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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고스트 오락실판

레이저 고스트 (Laser Ghost SET 2 World 317 0166) · 1990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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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가장 큰 자랑은 화면이 아니라 총이었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총 안의 회전 거울이 붉은 빛줄기를 조준경 위로 흘려보내, 정말로 총구에서 레이저가 뻗어 나가 표적에 꽂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화면 속 총알은 다들 봤어도 손에 쥔 총에서 빛이 뻗는 감각은 흔치 않았기에, 이 기계 앞을 지나가던 사람은 한 번쯤 총을 들어 보게 됐습니다.

레이저 고스트(Laser Ghost)는 유령 사냥을 소재로 한 건 슈팅 게임입니다. 화면이 알아서 앞으로 나아가고, 플레이어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며 튀어나오는 유령을 총으로 쏘아 넘기면 됩니다. 세 자루의 총이 기계에 붙어 있어 세 사람이 동시에 붙을 수 있고, 각각 유령 사냥 팀의 한 명씩을 맡습니다. 목표는 파란 괴물에게 끌려간 어린 소녀를 되찾고 도시를 유령의 손에서 지켜 내는 것입니다.

레이저 고스트 오락실판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0)

정해진 길을 따라가며 쏘는 게임

건 슈팅이라는 장르는 이동을 게임이 대신해 줍니다. 플레이어가 할 일은 어디로 갈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에 나타나는 것 중 무엇을 먼저 쏘고 무엇을 무시할지 고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조작은 단순하지만 판단은 계속 요구됩니다.

적이 여럿 나올 때는 나에게 직접 공격을 넣는 놈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배경에서 어슬렁대는 것들은 점수용일 뿐이고, 손을 뻗어 오거나 이쪽으로 무언가를 던지는 놈이 실제 피해를 줍니다. 화면이 요란해질수록 이 우선순위를 지키기가 어려워지고, 그때 체력이 줄어듭니다.

재장전과 사격 속도의 관리도 익혀야 합니다. 눈에 뭔가 보일 때마다 반사적으로 갈기다 보면 정작 코앞에 붙은 적을 처리할 여유가 사라집니다. 조준을 크게 흔들지 말고, 화면 가운데를 기준으로 총구를 짧게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면 명중률이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레이저 고스트 오락실판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0)

여럿이 붙으면 역할이 갈립니다

총이 세 자루라는 것은 단순히 사람이 더 들어간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화면 하나를 셋이 나눠 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담당 구역이 생깁니다. 왼쪽에 선 사람이 왼쪽을, 오른쪽에 선 사람이 오른쪽을 맡고 가운데 사람이 정면을 정리하는 식으로 나누면 놓치는 적이 확 줄어듭니다.

반대로 셋이 전부 화면 한가운데의 큰 적에게만 달려들면, 양옆에서 조용히 다가온 것들에게 나란히 얻어맞게 됩니다. 여럿이 할 때 오히려 더 빨리 끝나는 경우가 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소리를 내서 서로 어디를 보는지 알려 주는 것이 이런 기계 앞에서는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체력 관리도 같이 봐야 합니다. 한 사람이 먼저 떨어져 나가면 남은 둘이 감당할 화면이 갑자기 넓어지므로, 위태로운 사람 쪽 구역을 미리 나눠 맡아 주는 편이 전체적으로 오래 버티는 길입니다.

레이저 고스트 오락실판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0)

무섭게 만들려던 시절의 오락실

이 작품은 유령의 집을 오락실 안에 옮겨 놓으려는 시도였습니다. 어두운 배경, 갑자기 튀어나오는 얼굴, 비명 같은 효과음이 반복되며 놀람을 유도합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소박하지만, 밝은 화면의 슈팅과 대전 격투가 대부분이던 오락실에서 이런 어두운 색조의 기계는 그 자체로 눈에 띄었습니다.

같은 시기 세가는 총을 쓰는 기계를 여러 대 내놓으며 이 분야를 다졌습니다. 여기서 쌓인 총기 인터페이스와 연출 경험이 훗날 훨씬 유명해지는 세가의 건 슈팅 계보로 이어집니다. 레이저 고스트는 그 계보의 초입에 놓인, 실험 성격이 짙은 기계였습니다.

세 명이 붙는 기계의 운명

세 자루 동시 플레이는 매력이자 약점이었습니다. 여럿이 붙으면 확실히 신났지만, 총이 세 개 달린 기계는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고장 날 곳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총이라는 부품 자체가 오락실에서 가장 험하게 다뤄지는 물건이라, 한두 자루가 망가진 채 방치되는 일이 흔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기계를 갖춘 곳은 드물었습니다. 총을 쓰는 기계는 그 시절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었지만, 대개는 두 자루짜리 유명작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세 자루짜리 유령 게임까지 들여놓을 여유가 있는 오락실은 많지 않았고, 그래서 이 작품은 이름을 아는 사람보다 화면을 본 사람이 훨씬 적은 기계로 남았습니다.

덧붙여, 같은 제목을 단 가정용 게임이 유럽에서 따로 나온 적이 있지만 내용은 이 오락실판과 별개입니다. 이름만 같을 뿐 다른 게임이니, 오락실에서 총을 들고 했던 그 기억을 찾는다면 이쪽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