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레스큐
루나 레스큐 (Lunar Rescue) · 1979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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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인베이더를 만든 회사의 다음 수
1978년 타이토의 스페이스 인베이더는 일본의 오락실 풍경 자체를 바꿔 놓았습니다. 백 엔짜리 동전이 모자라 은행에서 동전을 구하러 다녔다는 이야기가 나돌 만큼의 대유행이었습니다. 그런 성공을 거둔 회사가 이듬해 내놓은 게임이 이것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는 인베이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화면 구성도, 적이 늘어선 모습도, 심지어 그림의 생김새까지 어딘가 닮았습니다.
하지만 하는 일은 전혀 다릅니다. 인베이더가 다가오는 적을 쏘아 없애는 게임이라면, 이 게임은 쏘는 것이 주된 일이 아닙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오는 왕복이 전부입니다. 대성공을 거둔 공식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고 다른 동사를 찾아본 시도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루나 레스큐(Lunar Rescue)는 달 표면에 조난된 사람을 구해 오는 게임입니다. 한 번의 순환은 두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화면 위쪽 모선에서 착륙선이 아래로 떨어집니다. 이때 중간에 떠 있는 장애물 사이를 빠져나가면서 아래쪽 착륙 지점에 정확히 내려앉아야 합니다. 내려가는 동안 기체는 계속 아래로 끌려 내려가고, 플레이어는 좌우로 위치를 조정하며 감속합니다.
무사히 착륙하면 조난자가 기체에 올라탑니다. 그다음에는 반대로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올라가는 길에는 적이 가로막고 있고, 이때는 탄을 쏘아 길을 열 수 있습니다. 모선까지 도달하면 한 사람을 구한 것이 되고, 다시 다음 착륙이 시작됩니다. 내려갈 때는 피하기만 하고 올라올 때는 싸운다는 이 비대칭이 게임의 뼈대입니다.
착륙이 진짜 어려운 부분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대개 착륙에서 계속 실패합니다. 기체가 아래로 떨어지는 속도가 붙어 있는 상태에서 좁은 착륙대에 맞춰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좌우로 크게 움직이면 그만큼 관성이 남아서 착륙대를 지나쳐 버립니다. 요령은 일찍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아래쪽 어느 착륙대로 갈지를 낙하 초반에 정하고, 그 위치를 잡아 둔 채로 미세하게만 조정하며 내려가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중간의 장애물 지대에서는 무리해서 뚫으려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 구간은 억지로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틈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통과하는 곳입니다. 위쪽에서 여유를 두고 흐름을 본 다음, 길이 열린 방향으로 몸을 옮겨 두면 자연스럽게 빠져나갑니다.
올라올 때는 반대로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손에 무기가 있으니 앞을 막는 것을 치우면서 올라가면 됩니다. 다만 조난자를 태운 상태이므로 여기서 기체를 잃으면 그때까지의 수고가 사라집니다. 내려갈 때보다 올라올 때 더 조심하는 사람이 결국 점수를 많이 냅니다.
1979년이라는 시대
이 시기 오락실 게임은 흑백 화면이 기본이었습니다. 색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화면도 실제로는 흑백 브라운관 위에 색깔 셀로판지를 붙여 만든 것이었습니다. 화면 위쪽은 파랗게, 아래쪽은 초록으로 보이게 하는 식입니다. 지금 보면 조악하지만 당시로서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화면을 화려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게임의 구조도 시대를 반영합니다. 이 시절 게임에는 끝이 없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면 조금 더 어려워진 같은 상황이 다시 시작되고, 그것이 플레이어가 죽을 때까지 반복됩니다. 엔딩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실력의 척도는 얼마나 진도를 나갔느냐가 아니라 점수 화면에 이름을 몇 번째 줄에 올렸느냐였습니다.
지금 해 보면
이 게임은 착륙이라는 소재를 다룬 초창기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중력을 계산하며 좁은 곳에 기체를 내려놓는 긴장은 이후 여러 게임에서 반복해 등장하는 감각인데, 그 원형에 가까운 것을 여기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규칙이 단순한 만큼 몇 판만 해 보면 무엇을 요구하는 게임인지 몸으로 이해됩니다.
한국에서는 이 게임 자체보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계열이 훨씬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1970년대 말 오락실 게임이 어떤 물건이었는지 확인하기에 이만한 표본이 드뭅니다. 화면에 정보가 거의 없고 규칙도 몇 줄이면 끝나는데, 그럼에도 한 판을 놓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이 시절 게임들의 공통된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