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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버맨 93

봄버맨 93 (Bomberman 93 Japan Special Version) · 1992 · Hudson 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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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붙으면 우정이 끝납니다

봄버맨을 아는 사람들은 이 게임을 협동이 아니라 배신의 게임으로 기억합니다. 좁은 미로에 여러 명이 갇혀 폭탄을 놓다 보면, 상대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자기가 놓은 폭탄에 스스로 갇혀 죽는 일도 흔하고, 그때 터지는 웃음과 원망이 이 게임의 본체입니다.

PC엔진에는 여러 대의 패드를 꽂을 수 있는 멀티탭이 있어서, 이 기종의 봄버맨은 다인 대전 문화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화면 하나에 네댓 명이 몰려 앉던 풍경이 이 게임과 함께 떠오릅니다.

봄버맨 93 퍼즐 게임 화면 1 - PC엔진 (1992)

어떤 게임인가

봄버맨 93(Bomberman '93)은 허드슨이 PC엔진으로 낸 액션 퍼즐 게임입니다. 격자로 나뉜 화면 안에서 폭탄을 놓아 부술 수 있는 블록을 없애고, 적이나 상대 플레이어를 폭발에 휘말리게 하는 것이 전부인 단순한 규칙입니다.

폭탄은 놓은 자리에서 잠시 뒤 십자 모양으로 터집니다. 자기 폭발에도 똑같이 당하기 때문에, 놓은 뒤 도망칠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기본이자 전부입니다. 이 단순함 위에서 아이템과 지형이 변수를 만들어 냅니다.

봄버맨 93 퍼즐 게임 화면 2 - PC엔진 (1992)

아이템이 판을 뒤집습니다

블록을 부수면 아이템이 나옵니다. 폭탄 개수를 늘리는 것, 폭발 범위를 넓히는 것, 이동 속도를 올리는 것이 기본 삼종입니다. 여기에 폭탄을 발로 차서 밀어 보내는 능력, 원할 때 터뜨리는 리모컨, 벽을 통과하거나 폭발을 견디는 특수 능력이 더해집니다.

아이템이 쌓인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격차가 굉장히 커서, 초반에 좋은 아이템을 먼저 먹는 것이 곧 승기입니다. 그래서 대전에서는 아이템이 나올 만한 블록 지대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반대로 화력을 너무 키우면 자기 폭발 범위가 넓어져 스스로를 가두기 쉬워집니다. 속도 아이템도 과하게 먹으면 미세 조작이 어려워져 벽에 부딪히다 죽습니다.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점이 이 게임의 묘미입니다.

이기는 요령

대전의 기본은 자기 자리를 넓히는 것입니다. 시작하자마자 주변 블록을 부수어 도망칠 길을 두 방향 이상 확보해야 합니다. 길이 하나뿐인 상태에서 상대를 만나면 그대로 끝입니다.

상대를 잡을 때는 정면에서 폭탄을 놓기보다, 상대가 갈 수 있는 길목을 하나씩 막아 가는 편이 확실합니다. 폭탄 두 개를 시차를 두고 놓아 퇴로를 봉쇄하는 것이 정석적인 마무리입니다.

폭탄 차기를 얻었다면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멀리 있는 상대에게 폭탄을 밀어 보낼 수 있어 원거리 압박이 가능해지지만, 밀어 보낸 폭탄이 튕겨 돌아오는 상황도 있으니 방향 계산이 필요합니다.

봄버맨이라는 계보

봄버맨은 허드슨을 대표하는 시리즈로 여러 기종에 걸쳐 나왔습니다. 그중 PC엔진 시절 작품들은 다인 대전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인 판본으로, 이후 봄버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국내에서는 PC엔진 자체가 흔한 기종은 아니었지만, 봄버맨이라는 이름은 여러 경로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규칙을 설명하는 데 삼십 초면 충분하고 한 판이 짧게 끝나서, 지금 다시 켜도 옆 사람과 바로 붙을 수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