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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Z 강습 사이어인

드래곤볼Z 강습! 사이어인 (Dragon Ball Z Kyoushuu Saiya Jin Japan) · 1990 · Ban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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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한 장에 손에 땀이 나던 시절

손오공이 계왕권을 쓰느냐 마느냐가 손에 쥔 카드 한 장에 달려 있던 게임입니다. 화면 아래에 다섯 장이 깔리고, 그중 하나를 고르는 순간 이동 거리와 공격력이 동시에 결정됩니다. 숫자가 큰 카드를 아꼈다가 베지터 앞에서 내야 하는데, 그 사이 턴이 흘러 동료가 쓰러지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카드 왼쪽 위에 적힌 한자 한 글자가 필살기를 결정하는 구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같은 숫자라도 어떤 글자가 붙었느냐에 따라 평범한 주먹이 되기도 하고 원기옥이 되기도 했으니, 카드를 뽑아 놓고 한참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드래곤볼Z 강습 사이어인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90)

어떤 게임인가

드래곤볼Z 강습 사이어인(Dragon Ball Z: Kyoushuu! Saiyajin)은 반다이가 패미컴으로 낸 카드 배틀 RPG입니다. 원작 만화의 사이어인 편, 그러니까 라디츠가 지구에 내려오는 장면부터 베지터와의 결전까지를 한 편으로 묶었습니다.

필드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맵으로 되어 있고, 카드를 내면 그 숫자만큼 말이 전진합니다. 적과 맞닿으면 전투 화면으로 넘어가고, 여기서도 다시 카드를 골라 공격과 방어를 정합니다. 주사위 대신 카드를 쓰는 보드게임에 RPG의 성장 요소를 얹은 형태라고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드래곤볼Z 강습 사이어인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90)

원작을 따라가는 진행

라디츠와의 첫 싸움에서 오공과 피콜로가 힘을 합치는 장면, 오공이 저승길에서 계왕에게 수련을 받는 구간, 그동안 지구에 남은 크리링과 손오반이 버티는 구간이 순서대로 나옵니다.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도 그 장면을 직접 조작한다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나파와 베지터가 도착한 뒤로는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사이바맨을 상대하는 초반부터 동료가 한둘씩 빠지고, 베지터의 갤릭포 한 방에 파티가 정리되는 경험을 하고 나면 그제서야 카드를 아끼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성장과 카드 관리

전투를 거치면 캐릭터의 기력과 체력이 오릅니다. 무작정 진행하기보다 중간에 만나는 적을 상대로 힘을 키워 두는 편이 안전한데, 카드가 무한하지 않으므로 어디에 쓸지 배분하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방어를 고를 때도 카드를 내야 하기 때문에, 공격에 큰 카드를 몰아 쓰면 상대 턴에 그대로 얻어맞습니다. 강한 카드를 손에 남겨 두고 작은 카드로 자리를 잡아 두는 운영이 후반으로 갈수록 중요해집니다.

시리즈의 출발점

이 작품이 잘되면서 패미컴 드래곤볼Z는 프리저 편, 인조인간 편으로 이어지는 3부작이 됐습니다. 뒤로 갈수록 카드 시스템이 다듬어지고 캐릭터 수가 늘어나지만, 카드로 이동하고 카드로 싸운다는 기본 골격은 이 1편에서 이미 완성돼 있었습니다.

일본어 텍스트가 적지 않은 게임인데도 국내에서 꽤 돌아다녔습니다. 원작 만화를 이미 알고 있으니 대사를 다 읽지 않아도 지금 무슨 장면인지 짐작이 갔고, 카드 숫자만 보면 진행이 되는 구조 덕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