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Nolleooseyo Dongmurui Sup Korea) · 2007 · Nintend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빚부터 지고 시작하는 게임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너구리 사장이 집을 한 채 내주고, 그 자리에서 대출 계약이 성립합니다. 갚으라는 독촉은 없지만 갚기 전까지 집은 그대로 작은 방 한 칸입니다. 게임의 목표가 빚 갚기라는 점부터가 묘한데, 다 갚으면 사장이 멋대로 집을 증축하고 다시 빚을 지웁니다. 이 반복이 화를 돋우기는커녕 계속 하게 만드는 것이 이 시리즈의 이상한 매력입니다.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Animal Crossing: Wild World)은 동물 이웃들이 사는 마을에 사람 하나가 이사 와서 지내는 생활 게임입니다. 이겨야 할 상대도 클리어 조건도 없습니다. 낚시하고, 벌레를 잡고, 화석을 캐고, 나무를 심고, 집을 꾸미고, 이웃과 대화하는 하루하루가 내용의 전부입니다. 한국어판은 국내 닌텐도DS 시절 가장 널리 퍼진 타이틀 중 하나였습니다.
현실 시간을 그대로 쓰는 마을
이 게임의 시계는 게임기의 시계입니다. 새벽에 켜면 마을이 캄캄하고 상점은 문을 닫았고, 낮에 켜면 이웃들이 밖을 돌아다닙니다. 계절도 실제 달력을 따라가서 봄에는 벚꽃이 피고 겨울에는 눈이 쌓입니다. 여름에만 나오는 곤충, 겨울에만 낚이는 물고기가 따로 있어서 도감을 채우려면 일 년을 살아야 합니다.
날짜별 행사도 그대로 열립니다. 불꽃놀이가 있는 날, 눈사람을 만드는 날, 연말 카운트다운이 각자의 날짜에 찾아옵니다. 며칠 켜지 않으면 이웃이 오랜만이라며 서운해하고, 마당에는 잡초가 자라 있습니다. 게임을 켜지 않는 동안에도 마을이 흘러가고 있다는 감각이 이 시리즈의 핵심입니다.
하루 일과
아침에 켜면 대개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마을을 한 바퀴 돌며 땅에 묻힌 화석을 파내고, 바위를 두드려 돈을 얻고, 나무를 흔들어 가구와 벌을 만납니다. 해변에 떠내려온 편지병을 줍고, 낚싯대를 들고 강가에 앉습니다. 잡은 물고기와 곤충은 박물관에 기증하거나 상점에 팔아 돈으로 바꿉니다.
박물관을 채우는 일이 오래가는 목표가 됩니다. 물고기, 곤충, 화석, 미술품 전시실이 따로 있고, 기증한 것들이 실제로 수조와 전시대에 놓입니다. 자기가 잡은 물고기가 헤엄치는 수조를 구경하러 박물관에 들르는 것도 하루 일과에 들어갑니다.
이웃과 집
마을에는 동물 이웃 여러 마리가 살고, 각자 말투와 성격이 다릅니다. 자주 말을 걸면 별명을 지어 주거나 편지를 보내고, 가구를 선물하기도 합니다. 오래 방치하면 말없이 이사를 가 버려서, 정든 이웃이 사라진 자리를 보고 뒤늦게 아쉬워하는 일이 흔합니다.
집 꾸미기는 이 게임의 가장 큰 재미입니다. 가구에는 계열이 있어서 같은 계열로 방을 맞추면 실내 평가 점수가 올라가고, 벽지와 바닥까지 맞추면 특별한 물건이 배달됩니다. 옷 디자인 기능으로 직접 무늬를 찍어 입거나 마을 깃발에 걸 수도 있습니다.
통신으로 오가는 마을
닌텐도DS판의 가장 큰 변화는 무선 통신으로 다른 사람의 마을에 놀러 갈 수 있게 된 점이었습니다. 친구 코드를 등록하면 서로의 마을을 오가며 과일을 나눠 주고, 상대 마을에만 있는 물건을 사 옵니다. 마을마다 기본 과일이 다르게 정해져 있어서, 남의 마을 과일을 가져다 심어 과수원을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교류가 됐습니다.
무엇도 강제하지 않는 게임인데도 매일 켜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오늘 뭘 해야 한다는 목록이 없으니 그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끄면 됩니다. 그 가벼움 덕분에 몇 년씩 같은 마을을 지키며 지낸 사람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