지 보고 순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개 던지는 쪽부터 먼저 지우는 편이 안전합니다.
오래 버티는 요령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입니다. 화면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앞뒤로 둘러싸입니다. 위아래로 움직여 적들을 한 줄로 세우고, 화면 가장자리를 등지고 싸우면 맞는 횟수가 확연히 줄어듭니다.
무기는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무기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 게임에서는 특히 큽니다. 총을 주웠다면 아무 데나 쏘지 말고, 무기를 든 적이나 보스에게 씁니다.
그리고 점프킥을 익혀 두면 좋습니다. 뛰어들며 차는 공격은 사거리가 길고 상대의 반격을 넘길 수 있어서, 붙었다 떨어지는 싸움을 만들 때 유용합니다. 무작정 주먹만 휘두르면 반드시 반격을 맞습니다.
동전을 넣어 이어 하면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밀고 갈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넘긴 구간은 다음에 다시 와도 여전히 막힙니다. 한 구간에서 계속 죽는다면 이어 하기 전에 그 구간의 적 구성부터 다시 보는 편이 낫습니다.
속편과 그 뒤
이 게임의 속편은 몇 년 뒤에 나왔고, 그쪽에서 조작과 균형이 훨씬 다듬어졌습니다. 국내에서 이 계보를 기억하는 사람 대다수는 사실 속편 쪽을 먼저 떠올립니다. 원작인 이 작품은 그만큼 거칠고 인정사정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 작품에서 처음 시도된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여러 명이 한 화면에서 함께 싸우는 구성, 무기를 주워 쓰는 규칙, 도시를 배경으로 한 연출은 이후 이 장르의 기본 재료가 되었습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서
체력이 금방 닳는 게임은 학생 주머니 사정에서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은 대개 구경하는 사람이 더 많았고, 실제로 끝까지 본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과 달리 동전 걱정 없이 앞뒤를 다 확인해 볼 수 있으니, 당시 어디까지 잔인했는지 직접 재어 보기에 좋은 게임입니다.
소재가 어둡고 표현이 거칠어서 후속작만큼 널리 회자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 장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보고 싶다면 이 작품만큼 분명한 예도 없습니다. 다듬어지기 전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익숙한 벨트스크롤을 해 온 사람일수록 낯선 감각을 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