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페이 토마덴
겐페이 토마덴 (Genpei Toumaden) · 1986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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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통째로 바뀌는 액션
이 게임을 처음 보면 당황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작은 캐릭터로 옆으로 나아가던 화면이, 어느 구간에 들어서면 캐릭터가 화면 절반을 차지할 만큼 커집니다. 그러다 또 다른 구간에서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바뀝니다.
같은 게임 안에서 보는 방식 자체가 세 번씩 바뀌는 구성은 1980년대 중반 기준으로 대담한 선택이었습니다. 큰 캐릭터로 바뀌는 구간에서는 쓸 수 있는 동작도 늘어나서, 단순히 그림만 커지는 게 아니라 싸우는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 변화가 이 게임의 인상을 만듭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겐페이 토마덴(Genpei Toumaden)은 남코가 1986년에 내놓은 액션 게임입니다. 옛 일본의 전란에서 목숨을 잃은 무사가 되살아나, 자신을 무너뜨린 쪽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기본은 칼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액션입니다. 몰려드는 요괴와 병사를 베고, 길을 막는 것들을 처리하며 구간을 통과합니다. 여기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구간이 섞여 있어, 어느 길로 갈지 고르며 진행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체력은 나란히 놓인 촛불로 표시됩니다. 맞을 때마다 하나씩 꺼지고,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가만히 서서 안전하게 진행할 수 없습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이 규칙 안에 들어 있습니다.
시간과 체력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촛불이 시간에 따라 줄어든다는 점은 이 게임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적을 하나하나 정성껏 상대하다 보면 맞지 않았는데도 체력이 바닥납니다. 반대로 무작정 달리기만 하면 처리하지 못한 적에게 둘러싸입니다.
그래서 요령은 싸울 적과 지나칠 적을 나누는 겁니다. 굳이 잡지 않아도 되는 것은 넘어가고, 길목을 막는 것만 처리하면서 앞으로 밀고 나가는 흐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판단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대부분 시간에 밀려 죽습니다.
체력을 채워 주는 요소도 있으므로 눈에 띄면 챙겨야 합니다. 다만 그걸 얻겠다고 멀리 돌아가면 그 사이에 시간이 더 흐르니, 가는 길에 있는 것만 챙기는 편이 낫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욕심이 곧 손해입니다.
큰 캐릭터 구간을 넘기는 법
캐릭터가 커지는 구간은 이 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이 죽는 곳입니다. 화면이 좁아지는 만큼 피할 공간이 줄어들고, 상대도 크고 강합니다.
여기서는 작은 화면 구간처럼 달려 나가는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공격이 끝나는 순간에 파고들어 몇 대를 치고 다시 빠지는 식으로 끊어 가야 합니다. 큰 화면에서 늘어난 동작들을 쓰는 법을 익히는 게 이 구간의 관건입니다.
간격 유지도 중요합니다. 붙어 있으면 상대의 공격 범위 안에 계속 들어가 있게 되고, 너무 떨어져 있으면 시간만 흘러 촛불이 줄어듭니다. 자기가 한 번 파고들었다 빠져나올 수 있는 거리를 찾아 그 선을 유지하는 게 기본입니다.
남코의 실험작이라는 자리
1980년대 중반의 남코는 팩맨과 갤러그로 알려진 회사였지만, 그와 별개로 새로운 형태를 시험하는 작품을 꾸준히 내놓았습니다. 드루아가의 탑처럼 숨은 조건을 잔뜩 심어 둔 게임도 그 흐름 안에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 실험 정신이 화면 구성 쪽으로 향한 경우입니다. 하나의 게임 안에 서로 다른 보는 방식을 넣고, 각 방식마다 다른 조작감을 주는 시도는 당시 기판 사정을 생각하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캐릭터를 크게 그리려면 그만큼 자원을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소재도 특이합니다. 서양풍 판타지나 우주 배경이 흔하던 시기에 옛 일본의 이야기와 요괴를 정면으로 내세웠습니다. 그 덕에 분위기가 뚜렷하지만, 동시에 일본 밖에서는 배경을 이해하기 어려운 게임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이 게임을 만난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국내에 널리 깔린 기판이 아니었고, 배경 자체도 낯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해 보면 오히려 처음 보는 게임처럼 느껴지는데, 화면이 바뀌는 순간의 놀라움만큼은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