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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이

라스트 데이 (The Last Day SET 1) · 1990 · Doo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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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상 위를 날며 적기를 쏘는 슈팅 게임을 국내 회사가 만들었다는 사실은 지금 보면 조금 의외입니다. 라스트 데이는 1990년에 나온 국산 세로 슈팅이고, 당시 국내 제작사가 이 정도 배경 그림을 뽑아냈다는 점에서 이야깃거리가 남아 있는 게임입니다. 실제로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도 적기가 아니라 아래로 흘러가는 배경입니다.

라스트 데이(The Last Day)는 소형 전투기를 조종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화면을 거슬러 올라가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적 항공기와 전차, 포대, 함선을 부수며 나아가고, 강화할 수 있는 주무기와 횟수가 제한된 폭탄을 씁니다. 레버와 버튼 하나라는 구성이라 앉자마자 무엇을 하면 되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라스트 데이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0)

배경으로 승부한 게임

1990년의 국산 기판 사정을 생각하면 이 게임의 배경은 공을 꽤 들인 편입니다. 호수와 숲과 도시가 차례로 지나가고, 중간중간 알아볼 만한 구조물이 배치되어 지금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가 느껴집니다. 배경이 그냥 반복 패턴으로 흘러가는 당시 저가 기판들과는 인상이 다릅니다.

다만 슈팅 게임에서 화려한 배경은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지형이 복잡하면 적탄이 배경에 묻혀 보이지 않는 순간이 생깁니다. 이 게임에서도 어두운 구간이나 무늬가 많은 지형 위에서 탄을 놓치는 일이 있어서, 자기 기체 바로 앞을 계속 주시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제작사인 두용은 8비트급 하드웨어에서 16비트처럼 보이는 화면을 뽑는 것을 자부심으로 삼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라스트 데이는 그 회사의 첫 세로 슈팅이었고, 이후 회사가 슈팅 전문으로 굳어지는 출발점이 된 작품입니다.

무기를 키우는 게 곧 실력입니다

진행 방식은 이 시기 세로 슈팅의 표준을 따릅니다. 적을 부수면 나오는 아이템으로 주무기를 단계적으로 키우고, 위급할 때는 폭탄으로 화면을 정리합니다. 문제는 죽는 순간 강화가 날아간다는 점입니다. 화력이 최대일 때는 적이 나오는 족족 녹아 없어지지만, 한 번 죽고 초기 화력으로 돌아가면 같은 구간이 갑자기 벽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실질적인 공략은 죽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템이 나오는 지점을 외워 두고, 강화가 떨어지기 전에 다음 것을 챙기는 흐름을 유지해야 합니다. 폭탄도 마찬가지로 아껴 쓰다가 죽으면 손해입니다. 남겨 둔 폭탄은 아무 의미가 없으니, 위험하다 싶으면 주저하지 말고 쓰는 편이 결과적으로 오래 갑니다.

지상과 공중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는 점도 초보에게는 부담입니다. 하늘의 적기만 쫓다 보면 아래에서 올라오는 대공포에 맞고, 지상 목표만 정리하다 보면 뒤에서 붙는 적기를 놓칩니다. 화면 아래쪽 3분의 1 정도를 기본 위치로 잡고, 필요할 때만 위로 잠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운영이 편합니다.

어디에서 어려워지는가

난이도가 확 오르는 곳은 보스 앞뒤 구간입니다. 보스 자체보다 그 직전에 몰려나오는 잡몹 배치가 화력을 깎아 놓기 때문에, 정작 보스방에 들어갈 때는 이미 상태가 나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스 직전에는 무리해서 점수를 챙기지 말고 살아서 도착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좁은 지형 구간도 조심해야 합니다. 지형과 적탄이 함께 압박해 오면 피할 공간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이때 화면 구석에 붙어 있으면 빠져나갈 길이 사라집니다. 세로 슈팅에서 가장 위험한 자리는 언제나 벽 쪽입니다. 가운데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면 생존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국산 슈팅의 출발점

두용은 1989년에 세워져 1996년까지 운영된 회사입니다. 국내 제작사 가운데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일본으로 꾸준히 수출한 곳이었고, 라이선스를 통해 자기 게임을 해외 오락실에 내보냈습니다. 라스트 데이는 그 흐름의 초반에 놓인 작품이라, 이후 나온 이 회사의 슈팅들과 비교해 보면 무엇이 자리 잡고 무엇이 아직 거칠었는지가 보입니다.

같은 시기 일본 슈팅과 나란히 놓으면 연출과 완성도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국내에서 만든 기판이 오락실에 실제로 놓이고, 그것이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 자체가 그 시절에는 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국산 아케이드가 어디쯤에서 출발했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다면 이 게임은 괜찮은 출발점입니다.

지금 해 보면 한 판이 길지 않고 규칙도 단순해서, 세로 슈팅을 오래 안 해 본 사람도 몇 판이면 손이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