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즈 게임기어판
레밍즈 (Lemmings USA Europe) · 1994 · Sega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아무 생각 없이 걷는 무리
문이 열리면 초록 머리의 작은 생물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와 앞으로 걷습니다. 벽에 부딪히면 방향을 돌리고, 절벽이 나오면 그대로 떨어집니다. 판단이라는 걸 하지 않습니다. 이 아무 생각 없는 행렬을 무사히 출구까지 데려가는 것이 플레이어의 일입니다. 조작하는 대상이 캐릭터가 아니라 무리 전체라는 발상이 당시로서는 아주 새로웠습니다.
레밍즈(Lemmings)는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수 이상의 레밍을 출구로 보내야 하는 퍼즐 게임입니다.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걷고 있는 레밍 하나를 골라 특정 역할을 부여해 지형을 바꾸거나 무리의 흐름을 통제합니다.
여덟 가지 역할
쓸 수 있는 역할이 정해져 있습니다. 우산을 펴고 천천히 내려오는 낙하산병, 앞을 가로막는 벽을 부수는 굴착병, 아래로 파고드는 광부, 계단을 놓는 건축가, 무리의 진행을 막아 세우는 차단벽, 그리고 스스로 폭발해 지형을 뚫는 폭파병 같은 것들입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역할별로 쓸 수 있는 횟수가 제한돼 있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건축가를 다섯 번만 쓸 수 있다면 어디에 계단을 놓을지가 곧 문제 풀이가 됩니다. 아무 데나 쓰다 보면 마지막 구간에서 필요한 역할이 남아 있지 않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하나를 희생시키는 판단
이 게임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 중 하나는, 종종 몇 마리를 일부러 버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차단벽으로 세워 둔 레밍은 그 자리에 갇혀 스테이지가 끝날 때까지 나오지 못하고, 폭파병은 지형을 뚫으면서 자기도 사라집니다. 통과 기준이 전원이 아니라 일정 비율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입니다.
시간 제한도 있어서 무한정 고민할 수는 없습니다. 다급해지면 남은 레밍을 전부 폭파시켜 판을 정리하는 기능까지 있는데, 처음 이 버튼을 눌러 본 사람은 화면 가득 터지는 광경에 조금 당황하게 됩니다.
작은 화면으로 옮긴 무리
원작은 마우스로 클릭해 역할을 주는 방식이었지만, 휴대용판은 커서를 방향키로 옮겨 지정합니다. 조작이 한 박자 느려지는 만큼, 여유를 두고 미리 판단해 두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화면이 좁아 전체 지형을 한눈에 볼 수 없다는 점도 다릅니다. 진행 전에 화면을 좌우로 훑어 어디에 함정이 있고 출구가 어느 쪽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가 됩니다. 이 확인 작업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퍼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