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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 루트

베이 루트 (Bay Route SET 3 World fd1094 317 0116) · 1989 · Sun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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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오락실에는 총을 들고 옆으로 걸어가며 쏘는 게임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롤링 썬더가 길을 텄고, 그 뒤로 비슷한 구조의 기판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베이 루트도 그 계열에 속하는데, 여기에는 인질이라는 요소가 붙습니다. 적만 쏘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갇혀 있는 사람들을 찾아 풀어 주며 나아가야 합니다.

베이 루트(Bay Route)는 화면이 옆으로 흐르는 가운데 총을 든 주인공을 조종해 적을 쏘고 인질을 구출하며 전진하는 런앤건 액션입니다. 걷고, 점프하고, 여러 방향으로 사격하는 것이 기본 조작입니다. 진행 도중 얻는 무기로 화력을 바꿔 가며 적진을 뚫습니다.

베이 루트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9)

무기를 갈아 끼우는 게임

기본 총만으로는 후반이 버겁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중요한 건 어떤 무기를 들고 어느 구간에 들어가느냐입니다. 사거리가 긴 무기는 멀리서 안전하게 정리할 수 있고, 넓게 퍼지는 무기는 좁은 통로에서 몰려오는 적을 상대하기 좋습니다.

문제는 무기에 사용 횟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무기를 얻었다고 아무 데나 난사하면 정작 필요한 구간에서 빈손이 됩니다. 잡몹은 기본 총으로 처리하고 강한 무기는 아껴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인질을 풀어 주면 보상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옆길로 새서 구하러 가는 판단이 계속 필요합니다. 그냥 앞으로 달리는 게 가장 빠르지만, 그러면 무기 보충이 안 되어 나중에 막힙니다. 이 균형 잡기가 게임 전체의 리듬을 만듭니다.

베이 루트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9)

처음 하는 사람이 죽는 이유

이 계열 게임의 공통점인데, 앞으로만 보고 달리면 반드시 죽습니다. 적이 뒤에서 나타나거나 위층에서 뛰어내리기 때문입니다. 화면 오른쪽 끝에서 무엇이 나올지 예상하면서, 동시에 방금 지나온 자리도 신경 써야 합니다.

안전하게 가는 방법은 화면을 조금씩 밀어내는 것입니다. 한 걸음 나아가서 새로 등장한 적을 처리하고, 다시 한 걸음 나아갑니다. 성급하게 화면 절반을 한꺼번에 전진하면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습니다.

점프 중에는 대처가 어렵다는 점도 기억할 만합니다. 공중에 뜬 순간에는 방향을 크게 바꿀 수 없으니, 적이 몰려 있는 쪽으로 뛰어드는 실수가 치명적입니다. 발판을 오를 때는 위쪽이 비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뛰는 게 좋습니다.

세가 기판과 암호화 칩

이 게임은 세가의 기판 위에서 돌아갔습니다. 그 시절 세가는 기판 안에 암호화된 프로세서를 넣어 복제를 막으려 했습니다. 프로그램이 암호화된 상태로 들어 있고, 특정 칩만이 그것을 풀어 실행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이 방식에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칩 안의 정보가 배터리로 유지되는 형태라, 세월이 지나 배터리가 죽으면 기판이 통째로 못 쓰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 세가 기판 중에는 하드웨어가 멀쩡한데도 켜지지 않는 물건이 적지 않게 남았습니다. 지금 이 게임들을 다시 돌려 볼 수 있게 된 건 그 암호를 되살려 낸 오랜 작업의 결과입니다.

선소프트는 이 시기 액션 게임으로 이름을 남긴 회사입니다. 가정용 쪽에서 더 널리 알려졌지만 오락실 기판도 만들었고, 특유의 묵직한 조작감과 음악이 이 게임에도 배어 있습니다.

같은 장르 다른 게임과 견주면

이 계열의 기준점은 역시 롤링 썬더입니다. 그쪽이 층을 오르내리며 문 뒤로 숨는 잠입 액션에 가까웠다면, 베이 루트는 좀 더 정면으로 밀고 나가는 쪽입니다. 화력으로 뚫는 맛이 강합니다.

비슷한 시기 오락실에는 이 구조를 쓴 게임이 워낙 많았습니다. 그중에서 베이 루트가 남긴 자기 색은 인질 구출과 무기 관리의 조합입니다. 무작정 전진하는 것과 옆길을 뒤지는 것 사이에서 계속 저울질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이 게임이 대표작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훨씬 강한 이름들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런앤건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시기 기판들을 훑을 때 한 번쯤 걸리는 이름입니다. 지금 켜 봐도 조작이 명확하고 진행이 시원해서 몇 판 돌리기에 부담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