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이블
메디이블 (Medievil) · 1998 · Sony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겁쟁이였던 영웅이 해골로 되살아나다
주인공 대니얼 포테스크는 왕국을 구한 영웅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화살에 맞아 죽은 인물이었습니다. 왕이 사기를 위해 그를 영웅으로 꾸며 냈을 뿐이죠. 백 년 뒤 악당이 죽은 자들을 되살리는 마법을 쓰다가, 실수로 이 사람까지 깨워 버립니다. 한쪽 눈과 한쪽 팔이 없는 해골 상태로요.
그래서 이 게임은 진짜 영웅이 되려는 가짜 영웅의 이야기가 됩니다. 어둡고 음산한 배경 위에 은근한 유머가 계속 깔리는 독특한 분위기가 여기서 나옵니다. 무서운 그림인데 정작 주인공은 어딘가 어수룩하고, 만나는 유령들도 진지한 척하면서 농담을 던집니다.
어떤 게임인가
메디이블(MediEvil)은 3D로 만든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시점은 캐릭터를 뒤에서 보는 형태이고, 무기를 휘둘러 적을 처치하며 각 지역의 목표를 달성해 나갑니다. 묘지, 늪지, 유령이 나오는 마을, 저택 같은 무대를 하나씩 통과합니다.
싸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열쇠를 찾아 문을 열고, 장치를 작동시켜 길을 내고, 특정 인물을 도와 다음 지역으로 나아가는 식의 진행이 섞여 있습니다. 단순한 액션 게임보다는 탐색의 비중이 큰 편입니다.
무기를 바꿔 쓰는 재미
무기 종류가 상당히 많고 성격이 뚜렷합니다. 짧은 검은 빠르지만 사거리가 없고, 커다란 망치는 느리지만 한 방이 무겁습니다. 활과 석궁은 멀리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지만 탄이 정해져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 팔뼈를 뽑아 휘두르거나 던질 수도 있습니다.
무기마다 내구도가 있어 계속 쓰면 망가집니다. 그래서 잡몹은 값싼 무기로 처리하고, 강한 적에게만 좋은 무기를 꺼내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 어떤 적은 특정 무기가 아니면 잘 안 죽습니다. 불에 약한 적, 원거리로만 상대해야 하는 적 같은 것들이 있으니, 막힌다 싶으면 무기를 바꿔 보는 것이 첫 번째 대응입니다.
영웅의 전당과 수집 요소
각 지역에는 성배 모양의 물건이 하나씩 숨어 있습니다. 이걸 얻으려면 그 지역의 적을 일정 수 이상 처치해야 하는데, 성배를 들고 나오면 영웅들의 전당에서 새 무기나 능력을 받습니다. 즉 전투를 성실히 한 사람에게 주는 보상인 셈입니다.
성배는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나치기 쉬운 옆길이나, 특정 장치를 작동시켜야 열리는 구역 같은 곳입니다. 한 번에 다 못 챙겨도 나중에 다시 그 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첫 통과 때는 진행에 집중하고 나중에 되돌아오는 방식도 괜찮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헤매는 곳
이 게임은 3D 초창기 작품이라 카메라가 자동으로 좋은 각도를 잡아 주지 않습니다. 좁은 통로나 계단에서 시점이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으니, 카메라를 수동으로 돌려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전투에서는 무작정 달려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인공의 공격에는 앞뒤로 짧은 준비 동작이 있어서, 휘두르는 도중에는 피하기 어렵습니다. 한 대 때리고 물러나는 리듬이 기본이고, 여럿에게 둘러싸이면 회복이 어려우니 좁은 길목으로 유인해 하나씩 상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방패를 든 상태로 접근했다가 틈을 보고 치는 방식도 효과적입니다.
지금 봐도 좋은 분위기
이 게임의 가장 큰 자산은 미술입니다. 뒤틀린 나무와 기울어진 묘비, 안개 낀 늪, 보름달이 뜬 하늘이 만들어 내는 그림이 초기 3D의 거친 표현과 오히려 잘 어울립니다. 음악도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무겁게 깔려, 유머러스한 대사와 대비되며 독특한 맛을 냅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을 대표하는 게임을 꼽을 때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고, 그 이유는 기술적 성취보다 세계관과 분위기 쪽에 있습니다. 지금 해 봐도 첫 묘지 구간을 지나는 것만으로 이 게임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충분히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