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브링어
라이트 브링어 (Light Bringer Ver 2 2o 1994 04 08) · 1993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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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오락실에서 네 명이 한 기계에 붙어 앉는 그림은 대개 벨트스크롤 액션의 것이었습니다. 옆으로 걸어가며 잡졸을 두들기는 그 구조 말입니다. 타이토가 1993년에 내놓은 이 게임은 그 자리에 판타지 세계관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을 들고 왔습니다. 검과 마법, 그리고 화면 가득 몰려오는 몬스터 떼가 있습니다.
라이트 브링어(Light Bringer)는 타이토가 1993년에 내놓은 아케이드 액션 게임입니다. 북미에서는 던전 매직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네 명까지 함께 붙어 각자 다른 직업의 캐릭터를 골라 던전을 헤쳐 나가고, 근접 공격과 마법을 섞어 몰려오는 적을 정리하며 진행합니다. 타이토의 F3 기판 세대에 얹혀 나온 작품이라, 그 시절 기준으로 캐릭터가 크고 화면이 화려합니다.
캐릭터를 고른다는 것
이런 게임의 첫 재미는 언제나 선택 화면에 있습니다. 고를 수 있는 인물은 넷입니다. 기사 애쉬와 전사 그렌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쪽이라 맞아도 잘 버티고 한 방이 크지만 사거리가 짧습니다. 엘프 시스티는 거리를 두고 싸우는 데 강하고, 마법사 볼드는 여러 마리를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는 대신 몸이 약해서 포위당하면 순식간에 녹습니다. 이 상성이 여럿이 할 때 자연스러운 역할 분담을 만듭니다.
혼자 할 때는 균형 잡힌 쪽을 고르는 게 무난합니다. 맞아 가며 버틸 수 있어야 실수를 만회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여럿이 붙었다면 앞에서 막아 줄 사람이 있으니 사거리가 긴 캐릭터의 값어치가 확 올라갑니다.
캐릭터마다 조작 감각이 꽤 달라서, 한 캐릭터로 익힌 거리 감각이 다른 캐릭터에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처음 몇 판은 하나만 붙잡고 그 캐릭터의 공격이 어디까지 닿는지를 몸에 익히는 편이 실력이 빨리 붑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액션
옆에서 보는 벨트스크롤과 달리 이 게임은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을 씁니다. 그래서 적이 좌우뿐 아니라 위아래에서도 들어옵니다. 사방이 열려 있다는 것은 도망갈 곳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등 뒤가 계속 비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습관은 포위되지 않는 것입니다. 적 무리 한가운데로 파고들어 휘두르면 화면은 시원하지만 사방에서 맞습니다. 무리의 가장자리를 물면서 한쪽씩 깎아 내고, 둘러싸일 낌새가 보이면 미련 없이 빠져나와 다시 각을 잡는 것이 정석입니다.
벽과 지형지물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등을 벽에 붙이면 뒤에서 들어오는 방향이 하나 줄어듭니다. 반대로 좁은 통로에서는 적이 한 줄로 늘어서므로, 넓은 방보다 통로 입구에서 싸우는 편이 훨씬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게임에는 같은 장르에서 보기 드문 요소도 섞여 있습니다. 싸워서 경험치를 쌓아 캐릭터가 성장하고, 발판을 뛰어넘어야 하는 구간이 중간중간 끼어들며, 길이 하나로만 이어지지 않아 어디로 갈지 고르는 대목도 나옵니다. 그냥 앞으로 걸으며 두들기기만 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패는 공격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는 것입니다. 큰 동작이 나가는 동안은 대체로 못 피하므로, 헛손질 한 번이 여러 대를 맞는 대가로 돌아옵니다. 적이 사거리에 확실히 들어왔을 때만 내는 절제가 곧 생존율입니다.
여럿이 할 때는 체력 회복 아이템 관리가 관건입니다. 눈에 보인다고 아무나 먼저 먹으면 정작 위험한 사람이 못 먹습니다. 남은 체력이 적은 쪽에게 양보하는 최소한의 합의만 있어도 팀 전체가 훨씬 오래 갑니다.
난이도는 사람 수에 따라 적의 물량이 늘어나는 구조라, 인원이 많다고 무조건 쉬워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화면이 복잡해져서 자기 캐릭터를 놓치는 일이 생깁니다. 시작할 때 자기 색깔과 위치를 확실히 인지해 두는 게 기본입니다.
타이토와 그 시절 기판
1993년 무렵 타이토는 F3이라는 기판 세대를 밀고 있었습니다. 색과 스프라이트 표현이 넉넉해져서, 캐릭터를 크게 그리고 배경을 여러 겹으로 움직이는 연출이 가능해진 시기입니다. 이 게임의 화면이 지금 봐도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같은 시기 캡콤의 던전스 앤 드래곤 계열이 판타지 벨트스크롤 시장을 크게 가져갔고, 세가와 코나미도 각자의 다인용 액션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그 경쟁 속에서 이 게임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라는 차별점으로 자기 자리를 잡으려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캡콤 쪽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지만, 사방에서 밀려오는 물량을 상대하는 맛은 이 게임 쪽이 더 직접적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국내 오락실에서 4인용 판타지 액션이라고 하면 대개 캡콤의 던전 게임들을 떠올립니다. 이 게임은 그보다 덜 깔렸고, 봤다는 사람과 처음 본다는 사람이 확연히 갈립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여럿이 붙었을 때의 값어치가 분명합니다. 혼자서도 할 만하지만, 역할이 다른 캐릭터를 나눠 잡고 서로 등을 봐 주는 순간 게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니, 그 시절 다인용 액션의 다른 갈래를 확인해 보기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