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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빌리어드

퍼펙트 빌리어드 (Perfect Billiard) · 1987 · Nihon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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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오락실에 들어온 당구대

1980년대 후반 오락실은 총을 쏘고 적을 부수는 게임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당구대를 그린 화면이 하나 놓여 있으면 묘하게 눈에 띄었습니다. 화면 가득 초록색 천이 깔리고 그 위에 공이 흩어져 있는 장면은, 옆에서 폭발이 터지고 있는 다른 기계들 사이에서 확실히 다른 물건으로 보였습니다.

이 시기에 당구는 성인들이 당구장에 가서 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당구대는 자리도 크고 어린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에 있었으니, 오락실 화면 안에 들어온 당구대는 그 문턱을 없애 준 셈입니다. 동전 하나로 당구를 쳐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게임의 매력이었습니다.

퍼펙트 빌리어드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7)

어떤 게임인가

퍼펙트 빌리어드(Perfect Billiard)는 당구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놓고, 큐볼을 쳐서 목표 공을 포켓에 넣는 게임입니다. 조작은 두 단계로 나뉩니다. 먼저 레버로 큐를 돌려 어느 방향으로 칠지 정하고, 그다음 버튼으로 세기를 맞춰 칩니다. 이 두 가지를 맞추는 것이 게임의 전부이고, 규칙 자체는 몇 초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판은 정해진 조건을 채우는 방식으로 흘러갑니다. 화면에 놓인 공을 정해진 시간과 횟수 안에 처리해야 하고, 판이 올라갈수록 공 배치가 어려워지거나 조건이 까다로워집니다. 그래서 처음 몇 판은 쉽게 넘어가다가 어느 지점부터 갑자기 손이 멈추게 됩니다. 실제 당구처럼 한 번의 실수가 다음 배치를 통째로 망가뜨리기 때문입니다.

퍼펙트 빌리어드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7)

각도와 세기, 두 가지 감각

이 게임의 재미는 결국 두 가지 감각을 익히는 데 있습니다. 하나는 각도입니다. 큐볼이 목표 공의 어느 쪽에 맞느냐에 따라 목표 공이 나가는 방향이 정해지므로, 포켓과 목표 공을 잇는 선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큐볼을 겨눠야 합니다. 이것은 실제 당구에서도 똑같이 쓰는 방식이라, 이 게임을 해 본 사람은 당구대 앞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보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세기입니다. 세게 치면 공이 멀리 가지만 원하는 자리에 멈추지 않고, 약하게 치면 정확한 대신 목표 공이 포켓까지 굴러가지 못합니다. 초보자는 대개 너무 세게 칩니다. 세게 치면 뭔가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이 쿠션에 튀며 배치를 흐트러뜨려서, 다음 한 번이 훨씬 어려워집니다. 목표 공을 넣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친 뒤에 큐볼이 어디에 멈추는지까지 그려 보는 습관이 붙으면 성적이 확 달라집니다.

퍼펙트 빌리어드 스포츠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7)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첫째는 겨냥할 때 목표 공만 보는 것입니다. 봐야 할 것은 목표 공이 아니라 목표 공과 포켓을 잇는 선입니다. 그 선을 먼저 정하고 나서 큐볼이 그 선을 만들려면 어디에 맞아야 하는지를 역으로 찾는 순서로 생각해야 합니다.

둘째는 쿠션을 무서워하는 것입니다. 직선으로 갈 길이 막혔을 때 벽에 튕겨 각도를 만드는 것이 당구의 절반입니다. 처음에는 계산이 안 되지만, 튕겨 나가는 각도가 들어간 각도와 대칭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도 쓸 수 있는 수가 크게 늘어납니다.

셋째는 시간에 쫓겨 급하게 치는 것입니다. 제한 시간이 있으니 마음이 급해지는데, 급하게 친 한 번이 배치를 망가뜨리면 남은 시간 전부를 날립니다. 겨냥에 몇 초를 더 쓰는 편이 결국 시간을 아끼는 길입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사정

이 게임을 만든 곳은 1980년대에 아케이드 기판을 내놓던 일본 회사이고, 이 게임은 다른 회사를 통해 유통되면서 지역에 따라 제목 표기가 조금씩 달랐습니다. 이 시기에는 개발한 회사와 판매를 맡은 회사가 다른 경우가 흔해서, 같은 게임인데 캐비닛에 붙은 이름이 나라마다 다르게 남아 있는 일이 많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소박한 게임입니다. 화면 대부분이 고정된 당구대이고 움직이는 것은 공 몇 개뿐이라, 당시 기판으로도 충분히 부드럽게 굴릴 수 있었습니다. 대신 개발의 몫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공이 부딪혔을 때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굴러가는지가 어색하면 게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눈으로 봤을 때 그럴듯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런 게임의 핵심이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당구를 소재로 한 게임은 한국 오락실에서 꾸준히 자리를 지킨 분야였습니다. 실제 당구장이 워낙 흔했고 규칙을 아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화면만 봐도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격투나 슈팅처럼 손이 빨라야 하는 게임이 아니라 차분히 생각하는 게임이라, 나이가 있는 손님도 편하게 앉을 수 있었습니다.

옆에서 구경하는 재미도 컸습니다. 다음에 어디를 쳐야 하는지가 화면에 그대로 보이니, 옆 사람이 훈수를 두기 딱 좋았습니다. 저기 말고 저 공을 먼저 넣어야지 하는 말이 오가는 동안 한 판이 지나가곤 했습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게 된 지금, 각도를 재고 세기를 맞추던 그 감각을 다시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