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대 캡콤
마블 vs 캡콤 (Marvel vs Capcom Clash of Super Heroes) · 1999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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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과 류가 같은 화면에
스파이더맨이 류와 주먹을 맞대고, 헐크가 춘리를 던져 버리는 장면은 처음 봤을 때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회사의 세계관이 한 화면에서 붙는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던 시절이었고, 그걸 캡콤 특유의 화려한 2D 그림으로 굴러가게 만들었으니 오락실에서 사람이 몰리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화면 가득 터지는 이펙트도 이 게임의 상징입니다. 필살기 한 번에 배경이 하얗게 날아가고 글자가 튀어나오는 연출은 과하다 싶을 정도인데, 그 과함이 정확히 이 게임의 매력이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마블 대 캡콤(Marvel vs. Capcom: Clash of Super Heroes)은 캡콤이 만든 태그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 둘을 골라 팀을 짜고, 버튼 조작으로 교대하며 싸웁니다. 화면 밖으로 물러난 캐릭터는 체력을 조금씩 회복하고, 게이지를 써서 둘을 동시에 불러내 함께 공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버튼은 약·중·강으로 나뉜 펀치와 킥, 그리고 교대 버튼으로 구성됩니다. 점프가 높고 공중 연속기가 잘 들어가는 편이라, 상대를 띄운 뒤 따라 올라가 두들기는 이른바 에어 콤보가 이 계열의 기본기입니다. 여기에 게이지를 소모하는 하이퍼 콤보를 이어 붙이면 한 번의 기회로 체력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기도 합니다.
도우미 캐릭터
이 작품에서 특히 재미있는 것이 무작위로 배정되는 도우미입니다. 대전을 시작할 때 정해지는 지원 캐릭터를 버튼으로 불러내면 잠깐 나타나 한 대 치고 사라집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얼굴들이 캡콤 게임 곳곳에서 끌어온 조연들이라,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도우미는 단순한 재미 요소가 아니라 실전에서도 몫을 합니다. 상대의 압박을 끊거나, 접근하는 발판으로 쓰거나, 연속기를 늘리는 데 씁니다. 무작위로 정해지기 때문에 판마다 전략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도 이 게임 특유의 맛이었습니다.
등장 인물들
마블 쪽에서는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울버린, 워 머신 같은 낯익은 얼굴들이 나옵니다. 캡콤 쪽에서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류와 춘리가 있고, 캡콤의 다른 작품에서 온 캐릭터들도 섞여 있습니다. 여기에 색과 성능을 바꾼 변형 캐릭터도 숨어 있어서, 어떻게 하면 그들을 쓸 수 있는지가 늘 화제였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캐릭터 이름을 원문 그대로 부르기보다 생김새로 부르는 일이 흔했습니다. 스파이더맨과 헐크처럼 만화로 이미 알려진 얼굴은 그대로 통했고, 나머지는 각자의 별명이 붙곤 했습니다.
시리즈 속 위치
이 게임은 캡콤이 마블 판권으로 만든 대전격투 계보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앞서 나온 한 명 대 한 명 구성의 작품들을 거쳐 2인 태그로 정착한 것이 이 작품이고, 뒤에 나온 후속작은 셋씩 짜는 3대3으로 판을 더 키웠습니다. 그 사이에서 이 작품은 태그 구성의 재미와 조작의 단순함이 가장 잘 맞물린 지점으로 꼽힙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이식판은 가정에서 이 대전을 되풀이할 수 있게 해 준 판본입니다. 기판 사양 차이 때문에 동시에 화면에 나오는 요소에 제약이 있었지만, 태그와 도우미가 만드는 정신없는 난전의 감각은 그대로 옮겨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