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마리오
닥터 마리오 (Vs Dr Mario) · 1990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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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공으로 알려진 마리오가 흰 가운을 입고 나타나 병 안으로 알약을 떨어뜨립니다. 화면 아래에는 색색의 바이러스가 붙어 있고, 플레이어가 할 일은 그 위로 캡슐을 쌓아 같은 색을 넉 개 이어 지우는 것입니다. 뜬금없는 설정 같지만 막상 잡아 보면 규칙이 이상할 만큼 깔끔하고, 한 판 하고 일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닥터 마리오(Vs. Dr. Mario)는 닌텐도가 만든 낙하 퍼즐입니다. 위에서 두 칸짜리 캡슐이 하나씩 떨어지고, 플레이어는 그것을 좌우로 옮기고 회전시켜 원하는 자리에 놓습니다. 같은 색이 가로나 세로로 넉 개 이어지면 그 줄이 사라지고, 그 안에 바이러스가 끼어 있었다면 바이러스도 함께 없어집니다. 병 안의 바이러스를 전부 지우면 그 판을 넘어갑니다.
넉 개라는 숫자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들이 가로 한 줄을 통째로 메우게 하는 것과 달리, 이 게임은 같은 색 넉 개만 모으면 됩니다. 이 차이가 게임의 성격을 완전히 바꿉니다. 줄을 채우는 게 아니라 색을 세는 게임이 되고, 그래서 병의 왼쪽 끝과 오른쪽 끝에서 동시에 다른 계획을 굴릴 수 있습니다.
캡슐이 두 색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도 핵심입니다. 한쪽 색만 필요한 상황이라도 나머지 반쪽은 어딘가에 놓여야 하고, 그 반쪽이 쌓여 나중에 발목을 잡습니다.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대부분 여기서 갈립니다. 지금 지울 색을 보는 게 아니라, 지우고 난 뒤에 남을 반쪽이 어디에 떨어질지를 보는 쪽이 오래 버팁니다.
연쇄와 무너짐
줄이 사라지면 그 위에 있던 것들이 아래로 내려옵니다. 이때 내려온 조각이 또 넉 개를 이루면 연달아 지워집니다. 손을 대지 않아도 화면이 알아서 무너져 내리며 바이러스를 쓸어 가는 순간이 이 게임에서 가장 기분 좋은 장면입니다.
다만 연쇄는 노려서 만들기가 까다롭습니다. 캡슐이 지워질 때 반쪽만 남아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머릿속으로 계산한 낙하와 실제 결과가 어긋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보자는 연쇄를 억지로 설계하기보다 바이러스 위에 같은 색을 하나씩 미리 얹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렇게 깔아 둔 밑작업이 나중에 저절로 연쇄로 이어지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병 아래에 갇힌 바이러스
판이 진행될수록 바이러스가 병 안 깊숙한 곳까지 자리를 잡습니다. 문제는 마지막 한두 마리가 구석에 남았을 때입니다. 그 위로 필요 없는 색이 잔뜩 쌓여 있으면 접근할 방법이 없고, 손을 쓸수록 쓰레기만 늘어 결국 병 입구가 막힙니다.
그래서 중요한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초반부터 아래쪽 바이러스를 먼저 처리하는 것입니다. 위에 있는 바이러스는 언제든 다시 손이 닿지만 아래에 있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파묻힙니다. 또 하나는 필요 없는 색을 한쪽 구석에 몰아 두는 것입니다. 병 전체에 고르게 흩뿌리면 어느 색도 넉 개가 모이지 않는 교착 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낙하 속도를 올려 두면 점수는 잘 나오지만 판단할 시간이 사라집니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낮은 속도에서 병을 깨끗하게 비우는 연습을 해 두는 편이 결국 더 높은 단계까지 갑니다.
둘이 붙을 때
이 게임은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나란히 붙을 때 성격이 확 달라집니다. 화면이 좌우로 나뉘고, 한쪽에서 여러 줄을 한 번에 지우면 상대 병으로 방해용 조각이 떨어집니다. 상대 화면이 차오르는 걸 곁눈질하며 내 병을 정리하는 구도라, 순수한 퍼즐이면서도 대전 게임의 긴장이 붙습니다.
이때는 혼자 할 때의 요령이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안전하게 하나씩 지우면 공격이 나가지 않아 결국 밀립니다. 여러 줄을 한꺼번에 처리할 자리를 참고 만들어 두었다가 한 번에 터뜨리는, 위험을 감수하는 쪽이 유리해집니다. 마무리 직전까지 앞서다가 마지막 한 방에 뒤집히는 일이 자주 나오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오래 남은 이유
같은 시기에 쏟아진 낙하 퍼즐 가운데 상당수는 한때 유행하고 잊혔지만, 이 게임은 이후에도 여러 기종으로 계속 옮겨 다니며 살아남았습니다. 규칙이 몇 줄로 설명되고, 설명을 듣지 않아도 한 판 해 보면 알게 되고, 그러면서도 위쪽만 보는 사람과 아래쪽까지 보는 사람의 실력 차가 분명하게 갈리기 때문입니다.
화면도 부담이 없습니다. 병 하나와 알약 몇 개, 꿈틀거리는 바이러스가 전부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도 무엇을 없애야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만들어 둔 그 단순함이, 지금 다시 잡아도 여전히 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