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쉽 팔라딘
바이오 쉽 팔라딘 (Bio Ship Paladin) · 1990 · U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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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탄을 쏘아 떨어뜨리는 슈팅
슈팅 게임에서 날아오는 탄은 피하는 것이지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다릅니다. 기체와 별개로 움직이는 조준 커서가 있고, 그 커서를 적탄 위에 올려 쏘면 탄이 터져 사라집니다. 미사일 커맨드처럼 화면 아무 곳이나 겨눠 폭발을 일으키는 방식인데, 그것을 가로 스크롤 슈팅에 붙였습니다.
이 하나의 장치가 게임의 성격을 완전히 바꿉니다. 보통 슈팅에서 화력은 공격 수단이지만, 여기서는 방어 수단이기도 합니다. 위험한 탄막이 오면 피하는 대신 지워 버릴 수 있고, 그러려면 커서를 어디에 두고 있었느냐가 중요해집니다. 화면 앞쪽에서 적을 정리하느라 커서를 멀리 보내 두면, 정작 발밑으로 파고드는 탄을 막을 손이 없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바이오 쉽 팔라딘(Bio-ship Paladin)은 가로로 흐르는 화면에서 기체를 몰고 적을 부수며 나아가는 슈팅입니다. 침략자에게 짓밟힌 행성이 마지막 병기를 내보낸다는 설정이고, 그 병기가 플레이어가 모는 기체입니다. 전체 아홉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고 각 스테이지 끝에 보스가 기다립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함께 할 수도 있습니다.
기본 공격은 앞으로 나가는 주포입니다. 여기에 모아 쏘는 사격과 연속으로 이어지는 사격이 붙고, 앞서 말한 조준 커서 사격이 따로 있습니다. 강화 아이템을 먹으면 기체 자체가 커집니다. 화력이 세지는 대신 몸집이 늘어 맞을 확률도 함께 올라가니, 강화가 무조건 이득이 아니라는 점이 이 게임 특유의 긴장감을 만듭니다.
손이 두 개 필요한 게임
처음 잡으면 대부분 커서를 잊어버립니다. 익숙한 대로 기체만 움직이며 앞으로 쏘게 되고, 그러면 이 게임은 그냥 평범하고 조금 답답한 슈팅이 됩니다. 커서를 쓰기 시작해야 비로소 다른 게임이 됩니다.
요령은 커서를 기체보다 조금 앞이나 위험한 쪽에 미리 걸어 두는 것입니다. 위협이 나타난 뒤에 커서를 끌고 가면 늦습니다. 화면을 좌우로 갈라 놓고, 기체는 안전한 쪽에 두고 커서는 위험한 쪽을 맡기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면 훨씬 안정됩니다.
보스전에서 이 감각이 가장 잘 드러납니다. 몸집이 큰 보스는 약점이 몸 어딘가에 붙어 있고, 정면에서 접근하면 탄에 막힙니다. 기체는 안전 지대에서 버티고 커서만 약점 위에 얹어 두는 것이 정석입니다. 이런 식으로 공격과 회피를 서로 다른 손이 나눠 맡는 구조는 같은 시기 슈팅에서 흔치 않았습니다.
어디서 어려워지는가
초반 몇 스테이지는 커서를 몰라도 넘어갑니다. 중반부터 화면에 나오는 탄의 양이 늘고 각도가 다양해지면서, 순수한 회피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집니다. 이 지점이 이 게임의 진짜 시작입니다.
강화된 큰 기체로 좁은 지형을 지날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화력이 강할수록 판정 범위가 커진다는 것을 잊고 평소처럼 붙어 다니다가 지형이나 유탄에 걸립니다. 오히려 어떤 구간은 강화를 덜 받은 상태가 편합니다.
목숨을 잃으면 화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이 시절 슈팅의 공통 문제입니다. 한 번 죽은 자리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연달아 죽는 흐름이 나오기 쉬우니, 죽은 직후에는 점수를 포기하고 살아남는 데만 집중해 강화 아이템을 다시 모으는 편이 낫습니다.
만든 곳
이 게임을 만든 UPL은 규모는 작지만 색이 뚜렷한 회사였습니다. 닌자 소재의 액션과 개성적인 슈팅을 여러 편 남겼고, 그 게임들에는 공통적으로 알록달록하고 유기적인, 어딘가 물컹해 보이는 그림체가 있습니다. 이 게임의 기체와 보스 디자인도 딱딱한 금속보다 생물에 가깝게 생겼습니다. 제목에 붙은 바이오라는 말이 그냥 붙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회사가 크지 않았던 만큼 기판이 널리 깔리지는 못했습니다. 이 회사는 1990년대 초에 문을 닫았고,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슈팅을 깊이 파던 쪽에 한정됩니다. 뒷날 이 게임이 다시 이식되어 소개되면서 숨은 수작이라는 평을 받게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흔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1990년 전후는 국내 오락실에 대형 회사의 간판 기판이 몰려들던 때라, 물량이 적은 중소 개발사의 슈팅은 자리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별도로 굳어진 통칭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게임을 켜는 사람 대부분은 처음 보는 게임을 만나게 됩니다. 커서 사격이라는 장치 하나만으로도 그 시절 슈팅을 꽤 해 본 사람에게 신선하게 다가오고, 아홉 스테이지라는 분량도 한 번쯤 끝까지 밀어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