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런트 스톰
바이올런트 스톰 (Violent Storm Ver Eac) · 1993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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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에 손이 닿는 액션
길가에 놓인 냉장고를 부수면 안에서 음식이 굴러 나오고, 자동판매기를 걷어차면 음료가 쏟아집니다. 벽에 붙은 간판은 부서지고, 적을 던지면 배경 물건들이 함께 넘어갑니다. 화면을 그저 지나가는 그림이 아니라 만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덕분에, 그냥 걸어가는 구간에서도 사방을 두들겨 보게 됩니다.
바이올런트 스톰(Violent Storm)은 무너진 도시를 배경으로 청년들이 폭력 조직에 맞서 납치된 동료를 되찾는 벨트스크롤 액션입니다. 화면 안을 위아래로 오가며 몰려드는 적을 걷어 내고 오른쪽으로 나아가는 익숙한 구조지만, 만듦새의 밀도가 이 장르에서 손에 꼽힙니다.
세 명의 주인공
조작할 수 있는 인물은 셋입니다. 균형 잡힌 기본형, 몸집이 크고 한 방이 무거운 힘 위주의 인물, 그리고 빠르고 잘 움직이는 인물로 나뉩니다. 사거리와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서 같은 구간도 누구를 잡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풀립니다.
조작은 단순하지만 쓸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붙잡아 던지기, 달리면서 부딪히기, 점프해서 내리찍기가 모두 쓸모 있고, 벽이나 다른 적을 향해 던져 두 명을 한꺼번에 넘기는 연출도 자주 나옵니다. 무기를 주우면 몇 번 더 강하게 휘두를 수 있어서 언제 쓸지 아끼게 됩니다.
도트 그림의 완성도
이 게임이 지금까지 이름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그림입니다. 캐릭터의 동작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맞는 쪽의 반응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그려져 있습니다. 큰 적을 넘어뜨릴 때는 무게가 느껴지고, 작은 적은 가볍게 튕겨 나갑니다.
배경도 마찬가지입니다. 낡은 거리와 술집 내부, 지하 통로 같은 무대가 사연이 있는 것처럼 그려져 있고, 뒤쪽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거나 조명이 흔들립니다. 화면을 잠시 멈춰 두고 구경해도 볼 것이 있는 벨트스크롤 액션은 흔치 않습니다.
기억에 남는 보스들
보스는 하나같이 개성이 강합니다. 근육질에 요란한 옷차림을 한 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화면 가득 자기 소개를 하듯 요란하게 등장하고, 각자 다른 패턴으로 밀어붙입니다. 몇몇은 생김새가 워낙 강렬해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보스전은 무작정 두들겨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크게 휘두르는 동작 뒤에 생기는 틈을 노려 짧게 때리고 빠지는 식으로 붙어야 하고, 여럿이 함께한다면 앞뒤로 나눠 서서 주의를 분산시키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마지막 상대까지 가는 길은 순순하지 않습니다.
벨트스크롤이 저물던 시기의 수작
이 게임이 나올 무렵 오락실의 중심은 이미 대전 격투로 옮겨 가고 있었습니다. 여럿이 붙어 밀고 나가는 액션은 한창때를 지난 형식이었고, 그래서 이 작품은 완성도에 비해 사람이 덜 몰렸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면 그 시기 벨트스크롤 액션이 도달한 지점이 어디였는지 잘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 더 이어지지 않았지만, 도트로 그린 액션의 손맛을 이야기할 때 여전히 먼저 꼽히는 이름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