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즈 슈퍼패미컴판
레밍즈 (Lemmings USA REV a) · 1991 · Sunsoft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가만두면 전부 죽습니다
문이 열리고 조그만 초록 머리 생명체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들은 앞만 보고 걷습니다. 벽에 부딪히면 돌아서고, 낭떠러지가 나오면 그냥 떨어집니다. 용암이 있어도 걸어 들어가고, 함정이 있어도 피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한 마리도 남김없이 죽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하는 일은 조종이 아니라 배치입니다. 특정 레밍 하나를 콕 찍어 삽을 쥐여 주고, 다른 하나에게는 사다리를 놓게 하고, 또 다른 하나는 그 자리에 못 박듯 세워 두어 나머지를 되돌립니다. 명령을 받은 한 마리가 무리 전체의 운명을 바꾸는 구조가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레밍즈(Lemmings)는 정해진 수의 레밍을 정해진 시간 안에 출구까지 데려가는 퍼즐 게임입니다. 스테이지마다 구해야 하는 최소 인원이 정해져 있고, 쓸 수 있는 능력의 개수도 미리 제한되어 있습니다.
능력은 여덟 가지입니다. 낙하산으로 안전하게 내려오게 하거나, 가로로 파고 세로로 파고 비스듬히 파게 하거나, 계단을 놓게 하거나, 벽을 등지고 서서 뒤따라오는 무리를 돌려세우게 하거나, 스스로 폭발해 길을 뚫게 합니다. 이 여덟 가지 조합만으로 백 개가 넘는 스테이지가 만들어졌다는 게 놀라운 점입니다.
한 마리를 버려야 하는 순간
이 게임의 감정선은 독특합니다. 어떤 스테이지는 구조상 누군가가 반드시 죽어야 나머지가 삽니다. 앞서가는 한 마리를 폭발시켜 벽을 뚫고, 그 위로 나머지가 지나갑니다. 어떤 스테이지에서는 한 마리를 좁은 통로 앞에 세워 두고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키게 합니다.
구출 인원이 아슬아슬하게 맞아떨어지는 후반 스테이지에서는 실수 한 번이 곧 재시작입니다. 그래서 어디서 몇 마리를 잃어도 되는지 계산하면서 진행하게 되는데, 조그만 캐릭터들을 놓고 이런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게 묘하게 마음에 걸리기도 합니다.
난이도 네 단계
스테이지는 난이도별로 묶여 있습니다. 처음 묶음은 능력 하나만 알면 풀리도록 만들어져 있어 사실상 설명서 역할을 합니다. 중반으로 갈수록 지형이 복잡해지고 시간이 빠듯해지며, 마지막 묶음에서는 지형을 미리 다 읽고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손도 못 댑니다.
어려운 스테이지의 공통점은 정답이 하나뿐이라는 겁니다.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우연히 풀리는 게 아니라, 지형을 보고 순서를 떠올려야 합니다. 그래서 한참 헤매다 답이 보이는 순간의 쾌감이 큽니다.
처음 하는 분에게
먼저 레밍을 내보내기 전에 화면 전체를 한 번 훑어보세요. 출구가 어디에 있고, 그 사이에 무엇이 가로막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그리고 벽을 등지고 서는 능력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초보가 가장 자주 하는 실수가 무리를 통제하지 못한 채 앞으로만 보내다가 절벽 아래로 전부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일단 세워 두고 천천히 길을 만든 다음, 마지막에 그 벽을 파서 무리를 풀어 주면 훨씬 안정적으로 풀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