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컨 벤처
벌컨 벤처 (Vulcan Venture New) · 1988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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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를 고르고 시작하는 슈팅
이 기판을 처음 만난 사람들이 놀란 건 시작 화면이었습니다. 그냥 비행기를 몰고 나가는 게 아니라, 네 개의 무장 조합 중 하나를 골라야 다음으로 넘어갔거든요. 미사일과 옵션은 어느 쪽을 골라도 붙지만, 더블이냐 레이저냐, 그리고 그 뒤에 붙는 특수 무기가 무엇이냐가 판을 통째로 바꿔 놓았습니다. 같은 게임을 하는데 옆자리 화면과 내 화면의 탄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 게임은 그라디우스 2(Vulcan Venture)입니다. 해외판 이름이 벌컨 벤처였고 일본판은 그라디우스 II였는데, 국내 오락실에서는 대부분 그냥 그라디우스 2로 통했습니다. 우주선 빅 바이퍼를 조종해 횡스크롤로 흐르는 스테이지를 날며, 편대를 통째로 잡아 캡슐을 모으고 화면 아래 게이지를 원하는 칸까지 밀어 올린 다음 파워업 버튼으로 능력을 사는 방식은 1편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건 그 게이지의 구성을 시작 전에 내가 정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네 가지 무장 조합
타입 1은 1편의 구성을 그대로 물려받은 기본형입니다. 미사일에 더블과 레이저를 함께 갖추고 있어 어느 상황에서든 무난하게 대응할 수 있었고, 처음 잡는 사람에게 가장 추천되던 선택이었습니다.
타입 2에는 스프레드 봄이 붙습니다. 바닥에 닿으면 폭발이 넓게 퍼져서 지형에 붙은 포대를 지우는 데 강했습니다. 타입 3의 투웨이 미사일은 위아래로 동시에 나가기 때문에 천장과 바닥이 함께 좁혀 오는 구간에서 손이 편했습니다. 타입 4에는 포톤 토피도와 리플 레이저가 들어가는데, 관통력이 좋은 대신 익숙해지기 전에는 화면을 정리하는 감각이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옵션 역시 고정 배치 말고 다른 움직임을 고를 수 있어서, 앞에 모아 두고 뚫는 사람과 뒤로 늘어뜨려 안전지대를 만드는 사람이 갈렸습니다.
기억에 남는 스테이지
첫 스테이지부터 불꽃이 태양 표면에서 솟아오르며 화면을 가로지릅니다. 활처럼 휘어 올라오는 그 불기둥 사이를 빠져나가는 연출은 당시 기판 성능을 자랑하는 장면이었고,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화면이기도 합니다.
중반에는 시리즈의 상징인 모아이가 다시 나옵니다. 거대한 석상들이 입을 벌려 링 모양 탄을 뱉는데, 그 링이 겹쳐 날아오는 통로를 옵션 배치로 밀고 들어가야 합니다. 결정 지대에서는 부서지는 크리스탈 조각이 길을 막고, 후반의 요새 구간에서는 좁은 통로와 셔터가 이어집니다.
마지막에는 역대 보스들을 차례로 다시 상대하는 보스 러시가 기다립니다. 여기서 무기 선택의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나서, 어떤 타입으로 왔느냐에 따라 체감 난도가 확연히 갈렸습니다.
죽으면 무너지는 구조
이 시리즈의 특징이자 무서운 점은 한 번 격추되면 쌓아 올린 무장이 전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스피드업조차 초기값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후반부에서 맞으면 느린 기체로 빽빽한 탄을 다시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일수록 스피드업을 무작정 올리지 않고 자기 손이 따라오는 만큼만 채웠습니다.
반대로 무장이 다 갖춰진 상태의 빅 바이퍼는 대단히 강력합니다. 옵션 네 개가 따라붙고 실드가 앞을 막아 주면 웬만한 구간은 밀어붙이며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낙차가 커서 한 판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과 금방 일어나는 사람이 뚜렷하게 갈렸고, 뒤에 줄 선 사람들이 구경하며 훈수를 두던 풍경도 이 게임에서 자주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