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커넥션
데드 커넥션 (Dead Connection World) · 1992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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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코트를 입은 형사들의 총격전
이 게임의 첫인상은 그림입니다. 1953년 어느 도시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되는데, 배경으로 깔린 호텔 로비와 고급 식당, 야적장이 아주 촘촘하게 그려져 있고,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중절모에 트렌치코트 차림입니다. 흑백 갱스터 영화의 화면을 오락실 기판으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입니다.
거기에 총알이 벽을 뜯어 놓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벽지가 벗겨지고 유리가 깨지고 나무가 쪼개지는 흔적이 그대로 남아서, 한 판이 끝날 때쯤이면 처음의 말끔했던 화면이 온통 총자국 투성이가 되어 있습니다. 배경이 그냥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연출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데드 커넥션(Dead Connection)은 형사 넷 중 하나를 골라 마피아 조직을 상대로 총격전을 벌이는 액션 슈팅입니다. 화면은 스크롤하지 않고 한 장면 안에서 벌어지며, 그 장면에 배치된 계단과 난간, 발코니를 오르내리며 사방에서 몰려오는 조직원을 처리합니다.
화면 한쪽에는 그 판에서 처리해야 할 인원 수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적은 몇 명씩 몰려나오고, 한 무리를 정리해야 다음 무리가 나옵니다. 정해진 숫자를 다 채우면 그 장면이 끝나고 다음 무대로 넘어갑니다.
조작은 레버와 버튼 두 개입니다. 하나는 사격이고, 다른 하나가 이 게임의 핵심인 몸 낮추기입니다. 제자리에서 누르면 엎드려서 총알을 밑으로 흘려보내고, 움직이면서 누르면 그 방향으로 몸을 던져 구르는데 이때 잠깐 무적이 됩니다.
구르기를 쓸 줄 알아야 살아남는다
처음 하는 사람은 대개 이 버튼을 쓰지 않고 레버로만 피하려 합니다. 그러면 얼마 못 갑니다. 이 게임은 총알이 사방에서 날아오는 구조라, 걸어서 피할 수 있는 양이 아닙니다.
요령은 적의 사격이 겹치는 순간에 맞춰 그 사이로 몸을 던지는 것입니다. 구르는 동안은 맞지 않으니, 안전한 자리로 이동하는 수단이자 위기를 넘기는 수단으로 동시에 씁니다. 반대로 아무 때나 남발하면 구르기가 끝난 자리에서 그대로 맞습니다.
적이 코앞까지 붙었을 때는 사격 버튼이 총 손잡이로 후려치는 근접 공격으로 바뀝니다. 총알을 아끼면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수단이니, 붙어 있는 상대는 굳이 쏘지 말고 때리는 편이 낫습니다.
무기와 체력 관리
기본 무기인 권총은 탄약이 무한하고 끝까지 쓸 만합니다. 중간중간 떨어지는 기관총이나 산탄총은 화력이 훨씬 세지만 탄이 정해져 있어서, 다 쓰면 주인공이 총을 내던지고 다시 권총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강한 무기는 아껴야 합니다. 잡졸을 상대로 기관총을 다 비워 버리면 정작 여러 발을 맞혀야 하는 두목급이 나왔을 때 권총 하나로 버텨야 합니다. 두목급은 총알을 수십 발 먹는 반면 일반 조직원은 한 발이면 쓰러지니, 이 구분을 두고 무기를 배분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체력 회복은 화면에 떨어지는 음식으로 합니다. 한 대 맞았다고 바로 죽지 않고 어느 정도 버티는 구조라, 회복 아이템이 나왔을 때 바로 먹지 말고 체력이 실제로 줄었을 때 챙기는 편이 이득입니다.
무대를 옮겨 가는 이야기
호텔에서 시작해 야적장, 고급 식당, 거리, 창고, 정원 파티, 공원을 거쳐 오페라 극장에서 끝나는 구성입니다. 무대가 바뀔 때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진행되고, 형사들이 붙잡혔다가 탈출하거나 동료가 총에 맞는 장면이 중간에 삽입됩니다.
무대마다 성격이 확실히 다릅니다. 좁은 실내에서 근거리 총격전이 벌어지는 곳이 있고, 넓게 트인 야외에서 사방으로 흩어진 적을 상대해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몸을 숨기는 것이 통하는 무대와 그렇지 않은 무대가 갈리기 때문에, 무대가 바뀌면 전략도 바꿔야 합니다.
고를 수 있는 형사 넷은 사실 성능 차이가 거의 없고 옷 색깔로 구분됩니다. 그러니 둘이 함께할 때 서로 헷갈리지 않게 고르는 정도의 의미입니다.
타이토와 그 시절 기판
이 게임은 타이토가 1990년대 초에 여러 작품에 공통으로 쓰던 기판 위에서 돌아갑니다. 큼직한 캐릭터를 여럿 띄우고 배경을 화려하게 꾸미는 데 강한 구조였고, 이 게임의 촘촘한 배경 묘사와 총자국 연출이 그 성능 위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마피아 소재가 일본 시장에서 반응을 얻지 못해 기판이 많이 나가지 않았고, 그 결과 지금은 실물을 보기 어려운 희귀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가정용 이식판도 나오지 않아 아는 사람만 아는 게임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도 흔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기 훨씬 요란한 대전 격투와 벨트 스크롤 액션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만, 한 번 해 보면 왜 아깝다는 말을 듣는지 알게 되는 종류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