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 프론티어
건 프론티어 (Gun Frontier World) · 1990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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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게임의 자기 기체가 권총 모양입니다. 우주선도 전투기도 아니고 리볼버입니다. 그 권총을 몰고 날아가 하늘의 해적들과 싸우고, 적을 부수면 미국 십 센트 동전이 떨어집니다. 그 동전을 다섯 개 모을 때마다 총이 강해집니다. 배경은 외계에 옮겨 놓은 서부 개척 시대이고, 지켜야 할 대상은 그곳에 정착한 개척민들입니다. 1990년에 이런 설정을 진지하게 밀어붙인 슈팅 게임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 게임의 첫인상입니다.
건 프론티어(Gun Frontier)는 타이토가 1990년에 F2 기판으로 내놓은 세로 스크롤 슈팅 게임입니다. 버튼은 두 개로, 하나는 주무기 발사, 다른 하나는 화면을 정리하는 봄입니다. 2인 동시 플레이가 되고, 오토 연사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하면 상당히 매운 난이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전과 금괴
이 게임의 파워업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총과 봄이 각각 따로 강해집니다.
총은 동전으로 키웁니다. 처음에는 기관총 두 줄로 시작하고, 들소 모양 적을 잡으면 십 센트 동전이 나옵니다. 이 동전을 다섯 개 모을 때마다 총기 등급이 한 칸 올라갑니다. 다섯 개 단위라는 점이 은근히 중요합니다. 네 개까지 모아 놓고 죽으면 그 노력이 아깝게 느껴지고, 그래서 한 개만 더 먹으려고 위험한 자리로 들어가다 죽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봄은 금괴로 키웁니다. 금괴는 지상 목표물을 부수면 나옵니다. 즉 공중의 적만 상대하면 봄은 계속 약한 상태로 남습니다. 지상 시설을 꼬박꼬박 부수며 나아가는 습관이 후반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봄을 아끼는 습관도 이 게임에서는 독이 됩니다. 목숨이 하나 날아가면 화력이 통째로 내려앉기 때문에, 죽을 것 같은 순간에 봄을 아끼는 것보다 그 자리에서 써서 살아남는 쪽이 이득입니다. 봄은 모아 두는 자원이 아니라 목숨을 사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맞습니다.
네 사람이 만든 게임
이 게임의 제작 과정은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비교적 자세히 알려져 있습니다. 기획을 맡은 센바 다카쓰나는 처음에 이백 쪽이 넘는 기획서를 들고 갔습니다. 회사는 그 기획을 그대로 승인하지 않았고, 예산을 사십 퍼센트 잘라 낸 뒤에야 개발을 허락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붙은 인원은 네 명이었습니다. 센바가 그래픽과 기획을 함께 맡았고, 프로그래머로 호리 다카마사와 구로키 나오야가, 기획과 디자인에 오노 도모히로가 참여했습니다. 사운드는 외부에 맡겼습니다. 네 명으로 아케이드 슈팅 한 편을 완성했다는 뜻입니다.
기술적으로 이들이 붙잡고 있던 문제는 캐릭터 메모리 용량이었습니다. 64K라는 한계 안에서 F2 기판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을 뽑아내려 했고, 세로 방향 래스터 스크롤을 구현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들었습니다. 그 결과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이 2스테이지의 폭포 연출입니다. 회사가 눈에 띄는 볼거리를 하나 넣으라고 요구해서 만들어진 장면인데, 센바가 여름 휴가 기간에 에어컨도 없는 사십 도 넘는 방에서 손으로 애니메이션을 그렸다고 합니다.
어렵기로 소문난 이유
이 게임은 쉽지 않습니다. 적탄이 빠르고, 화면 아래쪽에서 웅크리고 있어도 안전한 자리가 잘 생기지 않습니다. 총을 키우지 못한 상태로 후반에 들어가면 적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화면이 순식간에 막힙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것은 앞으로 나가는 습관입니다. 슈팅 게임을 처음 하면 본능적으로 화면 맨 아래에 붙게 되는데, 이 게임에서는 그러면 적을 늦게 잡게 되고 늦게 잡으면 적탄이 이미 뿌려진 뒤입니다. 화면 중단까지 올라가 적이 나오는 즉시 처리하는 쪽이 결과적으로 더 안전합니다.
개발진은 후반의 재미를 위해 숨겨진 보너스 요소를 여럿 넣었습니다. 테스트 도중에 직원 두 명이 노 미스로 끝까지 가는 것을 보고, 오래 붙잡고 팔 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추가한 것들입니다. 한 번 클리어한 뒤에도 파고들 것이 남아 있는 구성입니다.
지금 다시 보면
타이토는 1980년대 후반부터 F2 기판으로 다양한 게임을 쏟아 냈습니다. 그중에는 널리 알려진 대작도 있고, 이 게임처럼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름값이 높은 작품도 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대세를 이룬 기계는 아니었지만, 슈팅을 좋아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서부 배경과 권총 기체라는 조합으로 확실히 기억되는 게임입니다.
지금 브라우저로 실행해 보면, 좁은 용량 안에서 뽑아낸 화면이 어떤 것인지 바로 느껴집니다. 동전을 세며 총을 키우고 지상 목표를 챙겨 봄을 늘리는 두 가지 흐름을 동시에 신경 쓰다 보면, 네 명이 만든 게임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놀랍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