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 95
피파 사커 95 (Fifa Soccer 95 USA Europe En Fr de Es) · 1994 · Electronic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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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에서 클럽으로
피파 시리즈의 첫 작품은 국가대표팀만 다뤘습니다. 월드컵 분위기는 났지만, 내가 응원하는 동네 클럽은 화면에 없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인 피파 사커 95는 그 빈자리를 채웠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의 클럽 리그가 통째로 들어왔고, 시즌을 처음부터 끝까지 치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선수를 사고팔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시즌 중간에 다른 팀 선수를 데려오고, 필요 없는 선수를 내보냅니다. 축구 게임이 경기장 밖으로 발을 뻗은 첫 순간이었고, 이 방향은 이후 시리즈의 중심 축 하나가 됩니다.
어떤 게임인가
피파 95(FIFA Soccer 95)는 등각 시점으로 그려진 축구 경기를 조작하는 스포츠 게임입니다. 전작이 확립한 비스듬한 화면과 버튼 길이로 세기를 조절하는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그 위에 리그 시즌과 선수 이동을 얹었습니다.
한 경기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공을 잡으면 짧은 패스로 연결하고 공간이 열리면 길게 넘긴 다음 슛으로 마무리합니다. 수비할 때는 선수를 바꿔 가며 상대의 길을 막고 태클로 끊습니다. 조작 자체는 몇 분이면 익힐 수 있지만, 시즌을 통과하려면 팀을 어떻게 굴릴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시즌을 굴리는 재미
리그 모드에 들어가면 경기 하나하나가 순위표에 반영됩니다. 지면 순위가 내려가고, 이기면 올라갑니다. 부상이나 경고 누적도 따라오기 때문에, 다음 경기를 생각하면서 무리한 태클을 자제하는 판단이 필요해집니다.
이적 시장은 이 게임을 오래 붙잡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예산 안에서 팀을 다시 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되고, 잘 데려온 선수 한 명이 실제 경기에서 차이를 만들 때의 만족감이 큽니다. 전작이 한 경기의 재미로 승부했다면, 이 작품은 시즌 전체의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조작에서 익힐 것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슛입니다. 버튼을 오래 누르면 세게 차는데, 그만큼 위로 뜹니다. 골대 앞에서는 오히려 짧게 눌러 낮게 밀어 넣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 감각을 잡기 전까지는 결정적인 기회를 계속 하늘로 날려 보내게 됩니다.
패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짧은 패스는 가까운 선수를 향해 자동으로 연결되지만, 방향키를 함께 밀어 주지 않으면 엉뚱한 쪽으로 갑니다. 공을 받을 선수를 미리 정하고 방향을 맞춘 다음 버튼을 누르는 순서를 몸에 붙이면 실수가 크게 줄어듭니다.
수비에서는 태클을 아끼는 편이 좋습니다. 태클이 빗나가면 그 선수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그 틈에 상대가 그대로 밀고 들어옵니다. 상대 앞을 막아서서 방향을 좁히는 수비가 훨씬 안정적입니다.
전작과 무엇이 달라졌나
경기 자체의 감각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화면 구성도 같고 조작 체계도 같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가치는 경기 밖에 있습니다. 리그, 시즌, 이적, 그리고 팀 관리라는 층이 새로 생겼습니다.
선수 능력치도 좀 더 세분화되었습니다. 빠른 선수와 느린 선수, 슛이 좋은 선수와 패스가 좋은 선수의 차이가 경기에서 실제로 드러납니다. 팀을 짤 때 무작정 이름값이 높은 선수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리에 어떤 유형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 시절의 스포츠 게임
1990년대 중반은 스포츠 게임이 한 해 단위로 새 판을 내는 방식이 자리 잡던 시기입니다. 매년 선수 명단을 갱신하고 시스템을 조금씩 손보는 형태가 이때 굳어졌고, 피파는 그 흐름의 선두에 있었습니다.
메가드라이브라는 기기의 한계 안에서 이 정도의 팀 수와 선수 데이터를 담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선수 그림은 작지만 움직임은 부드럽고, 관중과 경기장 분위기를 소리로 채워 실제 경기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려 했습니다.
지금 해 보면 조작이 단순해서 오히려 편합니다. 복잡한 기술 입력 없이 패스와 슛만으로 한 경기가 굴러가니, 축구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금방 붙일 수 있습니다. 둘이서 붙으면 여전히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