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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십 패미컴판

배틀십 (Battleship USA) · 1993 · Mi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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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연필로 하던 놀이가 화면으로 들어오다

바다를 격자로 나눠 놓고 서로의 배가 어디 숨어 있는지 좌표를 불러 맞히는 놀이는 게임기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있었습니다. 종이 두 장과 연필만 있으면 되던 그 놀이가 게임기로 옮겨오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맞혔을 때 화면에서 배가 실제로 폭발하고 불타는 장면을 보여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좌표를 부르고 상대가 히트인지 미스인지 말해주던 밋밋한 순간이 연출로 바뀌면서, 같은 규칙인데도 긴장감이 확 달라집니다.

배틀십(Battleship)은 자기 바다에 함선 몇 척을 숨겨 놓고 상대의 격자를 한 칸씩 포격해 먼저 상대 함대를 전멸시키는 쪽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패미컴판은 이 고전 보드게임을 가정용 기기로 옮기면서 배치 화면과 포격 연출을 붙인 판본입니다.

배틀십 패미컴판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93)

배를 어디에 숨길 것인가

먼저 자기 바다에 배를 놓는 것부터가 승부의 절반입니다. 길이가 다른 배 여러 척을 가로나 세로로 놓게 되는데, 가장자리에 몰아 놓으면 상대가 가장자리를 훑을 때 줄줄이 걸리고, 가운데에 몰아 놓으면 초반 탐색에 걸리기 쉽습니다.

가장 위험한 건 배들을 서로 딱 붙여 놓는 배치입니다. 한 척이 격침되면 그 주변을 집중적으로 두드리게 되는데, 그때 옆에 붙은 배까지 연달아 발각됩니다. 반대로 너무 흩어 놓으면 상대가 넓게 훑을 때 하나씩 걸립니다. 긴 배는 구석 쪽에, 짧은 배는 예상하기 어려운 위치에 흩어 놓는 식으로 섞는 게 무난합니다.

배틀십 패미컴판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93)

찍는 것에도 요령이 있다

무작정 아무 데나 찍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 있습니다. 배는 아무리 짧아도 두 칸 이상을 차지하므로, 처음에는 격자를 한 칸씩 건너뛰며 바둑판 무늬처럼 찍어 나가면 같은 횟수로 훨씬 넓은 범위를 걸러낼 수 있습니다.

한 발이 맞으면 그때부터 방식이 바뀝니다. 맞은 칸의 상하좌우를 하나씩 확인해 배가 놓인 방향을 알아내고, 방향이 잡히면 그 선을 따라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배가 격침되면 그 배의 길이만큼 상대 함대에서 지워지므로, 남은 배 중 가장 긴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탐색 간격을 다시 조절하는 게 좋습니다.

둘이 마주 앉으면 완전히 다른 게임

혼자 컴퓨터를 상대할 때는 순수한 확률 싸움에 가깝지만, 사람 둘이 붙으면 심리가 끼어듭니다. 상대가 어떤 배치를 좋아하는지 몇 판만 해 보면 감이 오고, 그걸 알면 상대도 배치를 바꿉니다. 서로 읽고 읽히는 그 과정이 몇 판을 이어서 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규칙 자체가 워낙 간단해서 설명이 필요 없다시피 하고, 한 판이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조작 실력이 필요 없는 대신 순전히 판단만으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과 붙어도 대등한 승부가 나온다는 점이 이런 종류 게임의 오래가는 장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