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블래스터스
로드 블래스터스 (Road Blasters Upright REV 4) · 1987 · Atari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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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계기가 곧 목숨입니다
이 게임에는 잔기라는 개념이 사실상 연료로 대체되어 있습니다. 출발하는 순간부터 연료가 줄어들고, 0이 되면 차가 멈추면서 그대로 끝입니다. 부딪히지 않고 얌전히 달리기만 해도 시간이 다 되면 죽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앞으로 밀어붙이라고 등을 떠밉니다.
연료를 채우는 방법은 도로에 놓인 연료 구슬을 밟고 지나가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구슬이 하필 위험한 자리에 놓여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적 차량이 몰려 있는 쪽, 도로가 좁아지는 쪽, 장애물이 늘어선 쪽입니다. 안전하게 가면 연료가 마르고, 연료를 챙기려면 위험한 자리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 하나의 규칙이 게임 전체를 팽팽하게 만듭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로드 블래스터스(Road Blasters)는 차 뒤를 따라가는 시점으로 도로를 달리면서, 앞에 있는 적을 쏘아 치우는 게임입니다. 레이싱처럼 보이지만 순위 경쟁은 없습니다. 등수를 다투는 게 아니라 살아서 구간 끝까지 가는 게 목표입니다. 그런 점에서 운전 게임보다는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슈팅에 가깝습니다.
조작은 핸들과 액셀, 그리고 발사입니다. 차 앞에 달린 기관총은 탄이 무제한이라 계속 쏴도 됩니다. 적 차량을 맞히면 터지고, 도로 옆에서 쏘는 포탑이나 지뢰 같은 것도 처리 대상입니다. 다만 쏜다고 다 사라지지는 않아서, 어떤 적은 피하는 게 정답입니다.
특별한 재미 하나는 지원기입니다. 특정 지점에서 비행기가 날아와 무기를 떨어뜨려 주는데, 이걸 받으면 잠시 동안 훨씬 강한 화력을 쓸 수 있습니다. 지속 시간이 짧아서, 이 무기를 어디서 받아 어느 구간에서 쓸지가 실력 차이로 나타납니다.
처음 하면 어디서 막히나
초심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속도를 줄이는 것입니다. 위험해 보이면 본능적으로 액셀에서 발을 떼게 되는데, 이 게임에서는 그게 죽는 길입니다. 느리게 가면 같은 거리를 가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그동안 연료는 계속 줄어듭니다. 부딪혀도 좋으니 속도를 유지하는 편이 살아남는 데 유리한 구간이 많습니다.
두 번째는 시선을 너무 가까이 두는 것입니다. 차 바로 앞만 보면 이미 피할 수 없는 거리에서 장애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화면 위쪽, 도로가 사라지는 지점을 보면서 미리 어느 차선으로 들어갈지 정해 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보면 연료 구슬이 어디 깔려 있는지도 미리 보입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은 도로가 좁아지거나 갈라지는 구간, 그리고 시야를 가리는 구간입니다.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황에서는 무리해서 구슬을 주우려 하지 말고, 도로 한가운데를 유지하며 통과하는 쪽이 낫습니다. 연료를 조금 잃더라도 부딪혀서 속도를 잃는 것보다 손해가 적습니다.
아타리가 만든 도로 게임의 계보
아타리는 오락실 운전 게임에서 자기 색이 뚜렷한 회사였습니다. 실제 차를 몰듯 정교하게 다루는 방향보다, 도로를 무대로 삼아 뭔가를 부수고 피하는 놀이 쪽으로 자주 갔습니다. 이 게임 역시 그 성향의 결과물입니다. 앞선 아타리 운전 게임들이 쌓아 둔 도로 표현 기술 위에, 총을 쏘는 재미를 얹은 형태입니다.
1980년대 중후반 오락실에서 운전 게임은 캐비닛 자체가 볼거리였습니다. 핸들과 페달이 달린 앉는 기계는 스틱과 버튼만 있는 기계와 값이 달랐고, 자리도 크게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은 규모 있는 오락실에나 들어갔고, 한 대 있으면 그 오락실의 얼굴 노릇을 했습니다.
같은 장르 다른 게임과 견주면
비슷한 시기에 도로를 달리며 싸우는 게임이 여럿 있었지만, 이 게임의 성격을 결정하는 건 결국 연료입니다. 다른 게임들이 충돌 횟수나 제한 시간으로 압박한다면, 이쪽은 위험한 자리에 놓인 보급을 주우러 들어가게 만드는 방식으로 압박합니다. 안전과 연료가 반대편에 놓여 있어서, 플레이어가 매 순간 스스로 위험을 고르게 됩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해 보면 그 구조가 여전히 잘 작동한다는 게 느껴집니다. 화면은 낡았어도, 연료 막대가 줄어드는 걸 곁눈으로 보면서 저 앞의 구슬 무더기로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는 몇 초는 그대로입니다. 한 판이 길지 않아 부담도 적고, 다시 시작하면 방금 아까웠던 구간부터 머릿속에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