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가드
볼가드 (Volguard) · 1985 · dB-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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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비트 시절 슈팅 게임에서 파워업이란 대개 총알이 굵어지거나 갈래가 늘어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아군기가 하나씩 날아와 옆에 붙고, 세 대가 다 모이면 그것들이 합쳐져 거대한 로봇이 됩니다. 비행기로 날다가 갑자기 로봇으로 변신하는 이 연출은 당시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의 합체 장면을 그대로 게임 안에 옮겨 놓은 것이고, 1985년의 MSX 화면 안에서 그것을 보여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볼가드(Volguard)는 비행기를 몰고 가로로 흐르는 화면을 따라 적진을 폭격하는 슈팅입니다. 화면 아래에는 적의 시설이 늘어서 있고, 배경이 앞뒤로 겹쳐 흐르며 깊이감을 냅니다. 조작은 이동과 공격이 기본이고, 아군기를 만나 붙이면 화력이 늘어납니다. 세 대를 모으면 합체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때부터 화면 위의 내 기체 모습 자체가 바뀝니다.
합체를 언제 쓸 것인가
합체는 무조건 좋기만 한 선택이 아닙니다. 로봇 형태는 덩치가 커지므로 화면 안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넓어지고, 그만큼 맞는 판정도 커집니다. 좁은 구간에서 합체 상태로 들어가면 피할 자리가 없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판단 지점은 아군기를 모아 둔 상태에서 합체를 미룰 것인가 지금 할 것인가입니다. 적이 몰려 나오는 넓은 구간에서는 합체가 확실히 유리하고, 지형이 좁아지는 구간에서는 비행기 형태가 낫습니다. 어느 쪽이든 아군기를 잃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 아군기가 붙어 있을 때는 무리한 돌진을 삼가는 편이 좋습니다.
지상과 공중을 함께 보는 손
이런 형태의 슈팅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공중의 적에만 신경 쓰다가 지상 시설을 놓치는 것입니다. 아래에 남겨 둔 시설은 계속 공격을 올려 보내므로, 지나쳐 온 것이 뒤에서 쌓여 결국 화면이 감당 못 할 상태가 됩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아래를 꾸준히 정리하는 리듬을 잡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위치입니다. 화면 오른쪽 끝에 붙어 있으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을 피할 시간이 없습니다. 반대로 너무 왼쪽에 있으면 화면 밖으로 밀려나가 죽는 판정에 걸리는 게임도 있습니다. 중앙에서 약간 왼쪽, 그리고 위아래로는 가운데 부근이 대체로 무난한 자리입니다.
세 번째는 죽고 난 뒤입니다. 아군기가 모두 흩어진 상태로 다시 시작하면 화력이 바닥이라,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밀고 나가면 곧바로 또 죽습니다. 한동안은 앞으로 나가는 것을 늦추고 아군기를 다시 모으는 데 집중해야 회복이 됩니다.
만든 곳과 배경 기술
이 게임을 만든 dB소프트는 1980년대 일본 컴퓨터 게임 시장에서 여러 기종에 걸쳐 게임을 내놓던 곳입니다. 이 작품도 MSX만이 아니라 당시 일본에서 쓰이던 여러 8비트 컴퓨터로 나왔습니다. 기종마다 화면 성능이 달라서 같은 게임이라도 인상이 제법 다릅니다.
기술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배경을 여러 겹으로 겹쳐 흐르게 만든 처리입니다. 앞쪽과 뒤쪽이 서로 다른 속도로 지나가게 하면 화면에 깊이가 생기는데, 8비트 기기에서 이것을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하늘을 나는 게임에서 이 효과는 특히 잘 통했습니다.
이후 볼가드 2가 나왔고, 그쪽은 패미컴으로도 이식되어 이 이름을 아는 사람 중에는 2편 쪽을 먼저 접한 경우도 있습니다. 두 작품은 이름을 공유할 뿐 내용은 별개에 가깝습니다.
한국의 MSX 사용자들에게
한국에서 MSX가 퍼지던 시기, 로봇이 나오는 게임은 그 자체로 강한 매력이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로봇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에게 화면 안에서 비행기가 로봇으로 변하는 장면은 설명이 필요 없는 재미였습니다.
다만 이 게임은 정식 유통보다 복사본으로 도는 목록 안에 섞여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름을 모른 채 실행해 보고 합체 장면을 본 다음 그것만 기억하는 식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열어 보면 1985년의 8비트 기기가 로봇 합체라는 소재를 어떻게 다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