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타잔
디즈니 타잔 (Disney S Tarzan) · 1999 · S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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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나뭇가지를 붙잡고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그 장면. 1999년 극장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타잔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그 활강을, 게임은 첫 스테이지부터 조작으로 재현해 줍니다. 나무 줄기를 스케이트보드처럼 타고 내려가면서 앞을 가로막는 가지를 뛰어넘는 구간은, 당시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속도감이었습니다.
디즈니 타잔(Disney's Tarzan)은 같은 해 개봉한 디즈니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만든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배경과 캐릭터는 3D 폴리곤으로 만들었지만 진행은 좌우로 이어지는 2차원 평면 위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2.5D 방식을 씁니다. 덕분에 보는 맛은 당시 기준으로 화려하면서도 조작은 옛날 횡스크롤 액션 그대로 직관적입니다.
어린 타잔에서 어른 타잔까지
게임은 영화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초반에는 아직 어린 타잔으로 정글을 돌아다니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성장한 어른 타잔으로 바뀝니다. 어릴 때는 몸이 작고 힘이 약해 할 수 있는 동작이 제한되지만, 어른이 되면 창을 휘두르는 공격과 더 긴 도약, 더 과감한 매달리기가 열립니다. 같은 정글이라도 어느 시점의 타잔이냐에 따라 통과하는 방법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스테이지는 열댓 개 남짓 이어지며, 정글 바닥과 나무 위, 물가와 동굴, 그리고 후반의 인간 진영까지 배경이 계속 바뀝니다. 한 스테이지 안에서도 평지를 달리는 구간, 덩굴을 잡고 건너는 구간, 나무를 타고 오르는 구간이 번갈아 나와 지루할 틈이 적습니다.
수집 요소도 있습니다. 스테이지 곳곳에 흩어진 물건을 모으면 추가 요소가 열리는 구조라, 한 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를 다시 들어가 구석구석 훑는 재미가 붙습니다. 처음 달릴 때는 보이지 않던 샛길이 두 번째에 눈에 들어오는 식입니다.
조작과 처음 막히는 지점
기본은 달리기와 점프, 그리고 매달리기입니다. 덩굴이나 가지에 닿는 순간 자동으로 잡히는 게 아니라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 구간이 있어, 초반에는 허공을 짚고 떨어지는 일이 잦습니다. 점프의 정점이 아니라 살짝 올라가는 중에 붙잡는다는 감각으로 익히면 실수가 줄어듭니다.
가장 많이 발목을 잡는 곳은 활강 구간입니다.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장애물이 연달아 나오는데, 화면에 보이고 나서 반응하면 이미 늦습니다. 몇 번 죽으면서 배치를 외우는 게 사실상 정공법입니다. 이런 구간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므로, 무리해서 수집품을 챙기려다 오히려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주회에는 통과를 우선하는 편이 낫습니다.
높이 차이가 큰 구간에서는 카메라가 아래를 충분히 보여주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아래에 뭐가 있는지 모른 채 뛰어내리기보다, 가장자리에 서서 화면이 조금 내려가기를 기다렸다가 움직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여러 기종으로 나온 타잔
이 타잔은 플레이스테이션 말고도 여러 기종에 나왔습니다. PC판과 닌텐도 64판, 게임보이 컬러판이 각각 따로 만들어졌는데, 같은 영화를 원작으로 삼았을 뿐 내용과 만듦새는 기종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 친구 집에서 본 타잔과 내가 하던 타잔이 다르게 기억되는 일이 흔합니다.
플레이스테이션판은 영국의 유로컴이 만들고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가 냈습니다. 유로컴은 이 시기에 영화·애니메이션 판권물 액션을 여러 편 맡아 온 개발사로, 원작의 장면을 게임 구간으로 옮기는 데 익숙한 곳이었습니다. 타잔에서도 영화의 유명한 장면들이 그대로 스테이지 기믹이 되어 있습니다.
그 시절의 판권 게임
1990년대 후반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게임이 따라 나오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영화 홍보에 얹혀 가는 수준에 그쳤지만, 타잔은 원작의 이동 방식 자체를 게임 규칙으로 끌어온 덕에 판권물치고는 평이 나쁘지 않은 축에 속했습니다. 나무를 타고 미끄러지는 동작이 그냥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조작해야 하는 구간이라는 점이 컸습니다.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이 극장에서 크게 흥행했던 만큼 게임 쪽도 이름값이 있었습니다. 다만 콘솔 정품이 흔하지 않던 시기라, 많은 사람들은 오락실이나 비디오게임방에서 남이 하는 걸 구경하거나 잠깐 잡아 보는 식으로 접했습니다.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첫 화면만 봐도 무슨 장면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이, 이런 판권 게임의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폴리곤은 확실히 시대를 탑니다. 그래도 달리고 뛰고 매달리는 기본 감각은 여전히 멀쩡해서, 짧게 몇 스테이지 달려 보기에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