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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에몽 1편

간바레 고에몽 가라쿠리 도중 (Ganbare Goemon Karakuri Douchuu Japan) · 1986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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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두들기다 보면 문이 열립니다

이 게임을 처음 켠 사람은 대개 같은 지점에서 막힙니다. 스테이지 끝까지 갔는데 관문이 열리지 않는 것입니다. 통행증 세 장을 모아야 하는데, 그 세 장이 눈에 보이는 길 위에 놓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답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벽을 담뱃대로 계속 치는 것입니다. 이 황당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발견의 감각이 고에몽 시리즈 전체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불친절하다고 할 만하지만, 당시에는 그 불친절함이 곧 놀 거리였습니다. 한 화면을 붙들고 삼십 분씩 벽을 두들기다 숨은 방을 찾아냈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기억납니다.

고에몽 1편 액션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6)

어떤 게임인가

고에몽 1편(Ganbare Goemon Karakuri Douchuu)은 코나미가 패미컴으로 낸 액션 게임이자, 이후 길게 이어질 고에몽 시리즈의 시작입니다. 주인공은 일본 전설 속 의적 이시카와 고에몽을 본떠 만든 파란 머리 캐릭터로, 담뱃대를 휘둘러 적을 때리고 동전을 던집니다.

각 스테이지는 하나의 지방이고, 그 안을 좌우 위아래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목표는 숨겨진 통행증을 모아 관문을 통과하는 것입니다. 적을 잡으면 돈이 나오고, 그 돈으로 가게에서 무기 강화와 아이템을 삽니다. 액션 게임이면서 탐색과 살림살이가 섞여 있는 구성이 당시로서는 꽤 독특했습니다.

고에몽 1편 액션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6)

탐색이 곧 본편입니다

건물 문으로 들어가면 실내 화면으로 전환되는데, 여기에 상점과 도박장, 그리고 통행증을 쥔 인물이 숨어 있습니다. 문처럼 생기지 않은 벽 뒤에도 공간이 있어서, 결국 지도를 눈이 아니라 손으로 그려 나가게 됩니다.

마을 사람과 대화하면 힌트를 주지만 거짓말을 하는 인물도 섞여 있습니다. 돈을 요구하고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몇 번 당하고 나면 누구 말을 믿을지 감이 생깁니다. 이런 짓궂은 설계가 반복 플레이를 견디게 만드는 힘이었습니다.

미니게임으로는 슬롯과 두더지 잡기 같은 것이 들어 있습니다. 자금 사정이 빠듯할 때 여기서 한 번에 판을 뒤집을 수 있지만, 반대로 남은 돈을 다 털리고 맨몸으로 관문 앞에 서는 일도 흔합니다.

살아남는 요령

초반 담뱃대는 사거리가 너무 짧아 적과 거의 붙어야 때릴 수 있습니다. 돈이 모이는 대로 무기 강화부터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던지는 동전은 개수가 한정돼 있으니 잡몹에게 낭비하지 말고, 접근이 까다로운 적에게만 씁니다.

적의 배치가 촘촘하고 이동 속도가 빨라서 무작정 달리면 금방 체력이 바닥납니다. 화면을 조금씩 밀며 적을 하나씩 정리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빠릅니다. 물에 빠지거나 함정에 떨어지면 즉사하는 구간도 있으니, 낯선 지형에서는 한 걸음씩 확인하며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돈은 목숨이나 다름없습니다. 남은 돈이 많으면 아이템으로 실수를 만회할 수 있지만, 빈털터리 상태로 후반 스테이지에 들어가면 사실상 재기가 어렵습니다.

남긴 것

이 한 편이 잘된 덕분에 코나미는 고에몽을 장수 시리즈로 키웠습니다. 통행증 수집, 벽 두들기기, 상점 경제, 뜬금없는 미니게임이라는 뼈대는 전부 이 작품에서 나왔고, 후속작들은 그 위에 캐릭터와 연출을 얹었을 뿐입니다.

국내에는 정식 발매되지 않았지만 복사팩을 통해 널리 돌았습니다. 대사를 읽지 못해도 벽을 치고 돈을 모으는 규칙만 파악하면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밀어붙인 사람이 많았던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