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린탄
격린탄 (Gekirindan Ver 2 3o 1995 09 21) · 1995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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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엽기를 타고 미래로 날아가는 슈팅
기체 선택 화면에 프로펠러 복엽기가 놓여 있습니다. 헬리콥터도 있고 우주 전투기도 있습니다. 셋 중 하나를 골라 3195년에서 1942년으로, 다시 1999년과 2373년을 거쳐 4580년까지 시간을 건너뛰며 싸웁니다. 세계관 설정만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스테이지 배경과 적 구성이 시대에 맞춰 통째로 바뀌기 때문에, 한 판을 도는 동안 프로펠러기와 대공포 사이를 지나다가 다음 판에서 거대한 기계 도시를 뚫고 나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격린탄(Gekirindan)은 1995년 타이토가 자사 F3 기판으로 내놓은 종스크롤 슈팅 게임입니다.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탈취한 적이 인류 역사를 고쳐 쓰려 하고, 이를 막기 위해 조종사들이 시대를 거슬러 추격한다는 설정입니다. 5개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고, 조작은 이동과 샷, 그리고 봄에 해당하는 강력한 한 방으로 정리됩니다.
세 대의 기체와 고르는 재미
세 기체는 성격이 확실히 갈립니다. 복엽기는 기동이 느리지만 화력이 넓게 퍼져 화면을 정리하는 데 강하고, 헬리콥터는 중간 성격을 가지며, 우주 전투기는 빠르고 탄이 앞으로 모여 보스전에서 화력이 집중됩니다. 어느 하나가 명백히 우월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아서, 자기 플레이 습관에 맞춰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빠른 기체는 탄을 피하기 쉬운 대신 조금만 레버를 밀어도 원치 않는 위치까지 가 버립니다. 종스크롤 슈팅에서 미세한 자리 조정이 생명인 만큼,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느린 기체가 편합니다. 반대로 탄막 사이를 파고드는 조작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빠른 기체로 보스의 약점 자리를 붙잡고 화력을 몰아붙이는 편이 클리어 시간을 크게 줄입니다.
파워업은 아이템을 먹어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식입니다. 죽으면 화력이 떨어지는 구조라, 한 번 무너지면 다음 구간이 급격히 어려워지는 슈팅 특유의 함정이 여기서도 작동합니다. 그래서 초반 구간을 얼마나 안전하게 넘기며 화력을 쌓아 두느냐가 실질적인 승부처입니다.
시대별 스테이지가 만드는 리듬
시간대가 바뀔 때마다 화면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2차대전 시기를 다루는 구간에서는 프로펠러기 편대와 지상 포대가 밀려오고, 현대에 가까운 시대에서는 도시와 군용 병기가, 먼 미래에서는 기계와 유기체가 뒤섞인 형태의 적이 나옵니다. 같은 게임 안에서 이 정도로 화면 톤이 바뀌는 슈팅은 흔치 않아, 지루해질 틈이 적습니다.
난이도는 후반으로 갈수록 탄의 밀도보다 탄의 속도와 각도로 조여 옵니다. 90년대 중반은 이미 본격적인 탄막 슈팅이 태동하던 시기지만, 이 게임은 화면을 촘촘히 메우는 방식보다 빠르고 정확한 조준탄으로 압박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탄막 슈팅에 익숙한 사람이 오히려 방심하다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탄이 적다고 넓게 움직이면 조준탄에 그대로 걸립니다.
보스전에서는 패턴이 바뀌는 지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공격 방식이 바뀌므로, 마지막 구간을 대비해 봄을 하나쯤 남겨 두는 습관을 들이면 안정적으로 넘어갑니다.
토아플랜의 손길과 타이토 F3
이 게임은 타이토 이름으로 나왔지만, 실제 제작에는 1994년 도산한 토아플랜 출신 인력이 참여했습니다. 스노우 브라더스와 트윈 호크의 음악을 맡았던 인물이 중심에 있었다는 점도 알려져 있습니다. 토아플랜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 종스크롤 슈팅의 기준을 만들다시피 한 회사였고, 회사가 무너진 뒤 그 인력들이 여러 곳으로 흩어져 90년대 후반 슈팅 게임의 계보를 이어 갔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는 토아플랜식 감각이 남아 있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탄막보다 적 배치와 지형으로 압박하는 구성, 기체 성능 차이를 뚜렷하게 나눠 놓는 설계, 짧고 빠르게 끝나는 스테이지 호흡이 그렇습니다. 여기에 타이토 F3 기판의 색 표현과 확대·축소 연출이 얹히면서, 토아플랜 시절보다 훨씬 화려한 화면이 나왔습니다. F3 는 같은 시기 다라이어스 외전과 레이포스 계열을 돌리던 기판이라 슈팅에 특히 잘 어울렸습니다.
나중에 세가 새턴으로 이식되면서 가정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이 이식판을 통해 이 게임을 처음 알게 된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의 위치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눈에 잘 띄는 자리를 차지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90년대 중반 국내 오락실의 슈팅 코너는 이미 대전 격투에 자리를 크게 내주고 있었고, 남은 슈팅 자리는 레이던 계열과 스트라이커즈, 그리고 조금 뒤의 도돈파치 계열이 차지했습니다. 그 사이에서 이 게임은 아는 사람만 아는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오히려 그 점이 장점입니다. 한 판이 다섯 스테이지로 짧아 부담이 없고, 시대를 넘나드는 배경 전환 덕에 처음 하는 사람도 끝까지 밀어붙이고 싶어집니다. 종스크롤 슈팅을 오래 안 해 봤거나, 탄막 슈팅의 밀도가 부담스러워 손을 놓았던 사람에게 다시 시작하기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