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킥
봄 킥 (Bomb Kick SET 1) · 1998 · Yun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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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만든 오락실 게임입니다
1990년대 후반 오락실에 앉아 있다 보면 어딘가 낯익은데 처음 보는 게임이 종종 있었습니다. 화면 구성은 익숙한 일본 명작을 닮았는데 캐릭터도 음악도 다른, 그런 기판들입니다. 상당수가 국내 제작사가 만든 것이었고, 봄 킥도 그중 하나입니다.
만든 곳은 윤성입니다. 퍼즐과 액션을 가리지 않고 오락실용 기판을 꾸준히 내놓던 회사로, 거품을 쏘아 맞추는 퍼즐이나 공을 튕겨 벽돌을 깨는 종류의 게임들로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1990년대 국내 아케이드 제작 흐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봄 킥(Bomb Kick)은 한 화면 안에 나온 적을 전부 정리하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발판이 여러 층으로 놓인 화면에서 좌우로 움직이고 뛰어오르며, 폭탄을 이용해 적을 처리합니다. 판이 바뀌면 발판 배치와 적 구성이 달라지고, 몇 판마다 덩치 큰 보스가 나옵니다.
이런 구조는 1980년대 후반부터 오락실에서 계속 사랑받아 온 형태입니다. 한 화면에 모든 것이 들어 있으니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고, 지나가던 사람이 화면만 보고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둘이 함께 붙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이런 게임을 잘하는 법
첫째는 자리 잡기입니다. 한 화면 액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위아래로 계속 뛰어다니는 것입니다. 적은 발판을 따라 정해진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유리한 층에 자리를 잡고 적이 오기를 기다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대개는 가운데 층보다 아래쪽 넓은 층이 도망갈 공간이 많습니다.
둘째는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입니다. 적을 하나씩 없애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동안 다른 적이 몰려옵니다. 폭탄의 사정거리에 여럿이 들어오도록 유인해 두었다가 한 번에 터뜨리면 훨씬 빠르고 안전합니다. 점수 면에서도 몰아서 처리하는 쪽이 유리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는 마지막 한 마리입니다. 적이 하나만 남으면 대개 움직임이 빨라지거나 성질이 바뀝니다. 다 잡았다고 방심하다가 여기서 목숨을 잃는 일이 잦으니, 마지막 한 마리는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난이도가 튀는 곳
이런 국산 기판들은 대체로 초반이 너그럽고 중반부터 갑자기 빡빡해집니다. 적의 수가 늘고 이동 속도가 올라가는데 화면 크기는 그대로라, 피할 공간 자체가 줄어듭니다. 이 구간부터는 점수보다 생존을 우선해서, 위험한 자리에 있는 적은 무리해서 잡지 말고 화면 구석에서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보스전은 패턴을 외우는 싸움입니다. 대개 몇 가지 동작을 정해진 순서로 반복하니, 한두 번 죽더라도 그 순서를 파악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훨씬 쉬워집니다. 처음 만난 보스에게 무작정 붙어 보는 것도 정보를 얻는 방법입니다.
그 시절 국산 기판의 사정
1990년대 후반 국내 아케이드 제작사들은 어려운 조건에서 일했습니다. 개발 인원도 예산도 넉넉하지 않았고, 이미 검증된 형태를 바탕으로 자기 색을 얹는 방식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디서 본 것 같다는 평을 자주 들었지만, 손에 익는 감각이나 난이도 조절에서 나름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1998년 무렵은 경제 사정이 급격히 나빠진 시기라, 새 기판을 들여놓기 어려운 가게가 많았습니다. 값이 싼 국산 기판은 그 틈을 메우는 역할을 했고, 동네 오락실이나 문방구 앞 기계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문방구 앞에서 만나던 게임
이런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경험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학교 앞 문방구 옆에 놓인 기계 두 대 중 하나였고, 제목은 몰랐고, 친구와 나란히 앉아 백 원씩 넣고 몇 판 하다가 집에 갔습니다. 나중에 다시 찾아보려 해도 이름을 몰라 한참 헤매게 되는 종류의 게임이기도 합니다.
지금 다시 켜 보면 화면이 조금 투박하고 음악도 소박합니다. 그런데 한 화면 안에서 적을 정리하는 이 형태는 지금 해도 여전히 손이 갑니다. 규칙이 단순하고 한 판이 짧아서, 잠깐 앉아 몇 판 돌리기에는 오히려 요즘 게임보다 편한 구석이 있습니다.