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든 NFL 2001
매든 NFL 2001 (Madden Nfl 2001 USA) · 2000 · EA Sports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미식축구 게임에서 가장 낯선 것은 조작이 아니라 시작 화면입니다. 공을 잡기도 전에 수십 개의 작전 그림이 펼쳐지고, 그중 하나를 골라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화살표와 동그라미로 그려진 그 그림들이 무슨 뜻인지 모르면 게임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이 벽 때문에 많은 사람이 첫 판에서 손을 놓지만, 반대로 그 벽을 넘고 나면 이 시리즈가 왜 수십 년째 이어지는지도 이해하게 됩니다.
매든 NFL 2001(Madden NFL 2001)은 미국 프로 미식축구를 다룬 스포츠 게임입니다. 해마다 새 판을 내는 이 시리즈의 닌텐도64용 작품으로, 실제 리그의 팀과 선수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공격과 수비 양쪽에서 매 순간 작전을 고르고, 정해진 횟수 안에 전진해 상대 진영 끝까지 밀고 들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규칙부터 짚는다
미식축구를 모르면 화면이 도무지 읽히지 않으므로 뼈대만 짚고 가겠습니다. 공격 팀은 네 번의 기회 안에 정해진 거리를 전진해야 하고, 성공하면 다시 네 번을 받습니다. 실패하면 공격권이 넘어갑니다. 상대 진영 끝까지 들어가면 큰 점수를, 발로 차 넣으면 작은 점수를 얻습니다.
그래서 매 순간의 판단이 명확합니다. 남은 거리가 짧으면 무난하게 밀고, 길면 크게 던져야 합니다. 네 번째 기회가 되면 실패했을 때의 손해를 감수하고 시도할지, 아니면 공을 차서 상대를 멀리 밀어낼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 선택 하나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바꿉니다.
조작 자체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작전을 고르고 나면 공을 받아 뛰거나, 받을 사람을 지정해 던지면 됩니다. 어려운 것은 손가락이 아니라 상황 판단입니다.
작전을 고른다는 것
공격 작전은 크게 달리는 것과 던지는 것으로 나뉩니다. 달리기는 짧고 확실하지만 크게 벌지 못하고, 던지기는 한 번에 많이 전진할 수 있지만 실패하거나 가로채이면 손해가 큽니다. 이 둘을 섞어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기본입니다.
수비 쪽도 마찬가지로 상대가 무엇을 할지 예상해서 골라야 합니다. 달리기를 막는 배치를 골랐는데 상대가 길게 던지면 그대로 뚫립니다. 반대로 던지기를 대비했는데 상대가 그냥 밀고 들어오면 속수무책입니다. 상대의 성향을 읽고 그 반대를 고르는 심리전이 계속됩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작전집을 다 보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달리기 하나, 짧은 던지기 하나, 긴 던지기 하나만 정해 놓고 그 세 개만 돌려 쓰면 경기가 굴러갑니다. 익숙해진 다음에 하나씩 늘리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어디서 막히는가
가장 흔한 실패는 던지기에 욕심을 내다가 공을 빼앗기는 것입니다. 받을 사람 주위에 수비수가 붙어 있는데 그대로 던지면 가로채입니다. 던질 곳이 마땅치 않으면 공을 들고 그냥 뛰거나, 아예 던지지 않고 넘기는 편이 낫습니다. 무리한 한 방보다 손해 없는 판단이 승률을 올립니다.
두 번째는 시간 관리입니다. 앞서고 있을 때는 시계를 흘려보내야 하고, 뒤지고 있을 때는 시계를 멈춰야 합니다. 이 개념을 모르면 이길 경기를 마지막에 놓치게 됩니다. 앞서고 있으면 달리기 위주로, 뒤지고 있으면 옆으로 던져 경기가 멈추게 만드는 식으로 방향이 갈립니다.
세 번째는 수비할 때 조작에 손을 대는 정도입니다. 직접 선수 하나를 조종할 수 있지만, 익숙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리를 비워 구멍을 냅니다. 처음에는 작전만 잘 고르고 조작은 최소한으로 두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이 시리즈가 서 있는 자리
이 시리즈는 미식축구 게임의 표준으로 굳어진 이름입니다. 해설자이자 감독이었던 인물의 이름을 달고 시작해, 해마다 선수 명단과 시스템을 갱신하며 이어졌습니다. 한 해 판과 다음 해 판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비판도 늘 따라다녔지만, 그만큼 기본기가 완성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닌텐도64로 나온 판들은 이 시리즈에서 조금 특별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 기기가 저장 용량이 작은 카트리지를 썼기 때문에, 다른 기기 판에 비해 담을 수 있는 것에 제약이 있었습니다. 대신 화면이 부드럽게 돌아가고 로딩 대기가 없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모여 앉아 곧바로 한 경기를 붙기에는 이쪽이 편했습니다.
같은 시기의 다른 스포츠 게임과 견주면, 이 게임은 조작 실력보다 판단력의 비중이 훨씬 큽니다. 반사신경으로 뚫는 게임이 아니라 매 순간 무엇을 고를지 겨루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국내에서의 사정
한국에서 미식축구는 낯선 종목입니다. 규칙을 아는 사람이 적었고 중계도 흔치 않았으니, 이 게임이 국내에서 널리 즐겨진 축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시기 국내에서 인기 있던 스포츠 게임은 축구나 야구 쪽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게임을 접한 사람들은 대체로 두 부류였습니다. 규칙을 모른 채 화면만 보고 이것저것 눌러 보다가 포기한 쪽과, 규칙을 찾아본 뒤 오히려 깊이 빠져든 쪽입니다. 후자는 대개 이 게임을 통해 미식축구라는 종목 자체를 알게 된 경우입니다.
지금은 규칙을 찾아보기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기본만 알고 들어가면 왜 이 시리즈가 오래 살아남았는지 금방 보입니다.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으니, 낯선 종목을 게임으로 배워 보는 셈 치고 한 경기 붙어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