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 마스터시스템
로키 (Rocky World) · 1987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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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그 대전 상대들과 링 위에서
권투 영화를 게임으로 만든다면 무엇이 있어야 할까요. 이 게임의 답은 명확합니다. 영화에 나왔던 상대들과 차례로 붙는 것입니다. 시작하면 익숙한 이름의 선수들이 상대로 나오고, 각각 링 위에서 움직이는 방식이 다릅니다.
화면은 링 뒤쪽에서 두 선수를 옆으로 보는 구성입니다. 캐릭터가 큼직하게 그려져 있어서 주먹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잘 보이고, 맞았을 때 고개가 젖혀지는 동작도 확실합니다. 8비트 기기에서 사람 둘을 크게 띄우고 주먹을 주고받게 만든 것 자체가 당시로서는 볼거리였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로키(Rocky)는 링 위에서 상대와 주먹을 주고받는 권투 게임입니다. 정해진 라운드를 치르며 상대를 쓰러뜨리거나,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더 많이 때려 판정으로 이깁니다. 이기면 다음 상대로 넘어가고, 상대가 강해질수록 움직임이 빨라지고 방어가 단단해집니다.
조작은 방향키와 두 개의 버튼입니다. 방향키로 좌우로 움직이거나 몸을 숙이고, 두 버튼은 각각 다른 종류의 주먹입니다. 방향키와 함께 누르면 치는 높이가 바뀌어서, 얼굴을 노릴지 몸통을 노릴지 고를 수 있습니다. 배울 것은 몇 분이면 끝나지만, 언제 내미느냐는 계속 어렵습니다.
체력을 관리하는 싸움
이 게임의 핵심은 무작정 두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주먹을 낼 때마다 기력이 줄어들고, 기력이 바닥나면 팔이 무거워져 주먹이 느려집니다. 그 상태에서는 상대의 공격을 막지도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이기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라운드 초반에는 거리를 두고 상대의 움직임을 봅니다. 상대가 주먹을 내미는 순간 뒤로 물러나거나 몸을 숙여 흘리고, 그 공격이 끝난 직후의 짧은 순간에만 두세 대를 몰아 넣습니다. 그리고 다시 물러나 기력이 차기를 기다립니다.
초보자는 이 기다림을 못 참습니다. 상대가 비틀거리는 것처럼 보이면 계속 주먹을 내밀다가, 기력이 다 빠진 채로 반격을 맞고 눕습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패배 형태입니다.
몸통과 얼굴
칠 수 있는 곳이 두 군데라는 점이 이 게임을 단순한 연타 게임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상대는 위쪽을 막고 있거나 아래쪽을 막고 있는데, 막고 있는 쪽을 때리면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요령은 번갈아 치는 것입니다. 몸통을 몇 번 두드리면 상대가 팔을 내리는 순간이 오고, 그때 얼굴을 노립니다. 반대로 얼굴만 계속 노리면 상대가 위쪽을 단단히 막아 버립니다. 상대의 팔 위치를 보고 비어 있는 곳을 고르는 습관이 붙으면 같은 라운드에서 넣는 유효타 수가 확 달라집니다.
상대마다 습관도 다릅니다. 어떤 선수는 자주 앞으로 밀고 들어오고, 어떤 선수는 거리를 두고 기다립니다. 밀고 들어오는 상대에게는 물러나며 맞받아치는 방식이, 기다리는 상대에게는 이쪽에서 유인해 헛손질을 끌어내는 방식이 통합니다.
라운드 사이의 회복
라운드가 끝나면 코너에서 짧은 휴식이 있고, 여기서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됩니다. 그래서 한 라운드를 무리하게 끝내려 하지 말고, 지금 라운드에서 못 이길 것 같으면 맞지 않는 데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정당한 전략입니다.
특히 후반 상대들은 한 라운드 만에 쓰러뜨리기 어렵습니다. 매 라운드 조금씩 유효타를 쌓아 두고, 상대가 지친 후반 라운드에 승부를 거는 편이 확실합니다. 이런 흐름 때문에 한 경기가 짧게 끝나지 않고, 실제 권투 경기 같은 기복이 생깁니다.
영화 판권 게임 중에서
80년대에는 인기 영화가 나오면 게임이 따라 나오는 일이 흔했고, 대부분은 이름만 빌린 물건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그 중에서 원작과 게임 형태가 잘 맞아떨어진 경우입니다. 권투 영화를 권투 게임으로 만들었으니 억지가 없습니다.
영화의 상대들이 순서대로 나온다는 구성도 원작을 아는 사람에게는 반갑습니다. 이름과 생김새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고, 강해지는 순서가 영화의 흐름과 맞물려 있어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이야기를 따라가는 느낌을 줍니다.
8비트 기기에서 사람 둘을 크게 그리려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 게임은 배경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관중을 단순한 무늬로 처리해서 그 여유를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화면은 휑하지만 정작 봐야 할 두 선수의 동작은 또렷합니다.
규칙이 단순해서 몇 분이면 손에 붙습니다. 대신 첫 상대를 넘기고 나면 난이도가 눈에 띄게 올라가니, 두드리는 게임이 아니라 기다리는 게임이라는 것을 빨리 받아들이는 사람이 빨리 늡니다. 둘이서 번갈아 잡기에도 잘 맞습니다. 한 경기가 몇 분이면 끝나고, 지켜보는 쪽에서도 누가 유리한지 체력 표시로 바로 알 수 있어서 옆에서 훈수를 두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