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커서
더 퍼커서 (The Percussor) · 1981 · Or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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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오락실 슈팅은 아직 무엇을 쏘아야 하는지조차 통일되지 않았던 시기입니다. 하늘의 적만 쏘는 게임, 땅의 목표만 부수는 게임, 둘을 섞은 게임이 제각각 나오면서 문법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더 퍼커서는 그 실험기의 한복판에서 나온 작품입니다.
더 퍼커서(The Percussor)는 전투기를 몰고 오른쪽으로 나아가며 적의 기지를 파괴하는 횡스크롤 슈팅입니다. 화면에 배치된 적 기지를 부수고 오른쪽 끝까지 밀고 나가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는 구조이고, 그 사이 헬기와 비행 물체들이 계속 달려들며 지상에서는 유도 미사일이 올라옵니다.
밀고 나가는 것과 쓸어담는 것
이 게임에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목표인 기지만 최소한으로 부수고 빠르게 오른쪽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고, 시간을 들여 화면 안의 적기와 함정, 레이더와 탑 같은 부속 구조물까지 전부 정리하고 갈 수도 있습니다.
전자는 안전하고 후자는 점수가 높습니다. 초기 아케이드 슈팅에서 이런 선택을 플레이어에게 넘기는 설계는 흔치 않았습니다. 대개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유일한 길이었는데, 이 게임은 얼마나 욕심을 낼지를 매 화면마다 정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해 보면 이 선택이 목숨과 직결됩니다. 화면에 오래 머무를수록 적기가 계속 보충되고 유도 미사일이 쌓입니다. 점수를 벌려다 포위당해 죽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전형적인 죽음이고, 처음 하는 분은 일단 기지만 정리하고 빠져나가는 안전한 진행부터 익히는 편이 좋습니다.
유도 미사일이 어렵습니다
지상에서 올라오는 유도 미사일이 이 게임에서 가장 성가신 요소입니다. 직선으로 날아오는 총알과 달리 내가 움직인 방향을 따라오기 때문에, 그냥 피하는 방향으로 계속 도망가면 계속 따라붙습니다.
이런 유도체를 떼어내는 기본 원리는 지금 슈팅에서도 그대로 통합니다. 도망가지 말고 미사일이 나를 향해 방향을 틀 때까지 기다렸다가, 충분히 가까워졌을 때 짧게 반대 방향으로 끊어 움직이는 것입니다. 유도 성능에는 한계가 있어서 각도를 크게 틀 수 없으므로, 늦게 피할수록 확실히 떨어져 나갑니다.
문제는 그 사이에 헬기와 다른 적기가 동시에 달려든다는 점입니다. 미사일을 떼어내려고 자리를 잡으면 다른 방향이 비고, 그쪽을 막으려면 미사일이 붙습니다. 화면에 위협이 두 종류 이상 있을 때 무엇을 먼저 처리할지 순서를 정하는 감각이 이 게임의 실력입니다.
오르카라는 회사
오르카는 1980년대 초반에 잠깐 활동했던 일본의 소규모 아케이드 제조사입니다. 이름을 크게 남긴 대작은 없지만 이 시기에 몇 편의 슈팅과 액션을 내놓았고, 그중 일부는 다른 회사 이름을 달고 해외에 유통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소규모 회사들의 작품은 지금 보면 투박하지만 당시 오락실 생태계에서는 중요한 몫을 했습니다. 대형 회사의 인기작만으로는 오락실을 다 채울 수 없었고, 그 사이사이를 이런 게임들이 메웠습니다. 인기작 자리가 꽉 차 있을 때 옆에 비어 있던 기계가 대개 이런 종류였습니다.
지금 해 보면
이 시기 게임의 특징은 규칙이 단순하고 판정이 정직하다는 점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것이 전부이고, 숨은 시스템이나 외워야 할 패턴 목록이 없습니다. 몇 판 해 보면 이 게임이 무엇을 원하는지 바로 알게 됩니다.
동시에 이 시기 특유의 가혹함도 그대로 있습니다. 피격 판정에 여유가 없고, 한 번 죽으면 무기 상태가 초기화되며, 화면이 넘어갈수록 적 밀도가 단조롭게 늘어납니다. 나중에 나온 슈팅들이 당연하게 갖춘 것들, 이를테면 부활 직후의 무적 시간이나 실수를 만회할 여지 같은 장치가 아직 정착하기 전이라 한 번의 실수가 그대로 판을 끝내버립니다.
그래도 그 정직함이 이 시기 게임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죽으면 왜 죽었는지가 명확하고, 다시 하면 그만큼 나아집니다. 지금 기준의 세련된 밸런스를 기대하기보다는, 슈팅이라는 장르가 어떤 모습에서 출발했는지를 확인하는 마음으로 앉는 편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