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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상 파로디우스 오락실판

극상 파로디우스 (Fantastic Journey Ver Eaa) · 1994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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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디우스를 대놓고 놀린 슈팅게임

화면이 시작되면 문어가 날아다니고, 펭귄이 총을 쏘고, 거대한 무희가 보스로 등장합니다. 배경음악은 어디서 들어 본 클래식 명곡을 신나게 편곡한 것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이게 장난인가 싶지만, 조작을 잡아 보면 놀랄 만큼 정통 슈팅게임입니다. 파워업 게이지가 화면 아래에 깔려 있고, 옵션이 따라붙고, 실드를 두르고, 죽으면 모든 걸 잃고 처음부터 다시 모아야 합니다. 그라디우스 그 자체입니다. 그림만 전부 우스꽝스럽게 바꿔 놓았을 뿐입니다.

이 뻔뻔함이 이 시리즈의 매력입니다. 자기 회사 간판 슈팅게임을 자기 손으로 놀리면서, 정작 게임성은 하나도 흐트러뜨리지 않았습니다.

극상 파로디우스 오락실판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4)

무슨 게임인가

극상 파로디우스(Fantastic Journey)는 화면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횡스크롤 슈팅게임입니다. 레버로 기체를 움직이고, 한 버튼으로 탄을 쏘고, 다른 버튼으로 파워업을 발동합니다. 적을 잡으면 파워업 캡슐이 나오고, 이걸 먹을 때마다 화면 아래 게이지의 칸이 하나씩 옆으로 옮겨 갑니다. 속도, 미사일, 더블, 레이저, 옵션, 실드 순으로 늘어선 칸 중에서 원하는 자리에 게이지를 맞춘 뒤 버튼을 누르면 그 능력이 붙습니다.

이 게이지 방식이 그라디우스 계열의 핵심입니다. 캡슐을 아껴서 뒤쪽의 좋은 능력을 살 것인가, 지금 당장 앞쪽의 능력을 켤 것인가를 계속 저울질하게 만듭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캡슐이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눌러 버리는데, 그러면 속도만 잔뜩 붙어서 기체가 손을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이 시리즈를 흔히 파로디우스라고 불렀습니다. 파로디와 그라디우스를 합친 이름 그대로입니다.

캐릭터마다 다른 게임이 된다

이 게임의 재미 절반은 캐릭터 고르기에 있습니다. 시작하면 여러 캐릭터 중 하나를 고르는데, 겉모습만 다른 게 아니라 파워업 게이지의 구성 자체가 다릅니다. 어떤 캐릭터는 레이저를 쓰고, 어떤 캐릭터는 넓게 퍼지는 탄을 쓰고, 어떤 캐릭터는 옵션 대신 다른 보조를 붙입니다. 그래서 같은 스테이지를 돌아도 어느 캐릭터로 하느냐에 따라 공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라디우스의 빅바이퍼처럼 정석적인 성능을 가진 기체가 있고, 화력은 세지만 다루기 까다로운 캐릭터도 있습니다. 초보자라면 앞뒤로 넓게 나가는 탄을 가진 쪽이 편합니다. 좁은 지형을 지날 때 정면만 쏘는 무기는 뒤나 위아래에서 오는 적을 놓치기 때문입니다.

2인용으로 붙으면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나뉘는데, 둘이 화력을 나눠 맡으면 혼자 할 때보다 훨씬 수월합니다. 문제는 화면이 정신없어져서 자기 기체를 놓친다는 점입니다. 오락실에서 둘이 하다가 서로 자기 기체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는 장면이 흔했습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이 계열 슈팅게임의 가장 큰 벽은 죽었을 때입니다. 한 대 맞으면 그동안 쌓은 파워업이 전부 사라지고, 알몸 상태로 스테이지 중간에 다시 놓입니다. 화력이 없으니 앞의 적을 못 지우고, 못 지우니 또 맞고, 그렇게 남은 목숨이 순식간에 녹습니다. 이걸 흔히 복귀 실패라고 부릅니다.

요령은 죽자마자 욕심을 버리는 겁니다. 캡슐 하나를 먹었다면 대부분의 경우 속도를 한 칸 올리는 것이 먼저입니다. 기체가 느리면 애초에 캡슐을 주우러 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은 옵션입니다. 옵션이 하나만 붙어도 화력이 두 배가 되니 회복 속도가 확 달라집니다. 실드부터 사려고 캡슐을 아끼는 것은 대개 실패합니다.

또 하나는 실드가 있다고 방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드는 앞쪽 몇 대를 막아 줄 뿐이지 무적이 아닙니다. 실드를 믿고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습관이 붙으면, 실드가 없는 상황에서 몸이 먼저 그렇게 움직여서 죽습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파로디우스 시리즈는 여러 편이 나왔는데, 이 작품은 그중 완성도가 높은 편으로 꼽힙니다. 앞선 작품보다 그림이 화사해지고 캐릭터 수가 늘었으며, 연출이 훨씬 요란해졌습니다. 보스가 등장할 때의 과장된 화면 연출이나, 클래식 곡을 통통 튀게 바꾼 음악은 이 편에서 특히 인상적입니다.

코나미는 이 시기에 슈팅게임을 여러 갈래로 굴리고 있었습니다. 정통 노선인 그라디우스 계열이 있고, 그것을 비틀어 놓은 이 계열이 있고, 트윈비처럼 처음부터 귀엽게 시작한 계열도 있었습니다. 세 갈래가 서로 소재를 주고받으면서 굴러갔기 때문에, 파로디우스에는 코나미의 다른 게임에서 넘어온 요소가 곳곳에 박혀 있습니다. 코나미 게임을 많이 해 본 사람일수록 더 많이 알아보게 되는 구조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그라디우스나 사라만다만큼 흔한 기판은 아니었지만, 들어온 곳에서는 사람이 꾸준히 붙었습니다. 슈팅게임이 어렵고 무겁다는 인상이 강했던 시절에, 화면만 봐도 웃긴 슈팅게임은 그 자체로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구경하는 사람이 많은 기계였다는 점에서도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