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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 시커

그리드 시커 (Grid Seeker Project Storm Hammer Ver 1 3o) · 1992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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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이 가장 붐비던 해에 나온 기체

1992년 오락실은 슈팅 게임이 넘쳐나던 곳이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라이덴이 줄을 세우고 있었고, 옆에는 이름도 못 외울 종스크롤들이 몇 대씩 붙어 있었습니다. 그 틈에서 타이토가 내놓은 것이 그리드 시커입니다. 화면에 처음 뜨는 것은 잔뜩 힘을 준 부제와 함께 등장하는 전투기 한 대인데, 첫 스테이지 몇 초 만에 이 게임이 무엇을 자랑하고 싶은지가 드러납니다. 폭발이 굵고, 화면이 넓게 흔들리고, 적이 부서질 때 파편이 요란하게 흩어집니다.

같은 시기 슈팅들이 탄을 촘촘히 뿌리는 쪽으로 가고 있을 때, 이 게임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연출과 무기를 갈아 끼우는 손맛으로 승부를 봤습니다. 그래서 처음 붙잡으면 의외로 시원하다는 인상이 남습니다.

그리드 시커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2)

어떤 게임인가

그리드 시커(Grid Seeker: Project Storm Hammer)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화면을 따라 전투기를 몰고 나아가며 앞을 막는 것을 전부 부수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기본 조작은 여덟 방향 이동과 사격, 그리고 위급할 때 쓰는 화면 정리용 폭탄으로 끝납니다. 규칙 자체는 이 장르를 한 번이라도 해 봤다면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단순합니다.

무대는 지상과 해상, 기지 내부를 오갑니다. 아래로는 함대와 지상 포대가 깔려 있고 위로는 전투기 편대가 달려듭니다. 한 스테이지의 끝에는 화면을 크게 차지하는 보스가 기다리고 있어서, 잡졸을 정리하며 기체를 키워 두었다가 보스 앞에서 쏟아붓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그리드 시커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2)

무기를 골라 쓰는 재미

이 게임에서 가장 손이 가는 부분은 주무기 교체입니다. 적을 부수면 떨어지는 아이템에 따라 앞으로 곧게 뻗는 화력, 넓게 퍼져 잡졸을 정리하는 화력, 화면을 훑고 지나가는 화력으로 성격이 확 달라집니다. 같은 구간이라도 무엇을 들고 들어갔느냐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크게 바뀝니다.

정리가 필요한 구간에서는 퍼지는 무기가 편하고, 보스처럼 한 점을 오래 때려야 하는 상대에게는 모아 쏘는 무기가 유리합니다. 문제는 좋은 무기를 들고 있다가 한 번 격추당하면 그대로 처음 상태로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화력을 더 올릴 욕심에 무리하게 아이템을 주우러 들어가느냐, 지금 것으로 안전하게 넘기느냐를 계속 저울질하게 됩니다.

한 판을 넘기는 요령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이유는 화면 아래쪽에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에 딱 붙으면 위에서 내려오는 탄을 피할 공간은 넓어 보이지만, 옆에서 파고드는 적기와 아래에서 솟는 포대를 대응할 시간이 사라집니다. 화면 중간보다 조금 아래를 기본 자리로 잡고 좌우로 흐르듯 움직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폭탄을 아끼다 죽는 것도 흔한 실수입니다. 잔기와 폭탄은 남겨 봐야 점수가 되지 않으니, 위험해 보이는 순간에 미리 쓰는 것이 낫습니다. 특히 보스 등장 직후처럼 화면이 정신없어지는 구간에서는 먼저 한 발 터뜨려 놓고 시작하면 훨씬 편합니다.

적이 나오는 순서는 매번 같습니다. 몇 번 죽으면서 어디서 무엇이 나오는지 외워 두는 것이 결국 가장 확실한 공략입니다. 이 장르의 재미가 대체로 그 반복에서 나옵니다.

타이토라는 이름

타이토는 스페이스 인베이더로 시작해 다라이어스로 이어지는 슈팅 계보를 오래 끌고 온 회사입니다. 커다란 기체와 굵직한 보스, 음악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방식은 이 회사 슈팅에서 자주 보이는 성격입니다. 그리드 시커도 그 흐름 위에 있습니다.

다만 시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 무렵에는 슈팅 신작이 너무 많이 쏟아져서 웬만큼 잘 만들어서는 기억에 남기 어려웠고, 이 게임 역시 대표작 자리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오히려 그 점이 장점이 됩니다. 아무 사전 지식 없이 처음 보는 슈팅 하나를 만나는 셈이니까요.

오락실에서 슈팅을 한다는 것

국내 오락실에서 슈팅은 늘 애매한 자리에 있었습니다. 잘하는 사람이 자리를 오래 차지하는 종목이라 뒤에 줄이 서면 눈치가 보였고, 대전 격투가 유행하면서 슈팅 기판은 구석으로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동전 하나로 기체 하나를 몰고 끝까지 가 보겠다는 마음은 그 시절 오락실의 기본값이었습니다.

지금은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동전도 필요 없습니다. 처음 몇 판은 그냥 부딪히면서 화면에 익숙해지고, 그다음부터 자리를 잡고 외워 나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