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베이더
미니베이더 (Minivader) · 1990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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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인베이더가 나온 지 십수 년이 지난 1990년, 타이토는 그 게임을 아주 작게 줄인 물건을 만들었습니다. 대형 기계가 아니라 작은 상자에 들어가는 소품이었고, 게임 내용도 원작을 최소한으로 압축한 것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 시절 오락실 회사가 자사의 가장 유명한 게임을 어떻게 다시 써먹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미니베이더(Minivader)는 화면 아래쪽의 포대를 좌우로 움직이며 위에서 내려오는 침략자들을 쏘아 없애는 고정 화면 슈팅입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침략자들은 줄지어 좌우로 움직이다 화면 끝에 닿으면 한 칸 내려오고, 이 과정을 반복하며 점점 아래로 내려옵니다. 바닥까지 내려오면 끝입니다.
원작이 만든 규칙
이 계열 게임의 규칙은 대단히 단순합니다. 좌우 이동과 한 발의 사격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 안에 흥미로운 장치가 하나 있습니다. 침략자가 줄어들수록 남은 것들의 움직임이 빨라진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느긋하게 조준할 수 있지만 마지막 몇 마리는 화면을 쏜살같이 가로지릅니다.
이것은 원래 기술적인 제약에서 나온 결과였습니다. 화면에 그려야 할 것이 줄어들면 기계가 처리할 여유가 생겨 자연히 빨라진 것인데, 결과적으로 게임의 긴장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특성이 게임 디자인의 핵심이 된 유명한 사례입니다.
방패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포대 앞에 놓인 엄폐물이 적의 공격을 막아주지만, 맞을 때마다 조금씩 깎여 나갑니다. 게다가 자기가 쏜 총알도 방패를 깎기 때문에, 방패 뒤에 숨어 있으면서 쏘다 보면 스스로 방패를 없애게 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첫 번째는 조준 순서입니다. 아무 데나 쏘면 침략자 무리 가운데에 구멍이 생기고, 남은 것들이 양쪽 끝에 흩어져 오가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한쪽 끝의 세로줄부터 차례로 지워나가면 무리가 화면 끝까지 가는 거리가 줄어들어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방패 관리입니다. 급하다고 방패를 뚫고 쏘다 보면 정작 필요할 때 숨을 곳이 없습니다. 방패 사이의 빈 공간으로 나가서 쏘고 다시 들어오는 식으로, 방패를 최대한 아껴야 후반이 편합니다.
세 번째는 마지막 몇 마리입니다.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므로, 여기서부터는 조준하고 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갈 자리에 미리 쏴두고 기다리는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따라가며 쏘면 절대 맞지 않습니다.
축소판이라는 형식
이 시기 오락실 회사들은 작은 기계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큰 기계를 놓을 자리가 없는 곳, 예를 들어 식당이나 상점 한구석에 놓을 수 있는 작은 상자 형태의 기계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곳에는 몇 분 만에 한 판이 끝나는 아주 단순한 게임이 어울렸습니다.
원작의 규칙은 그런 용도에 딱 맞았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고, 한 판이 짧고, 누구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압니다. 이미 십수 년 전에 완성된 규칙을 그대로 가져다 작은 형태로 담은 것이 이 작품입니다.
원작이 남긴 것
스페이스 인베이더는 오락실이라는 공간 자체를 만들어낸 게임입니다. 이 게임 때문에 일본에서 동전이 부족해졌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고, 오락실 전용 공간이 생기고 게임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게임의 이름과 화면은 세대를 넘어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축소판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보다 그 계보를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몇 판 해보면 왜 이 단순한 규칙이 그토록 오래 반복해서 쓰였는지 알게 됩니다. 배울 것이 없는데도 마지막 한 마리를 놓치면 분해서 다시 하게 되는, 그 감각이 십수 년이 지난 판본에도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규칙을 따른 기계는 문방구 앞과 동네 오락실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정품인지 복제품인지 따지는 사람도 없었고, 화면에 줄지어 선 침략자만 보이면 다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이름을 정확히 몰라도 몸이 먼저 기억하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이만한 예는 흔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