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드릴러
미스터 드릴러 (Mr Driller Us dri3 Ver a2) · 1999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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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게임은 대개 위를 봅니다. 블록이 위에서 내려오고, 플레이어는 그것이 쌓이지 않게 처리합니다. 미스터 드릴러는 방향을 뒤집었습니다. 아래로 내려가는 게임입니다. 발밑의 블록을 드릴로 뚫고 계속 파고들면서, 머리 위에서 무너져 내리는 블록에 깔리지 않아야 합니다. 같은 색 블록이 네 개 이상 붙으면 저절로 사라지는 규칙 때문에, 한 칸을 뚫는 순간 위쪽 구조 전체가 연쇄적으로 무너집니다. 아래를 파면서 위를 걱정해야 하는 이 감각이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미스터 드릴러(Mr. Driller)는 남코가 1999년에 내놓은 아케이드 퍼즐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드릴을 들고 지하로 내려가고, 목표는 정해진 깊이까지 도달하는 것입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 점프에 해당하는 낙하, 그리고 드릴 사용이 거의 전부라 규칙을 설명하는 데 30초면 충분합니다.
산소라는 시계
이 게임에서 시간을 대신하는 것이 산소입니다. 화면에 산소 잔량이 표시되고, 시간이 흐르면 계속 줄어듭니다. 산소가 바닥나면 그대로 끝입니다. 중간중간 놓인 산소 캡슐을 먹어 채워야 하는데, 이 캡슐이 늘 편한 위치에 있지는 않습니다. 옆으로 새어 나가 캡슐을 챙길지, 그냥 최단 경로로 내려갈지가 계속 갈등이 됩니다.
산소 때문에 이 게임은 느긋한 퍼즐이 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뚫을지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비용입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의 화면을 보면 거의 멈추지 않습니다. 내려가면서 위쪽 블록의 색 배치를 미리 읽고, 어디를 뚫으면 어떤 연쇄가 일어날지를 예측한 상태로 손을 움직입니다.
깔리지 않는 법
블록은 아래를 파면 중력에 따라 떨어집니다. 떨어지는 블록에 맞으면 큰 손해를 보고, 여러 겹이 한꺼번에 무너지면 그대로 죽습니다. 그래서 초보와 숙련자를 가르는 첫 번째 기준은 어디를 뚫으면 안 되는지 아는 것입니다.
가장 안전한 방식은 옆으로 한 칸 비켜서 뚫는 것입니다. 바로 아래를 파고 그 자리에 서 있으면 위에서 내려오는 것을 피할 곳이 없습니다. 한 칸 옆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접근하면 무너지는 블록이 옆으로 흘러가고 나는 살아남습니다.
두 번째는 색을 보는 습관입니다. 같은 색이 네 개 모이면 사라지므로, 뚫는 순간 위쪽 같은 색 블록들이 붙어 버리면 큰 공간이 생깁니다. 이걸 노려서 뚫으면 한 번에 여러 칸을 내려갈 수 있고, 반대로 모르고 뚫으면 예상 밖의 붕괴에 깔립니다.
세 번째는 단단한 갈색 블록입니다. 이 블록은 여러 번 뚫어야 부서지고, 뚫을 때마다 산소를 크게 깎아 먹습니다. 가능하면 우회하는 편이 이득이고, 어쩔 수 없이 뚫어야 한다면 산소가 넉넉할 때 처리해야 합니다.
난이도가 튀는 구간
깊이가 깊어질수록 블록 색이 다양해지고 갈색 블록의 비율이 올라갑니다. 처음 몇백 미터는 대충 뚫어도 내려가지지만, 중반 이후로는 경로를 고르지 않으면 산소가 먼저 떨어집니다. 이 구간부터는 내려가는 속도를 조금 늦추더라도 산소 캡슐을 확실히 챙기는 쪽이 오래 갑니다.
또 하나 조심할 것은 조급함입니다. 산소가 줄어드는 걸 보면 급하게 아래로만 파게 되는데, 그러다 붕괴에 깔리면 그 자리에서 끝입니다. 남은 산소가 적을수록 오히려 안전한 경로를 골라야 합니다.
남코가 1999년에 만든 것
1999년의 남코는 이미 3차원 게임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뒤였습니다. 그런 시기에 2차원 화면의 단순한 퍼즐 게임을 내놓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캐릭터는 동그랗고 밝은 색으로 그려졌고, 배경 음악도 경쾌합니다. 남코가 예전부터 잘하던 방식, 즉 규칙 하나로 끝까지 밀고 가는 아케이드 설계를 오랜만에 다시 꺼낸 작품입니다.
이 게임은 성공해서 이후 여러 후속작과 이식판으로 이어집니다. 콘솔과 휴대기기, 나중에는 온라인까지 옮겨 가면서 남코의 대표 퍼즐 시리즈로 자리 잡았습니다. 규칙이 단순하고 화면이 작아도 성립하기 때문에 어떤 기기로 옮겨도 손상이 적었던 덕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1999년 국내 오락실은 격투 게임과 리듬 게임이 주력이던 시기입니다. 퍼즐 게임은 한쪽 구석에 놓이는 편이었지만, 미스터 드릴러는 화면이 밝고 규칙이 한눈에 들어와 지나가던 사람이 앉아 보기 좋은 종류였습니다. 한 판이 짧게 끝나기도 하고 아주 길게 이어지기도 해서, 잘하는 사람이 붙으면 구경꾼이 생기는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해 보면
지금 해도 조금도 낡지 않았습니다. 뚫고, 피하고, 산소를 챙기는 세 가지 판단이 계속 겹치면서 몇 판이고 다시 하게 만듭니다. 규칙은 30초면 익히지만 깊이 내려가려면 판단이 빨라져야 하는 구조라, 퍼즐 게임의 좋은 예로 자주 꼽힙니다. 처음이라면 깊이 욕심을 내지 말고, 옆으로 비켜서 뚫는 습관부터 몸에 붙이는 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