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버맨 패닉 봄버
봄버맨 패닉 봄버 (Bomberman Panic Bomber) · 1994 · Hudson 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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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을 놓는 대신 떨어뜨립니다
봄버맨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같은 장면을 떠올립니다. 격자로 나뉜 무대에 폭탄을 놓고 도망친 뒤, 십자로 뻗는 불길로 벽을 부수고 상대를 잡는 그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는 그 장면이 없습니다.
대신 화면 위에서 블록이 떨어집니다. 같은 얼굴 세 개를 맞추면 사라지고, 사라진 자리에 폭탄이 쌓입니다. 그 폭탄이 터지면 주변 블록이 한꺼번에 날아가면서 연쇄가 일어납니다. 봄버맨의 상징인 폭탄을 낙하물 퍼즐의 문법 안으로 끌고 들어온 셈인데, 이 발상이 의외로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봄버맨 패닉 봄버(Bomberman: Panic Bomber)는 둘이 화면을 나눠 겨루는 낙하물 퍼즐 게임입니다. 위에서 블록 덩어리가 내려오고, 플레이어는 그것을 좌우로 옮기고 회전시켜 아래에 쌓습니다. 같은 그림이 가로나 세로, 대각선으로 셋 이상 이어지면 그 블록들이 사라집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낙하 퍼즐이지만, 이 게임의 차이는 그다음입니다. 블록을 지우면 화면 위쪽에 폭탄이 하나씩 모입니다. 폭탄이 어느 정도 쌓인 뒤 떨어져 내리면 큰 폭발이 일어나 주변 블록을 한꺼번에 날려 버립니다. 이 폭발로 지운 블록의 양이 상대 화면으로 넘어가는 방해물의 양을 결정합니다.
연쇄를 쌓는 재미
이 게임의 핵심은 한 번에 얼마나 크게 터뜨리느냐입니다. 눈앞에 맞출 수 있는 것이 보인다고 바로 지워 버리면 폭탄이 조금씩만 쌓이고, 폭발도 작게 끝납니다. 상대에게 넘어가는 방해물도 미미합니다.
반대로 지울 수 있는 조합을 일부러 미뤄 두고 아래에 차곡차곡 쌓아 두면, 폭탄이 떨어지는 순간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큰 연쇄가 일어납니다. 이때 상대 화면에는 방해 블록이 왕창 쏟아져 들어갑니다. 판을 뒤집는 순간이 여기서 나옵니다.
문제는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우지 않고 쌓기만 하면 자기 화면이 먼저 천장에 닿습니다. 어디까지 참고 언제 터뜨릴지를 재는 것이 이 게임의 전부라고 해도 좋습니다. 상대 화면 상황을 곁눈질하면서 타이밍을 잡는 감각이 붙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진짜 재미가 생깁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실수는 위쪽만 보고 쌓는 것입니다. 떨어지는 블록에 시선이 묶여 있으면 아래에 어떤 모양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놓치게 되고, 정신 차려 보면 지울 수 없는 조합이 바닥에 굳어 있습니다. 화면 아래쪽의 형태를 먼저 보고, 지금 내려오는 블록을 거기에 어떻게 얹을지 정하는 순서가 맞습니다.
두 번째는 폭탄의 위치를 신경 쓰지 않는 것입니다. 폭탄이 떨어졌을 때 그 주변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폭탄이 내려올 자리 아래에 미리 지울 준비가 된 블록들을 모아 두는 것이 큰 폭발을 만드는 기본입니다.
방해 블록에 당했을 때 무너지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위에서 한꺼번에 쏟아지면 당황해서 아무 데나 쌓게 되는데, 그러면 그대로 끝납니다. 방해 블록도 지울 방법이 있으니 침착하게 아래쪽부터 정리해 나가야 합니다.
같은 시기의 퍼즐 게임들과 견주면
1990년대 초중반은 대전형 낙하 퍼즐이 쏟아지던 시기입니다. 둘이 화면을 나눠 쓰고, 자기가 지운 만큼 상대에게 방해물을 보내는 구조는 이 시기에 확립된 공식입니다.
이 게임이 그 안에서 갖는 개성은 폭탄이라는 중간 단계입니다. 대부분의 대전 퍼즐은 지운 양이 곧바로 공격력이 되지만, 이 게임은 지운 것이 폭탄으로 바뀌고 그 폭탄이 다시 터져야 공격이 나갑니다. 한 박자가 더 있는 셈인데, 이 때문에 준비하는 시간과 터뜨리는 시간이 뚜렷하게 나뉩니다. 계속 손을 놀려야 하는 다른 퍼즐과 달리 호흡이 명확하게 끊어집니다.
봄버맨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원래 시리즈와 겹치는 것은 캐릭터와 폭탄이라는 소재뿐입니다. 폭탄을 놓고 도망치는 그 게임을 기대하고 잡으면 당황하게 되지만, 퍼즐 게임으로 보면 별개의 완결된 물건입니다.
만든 곳과 국내 사정
봄버맨 시리즈를 이끌어 온 허드슨이 직접 만들고 냈습니다. 시디롬 매체로 나온 덕에 음악이 시디 음질로 들어갔고, 캐릭터가 움직이는 연출도 넉넉하게 담겼습니다. 퍼즐 게임에서 이런 부분이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판이 이어지는 동안의 분위기를 살려 줍니다.
국내에서 봄버맨은 폭탄을 놓고 도망 다니는 그 게임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여럿이 둘러앉아 서로 폭탄으로 가두는 재미가 워낙 강해서, 같은 이름을 단 퍼즐 게임이 따로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PC엔진 시디롬 환경을 갖춘 사람이 적었던 것도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뒤늦게 알려진 쪽입니다. 규칙이 단순하고 몇 판이면 감이 잡히는 데다 한 판이 짧아, 지금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붙을 수 있습니다. 폭탄을 언제 터뜨릴지 재는 그 긴장감은 이 게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