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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 블랙

포켓몬스터 블랙 (Pocket Monsters Black Japan Ndsi Enhanced) · 2010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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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포켓몬이 하나도 없는 모험

5세대가 발표됐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소식은 엔딩을 볼 때까지 기존 포켓몬이 단 한 마리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피카츄도 없고, 이상해씨도 없습니다. 풀숲에서 마주치는 것부터 체육관 관장이 쓰는 것까지 전부 처음 보는 포켓몬입니다. 시리즈를 오래 해 온 사람일수록 첫 도감이 텅 빈 채 시작하는 그 낯선 감각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포켓몬스터 블랙(Pocket Monsters Black)은 이젠 지방을 무대로 한 5세대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고향 마을에서 첫 파트너를 받아 여덟 개 체육관을 돌며 배지를 모으고, 마지막에는 사천왕과 챔피언에게 도전합니다. 뼈대는 시리즈의 전통 그대로인데, 등장하는 포켓몬과 이야기의 무게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포켓몬스터 블랙 RPG 게임 화면 1 - 닌텐도 DS (2010)

세 마리의 첫 파트너

시작할 때 고르는 것은 풀타입 주리비얀, 불꽃타입 뽀카브, 물타입 수댕이입니다. 이전 세대와 달리 세 마리를 연구소가 아니라 집에서 상자째 받는 연출로 시작합니다. 진화하면 각각 뚜렷한 방향으로 갈리는데, 뽀카브 계열은 격투 타입이 붙고 수댕이 계열은 노말 격투로 마무리되는 식으로 조합이 짜여 있습니다.

이젠 지방의 포켓몬들은 디자인 방향이 이전과 다릅니다. 실존 동물을 그대로 옮긴 것보다 개념이나 물건에서 출발한 디자인이 많고, 그래서 처음에는 낯설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다만 야생 포켓몬의 종류가 워낙 많아서, 파티를 짜는 폭 자체는 시리즈에서 손꼽힐 만큼 넓습니다.

포켓몬스터 블랙 RPG 게임 화면 2 - 닌텐도 DS (2010)

플라스마단과 N

이 작품이 시리즈 안에서 특별하게 기억되는 것은 악당 조직 때문입니다. 플라스마단은 포켓몬을 사람에게서 해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겉으로는 포켓몬 보호를 내세우기 때문에 대놓고 악당이라고 부르기가 애매하고, 실제로 이야기 내내 주인공이 하는 일이 정말 옳은지 되묻습니다.

그 중심에 N이라는 청년이 있습니다. 포켓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인물로, 여정 곳곳에서 주인공과 마주치고 매번 배틀을 걸며 자기 주장을 펼칩니다. 적이라기보다 다른 답을 가진 상대에 가깝고, 최종 대결의 무대도 그래서 유난히 무겁습니다.

배틀 시스템의 변화

5세대는 배틀 연출을 크게 손봤습니다. 포켓몬 스프라이트가 배틀 중에 계속 움직이고, 체력이 줄면 도트 그림이 흔들립니다. 삼각형 배치로 세 마리가 동시에 싸우는 트리플 배틀과, 두 마리가 회전하며 자리를 바꾸는 로테이션 배틀이 추가돼 대전의 경우의 수가 늘었습니다.

기술 머신은 이 세대부터 사용 횟수 제한이 사라져 몇 번이든 다시 쓸 수 있게 됐습니다. 파티를 짜고 기술을 실험해 보는 부담이 크게 줄어든 변화라, 대전을 파고드는 사람들에게 특히 반가운 개선이었습니다.

엔딩 이후

챔피언을 이기고 나면 이젠 지방의 나머지 절반이 열립니다. 그때부터 기존 세대의 포켓몬들이 등장하기 시작해서, 봉인이 풀리듯 익숙한 얼굴들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본편에서 새 포켓몬만 보여 준 이유가 여기서 드러나는 구성입니다.

블랙판에는 화이트판과 다른 요소가 몇 가지 있습니다. 전설의 포켓몬이 다르고, 한쪽에만 등장하는 야생 포켓몬이 있으며, 지역 하나가 통째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블랙 쪽에는 현대적인 도시가 서 있어서, 두 버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지방인데도 인상이 꽤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