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크리스탈
포켓몬스터 크리스탈 (Pocket Monsters Crystal Version Japan) · 2000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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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 열여섯 개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성도 지방에서 여덟 개를 모으고 챔피언까지 꺾으면 보통은 거기서 끝나야 합니다. 그런데 배를 타고 건너가면 전작의 무대였던 관동 지방이 통째로 열려 있고, 체육관이 여덟 개 더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끝, 관동의 가장 높은 산 정상에는 첫 작품의 주인공이 아무 말 없이 서 있습니다.
엔딩을 본 뒤에 본편만 한 분량이 한 번 더 나오는 구성은 지금 기준으로도 파격입니다. 처음 그 배를 탔을 때의 얼떨떨함이 이 시리즈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포켓몬스터 크리스탈(Pocket Monsters Crystal Version)은 2세대 포켓몬의 세 번째 버전이자 완성판입니다. 성도 지방을 여행하며 포켓몬을 잡고 키우고, 체육관을 돌아 배지를 모아 사천왕에 도전하는 뼈대는 같지만 여러 부분이 손질되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처음으로 여자 주인공을 고를 수 있게 된 점, 그리고 포켓몬이 등장할 때 짧은 동작 애니메이션이 붙은 점입니다. 게임보이 컬러 전용으로 나온 덕에 색과 연출이 이전 버전들보다 확실히 살아 있습니다.
낮과 밤이 흐릅니다
2세대에서 들어온 시계 기능이 여기서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실제 시간에 맞춰 아침·낮·밤이 바뀌고, 나오는 야생 포켓몬이 달라집니다. 밤에만 나타나는 종류를 잡으려면 밤에 접속해야 했고, 요일마다 정해진 장소에 특별한 상대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알을 부화시키는 육성 시스템과 포켓몬에게 도구를 들려 주는 규칙, 악·강철 타입 추가까지 얹히면서 전투의 폭이 크게 넓어졌습니다. 1세대에서 지나치게 강했던 에스퍼 계열이 이때부터 견제를 받게 됩니다.
수쿤과 배틀 타워
크리스탈에는 전설의 개 세 마리 중 수쿤이 이야기 안으로 들어옵니다. 다른 버전에서는 마주치면 곧바로 도망가 버리는 상대였지만, 여기서는 별도의 전개를 거쳐 정해진 자리에서 정식으로 맞붙게 됩니다. 도망 다니는 상대를 쫓아다니는 스트레스를 덜어 준 배려였습니다.
엔딩 이후 열리는 배틀 타워도 이 버전에서 처음 붙었습니다. 레벨을 맞춘 상태에서 연전을 치르는 시설로, 이후 시리즈마다 이어지는 대전 시설 계보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분량이 워낙 넉넉해서 한 번 잡으면 오래 붙어 있게 됩니다. 성도를 도는 동안은 느긋하게 포켓몬을 모으고, 관동으로 넘어간 뒤에는 레벨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리듬이 자연스럽게 나뉩니다.
2세대를 대표하는 버전으로 흔히 꼽히는 이유가 분명한 작품입니다. 처음 포켓몬을 해 보는 사람에게도, 예전에 성도를 돌던 기억이 있는 사람에게도 무리 없이 권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